서른 번째 날 오후

3이라는 숫자는 통일체와 조화를 의미하고, 10은 끝과 시작의 숫자로 완벽함을 나타내죠.
그리고 모두들 아시다시피 3x10=30이죠.
그 어느 날보다도 조화롭고 완벽한 날에도 저는 괴담을 들고 이 곳을 찾아옵니다.
오늘은 좀 가볍게 시작할까요?

요즈음 날씨가 물씬 추워진 게 느껴집니다.
제가 있는 곳은 이번 달 초까지만 해도 나름 포근했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겨울이란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 하면 역시 눈이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감춰줍니다.
단순한 건물이나 길 뿐만 아닌, 땅 속에서 자고 있는 수 많은 것들까지.
우리는 그것들이 무엇인지, 눈이 녹거나 누군가에 의해 치워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그 안에 있는 것이 평범한 겨울을 나는 동물일지, 혹은 또 다른 무언가일지 모르는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전경일 당시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해의 겨울, 전경들은 무릎까지 쌓이는 눈을 헤치며 토막난 아이의 시체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폴리스 라인을 넘어 어떤 아이가 눈을 굴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여기는 들어오면 안 돼." 라고 타일렀습니다.
아이는 "그치만 여기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 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고, 결국 우리는 수색이 끝난 쪽에서만 눈사람을 만들도록 허락했습니다.

다음 날, 꽤나 큰 눈싸람이 수색 라인 안에 만들어졌고, 저희는 병장님께 혼이 났습니다.
병장님은 "누가 여기다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어?"라며 부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명령에 따라 눈사람을 부쉈고, 곧이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눈사람 안에는 토막난 아이의 시체가 눈과 함께 뭉쳐져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는 것이지만, 눈은 참 많은 것을 뒤덮고 있습니다.
뿐만 아닌 자신의 안 속에 무언가를 감추는 역할도 할 수 있죠.

그리고 우리는 이런 무언가를 감추기만 하는, 눈이 오는 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무언가를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죠.

아니라고 하셔도 아담과 하와가 자신들의 몸을 감추기 위해 옷을 입고, 지금까지도 입고 있다는 것을 우린 부정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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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19 15:59 | 조회 : 1,359 목록
작가의 말
Beta

당신의 '눈' 속에는 무엇이 감추어져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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