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날 오전

동양에서는 축시(새벽 1시~3시)를 가장 음기가 강한 시간으로 여겼다면, 서양에서는 자정을 가장 무서운 시간이라고 여겼습니다.
자정만 되면 튀어나오는 서양의 귀신들 같은 이야기는 이미 흔하디 흔하죠.

전에 알려드린 '악마와 대화하는 방법'도 자정이라는 타임 리미트가 있었죠.

이번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자정에 관련된 게임 하나 지껄여 볼까요?
이름은 더 미드나잇 게임(The Midnight Game).
말 그대로 자정의 게임입니다.


미드나잇 게임은 이교도에서 만들어진 의식으로, 본래 이교도의 규칙들을 어긴 자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자들이 신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겁을 주는 의식이나 마찬가지이나, 미드나잇 게임을 해보는 자들에게는 실제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목숨까지 잃지는 않더라도 정식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이다)
그렇기에, 미드나잇 게임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무서운 것과 스릴을 즐기는 모험가들을 위해, 그리고 위험한 의식들을 취미 삼아 해보는 마니아들을 위해, 간단한 게임 규칙들을 적어보기로 한다.
부디, 리스크를 감안하고 게임을 해보기를.

전체적인 조건은 '의식을 시작하는 순간이 자정이 아니면 게임을 시작할 수 없다.'
준비물은: 촛불, 목재로 만들어진 문, 자신의 피(최소 한 방울), 종이 한 장, 라이터나 성냥, 소금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한다면 그들 역시 위의 준비물을 따로 준비해야 하며, 밑의 설명 역시 따로 행해야 한다.
방법은:
1. 종이 위에 자신의 이름(본명)을 적는다. 그 위에 피를 떨어뜨린 뒤, 완전히 스며들 때까지 기다린다.
2. 집 안의 모든 불을 끈다.
현관 앞으로 다가가서(목재로 만들어진 문) 자신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그 앞에 놓고 촛불에 불을 붙인 뒤, 그 것을 자신의 이름이 적힌 종이 위에 놓는다.
3. 문을 22번 두드린다. 마지막 노크는 '무조건' 12시에 두드려야 한다. 문을 열고, 촛불을 끈 뒤, 다시 문을 닫는다.
이제 당신은 미드나잇 맨을 집 안으로 초대했다.
4. 최대한 빠르게 촛불에 다시 불을 붙인다.

이것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게임의 참가자들은 불이 지펴진 촛불을 가지고 집 안을 돌아다녀야 한다.

게임의 목표는 새벽 3시 33분까지 미드나잇 맨에게 잡히지 않는 것이다.
촛불의 불이 꺼지면, 그가 가깝다는 증거로, 불이 꺼진 순간 10초 안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불을 지피자마자 소금을 사용해서 자신을 둘러싸는 동그라미를 만들어야 한다.
위의 행동을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한다면, 미드나잇 맨은 3시 33분까지 참가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환각으로 보여줄 것이다.

미드나잇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3시 33분까지 미드나잇 맨에게 공격당하지 않고, 소금으로 만들어진 원 안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3시 33분이 되면, 미드나잇 맨은 집에서 나가줄 것이다.
그 후로부터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면 된다.

게임의 팁을 미드나잇 맨이 가깝다는 증거들은:
-갑자기 체감 온도가 급속도로 낮아진다.
-어둠 속에서 찰흙 같이 새까만 인간의 형체를 한 형상이 눈 앞에서 어른거린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속삭거림이 들린다.
위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서둘러 다른 방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한 곳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은 미드나잇 맨에게 자신을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에 게임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게임 속의 금기들은:
-절대로 촛불 외의 불을 키면 안 된다.
-절대로 손전등을 촛불 대신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절대로 미드나잇 게임을 하는 중에 잠들면 안 된다.
-절대로 종이 위에 자신 이외의 피를 사용하면 안 된다.
-절대로 촛불 대신으로 라이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절대로,
절대로 미드나잇 맨에게 싸움을 거는 듯한 행동을 취하면 안 된다.

참가자들에게 행운만이 가득하길.


전에 소개해드렸던 악마의 게임에 비해 참 멋 없는 게임이죠.
스릴만이 가득할 뿐, 어찌보면 그저 3시간 33분 동안이나 그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만 하는 게임이니까요.

악마의 게임이 위험 속의 흥미로움이라면, 이 게임은 지루함 속의 스릴.
전혀 다른, 하지만 자정과 미지의 존재라는 비슷한 성격으로 엮인 두 게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기독교나 신에게 반하는 행동이기도 하죠.

그래서 당신, 이 게임 한 번 해 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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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20 11:50 | 조회 : 1,925 목록
작가의 말
Beta

물론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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