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오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아,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는 사이의 시간이 조금 짧나요?

아무튼, 아마 대부분의 학생과 직장인 분들이 싫어하실 월요일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왜 월요일을 싫어하시나요?
기껏해 봐야 7일로 이루어 진 '한 주'의 시작일 뿐인걸.

그러면 역시 "아, 이제 또 학교/회사를 5일 동안 다녀야 한다니..." 같은 생각 때문이려나요?
그 생각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물론 저는 백수는 아니거든요, 하하.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부정하고 '저리가!'라고 생각해도 월요일은 늘 그랬듯이 항상 일요일이 끝난 다음에 찾아온답니다.
그것은 과거의 사람들이 정한 불변의 법칙이지요.
(아니, 어쩌면 그리 먼 과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월요일을 애써 즐기며 오늘의 괴담을 들려드릴까요?
돌아오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소녀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어두웠고 구름이 잔뜩 껴 있어, 두려워진 소녀는 발걸음을 서둘렀죠.

그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소녀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
발걸음을 묘하게 맞추고 있어 눈치채기 힘들지만 분명히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소녀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살며시 뒤를 돌아보자, 웬 덩치 큰 남자가 있었습니다.
패닉에 빠진 소녀는 서서히 발걸음을 빨리했고, 남자도 점점 빨라졌습니다.
소녀는 달리기 시작했고, 남자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발걸음을 맞출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다다라 미친 듯이 버튼을 누를 때,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왜 그렇게 뛰어가니?"
겁에 질린 소녀는 입만 뻥긋거렸고, 남자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하잖아. 아저씨랑 같은 방향 아니면 어쩔 뻔했니? 근처에 안 좋은 소문도 많은데... 앞으로는 엄마한테 나와달라고 부탁하렴."

소녀는 그제서야 '아아, 나쁜 아저씨는 아니구나.'하고 긴장을 풀었습니다.
소녀는 얼굴을 몰라 겁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남자는 친근하게 대해주었습니다.
"하하, 그럴 법도 하지. 나도 널 처음 보는 걸? 여기 사는 것도 오늘 알았고."

소녀는 자기 집의 층수를 눌렀고, 남자는 그보다 한 층 위를 눌렀습니다.
소녀는 내릴 때 남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고, 남자는 웃으며 다음에 또 보자는 대답을 했습니다.

다음 날, 소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위 층의 가족이 난도질 당해 전원 살해당한 것입니다.
경찰이 붙인 포스터에 의하면 범인은 어제 그 남자.

그래요, 소녀가 그를 처음 본 것은 당연했습니다.
방향이 같은 것도 당연했습니다.
소녀는 남자가 다음에 또 보자고 한 것을 기억했습니다.

소녀는 어머니에게 졸라 부랴부랴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집 값이 팍 줄어 손해봤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습니다.

10년이 지났습니다.
밤에 한 소년이 한 남자와 담소를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소년은 자신의 집을, 남자는 한 층 아래를 눌렀습니다.

소년은 남자에게 인사했고, 남자는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한 집에 벨을 눌렀습니다.
네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남자는 말했습니다.
오랜만이야.

다음 날 소년은 끔찍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래 층의 신혼부부가 끔찍하게 살해 당한 것입니다.
경찰에 의하면 범인은 어제의 그 남자.
소년은 남자의 말을 기억해내고, 어머니에게 졸라 이사를 갔습니다.

10년 뒤가 기다려지네요.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열린 결말'을 가진 괴담 중 가장 좋아하는 괴담입니다.
정말 10년 뒤가 기다려지지 않나요?
그 소년이 결국엔 난도질을 당할지, 아니면 살아남을지?

그나저나 이 남자, 정말 월요일 같지 않나요?
피하고, 잊어버리려고 해도 결국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나죠.
그리고 우리는 일요일 날 열심히 실컷 놀다가 결국 막바지가 되어 남자가 우리의 문 앞에 서서 인사할 때서야 '아, 월요일이 어느새 가까워졌구나' 하고 실감하고, 남자는 우리들의 주말의 행복을 마구마구 깨트리고 부수고 난도질하죠.
으음, 조금 이상한 비유였나요?

뭐 아무렴 어떤가요.

이제 그만 항상 잊지 않고 일정한 주기마다 찾아오는 남자를 잊으려 애쓰며 한 주를 늦게나마 시작할 때 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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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16 17:27 | 조회 : 1,280 목록
작가의 말
Beta

그나저나, 그는 정말 불친절하고도 친절한 남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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