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런 글은 처음이라 어떻게 인사드려야 할 지 모르겠네요.
특히나 이런 불특성다수에게는요.

음, 첫 날이기도 하니 일단 간단히 글의 소개부터 해 드릴까요?
뭐, 제목에서 눈치채셨듯이 이 소설은 100일 동안 이어질 예정인 소설입니다.
물론 예정일 뿐, 제 사소한 변뎍에 따라 100일이 50일이 될 수도 있고, 영영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100일이라는 것.
밤이든, 낮이든, 항상 예기치 못한 여러분의 시간에 불쑥 찾아올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제 마음이죠. 와서 괴담만 살짝 내려놓고 가면 되니까요.

네, 맞아요. 이 글은 백물어를 시도하는 글이랍니다.
지금까지 제가 아는 한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것을 시도했었으나, 성공한 사람은 단 하나 뿐이죠.
그것도 서로 이름도 얼굴도 본명도 별명도 아무 것도 모르는 완벽한 타인이 말이에요.
뭐, 듣기로는 이 백물어라는 것을 성공하면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고 하긴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괴담을 좋아하는 한 사람일 뿐.

그런데 문득, 여러분은 이 글을 왜 클릭하신 걸까요?
제목에서 끌리신 걸까요? 아니면 소개를 보고?
제 글의 소개의 뜻이 궁금하신 건가요?
'사람은 모두 미쳐있다. 그리고 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장 미친 사람이다' 뭐 이런 소개였죠?
어디서 본 건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유독 강렬하게 남아있는 글이라 마음에 들어 소개문으로 이 글을 넣었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글에는 아주아주 큰 모순이 있다는 거, 아세요?
미친 사람들 세상에서는 미치지 않은 사람이 미친 사람이에요.
다수가 결정하는 정신병. 다수가 결정하는 정상. 다수가 결정하는 보통.
그럼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이 미친 우리들 기준으로는 미친 사람이네요.
미친 사람 기준에서 보는 우리는 미친 사람인거구요.
하하, 정말 멋진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 미친 사람과 미친 세상이라고 하니 마침 모아 놓은 괴담 중 이에 관련된 괴담이 하나 있네요?
들려드릴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옛날 옛날 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꿈은 좋은 남자를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한 남자는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탕아였어요!
시부모님들도 두 분 다 까칠하신 분이었구요.
아가씨는 하루하루 피폐해져갔답니다.

어느 날, 아가씨는 예쁜 아이를 낳았어요.
아가씨를 꼭 닮은 예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였지요.

아가씨는 아이를 낳았으니 이제 행복한 미래가 기다릴거라 기대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를 낳으면 까칠하던 식구들도 모두 착해졌으니까요.

이 얼마나 순진한지.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가씨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이들도 아가씨의 속을 썩이기 시작했죠.

아가씨는 스트레스가 쌓여 탈모까지 일어났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히스테리를 부려봐도 돌아오는 건 무차별한 폭력 뿐.

아가씨는 자살까지 결심했지만 그 결심조차 무너트릴 정도로 괴롭힘은 심해졌습니다.
결국 실어증에 걸려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죠.

아가씨는 결국 가출했습니다.
한밤중에 몰래 나온 것이 아닌, 대낮에 나왔건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아가씨는 거리를 떠돌았습니다.
친구의 집에도 가 보았고, 과거 연애할 당시의 추억의 장소에도 가 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녀를 거절했습니다.
아가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대체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변한 거지?'

결국 참다 못한 아가씨는 복수를 하기 위해 가족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 죽이겠어.
그러면 난 해방될거야.

편집적인 망상증은 회오리처럼 휘몰아쳐 아가씨의 정신을 극한까지 내몰았습니다.

아가씨는 밤 중에 몰래 칼을 들고 들어갔습니다.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과 시부모님의 얼굴, 사랑스러운 아이들.
과거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그녀의 결심에 금을 가게 했지만, 무너트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들을 난도질 했습니다.
몇 번이고 찔렀습니다.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르고.
전신이 새빨갛게 피로 물들어 철의 냄새조차 코를 자극할 수 없을 즈음.
그녀는 자신의 손ㅇ....

아가씨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옆에서 보이는 것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
아아, 그래요.
모든 것은 꿈이었습니다.
가족들은 항상 다정했고, 그녀는 행복했습니다.
그런 꿈을 꾼 것에 대해 죄악감을 느낄 지경이었죠.

그렇게 그녀는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현실은 그저 미친 살인자에 불과하지만요.
하지만 그녀에 있어서 진실은 무엇일까요?
현실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늙어 죽을 운명이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녀 자신 조차 알 수 없겠죠.


어떤가요?
자기만의 미친 세상에서 살아가는 미친 여자.
그녀에게 꿈인 현실이, 우리에겐 현실인 꿈이 될 수 있죠.
어쩌면 이 괴담에서 그토록 많은 분량을 잡아먹은 아가씨의 불행은 정말로 그녀의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꿈과 현실은 모르죠. 진실은 아무도 알고 있지 않아요.
어쩌면 이 괴담을 만든 사람조차도.

여러분은 이 괴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전에, 여러분은 여러분이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나요?
하하, 조금 어려운 질문이었나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싶네요.

오늘 밤은 이렇게 끝내볼까 합니다.
물론 내일에도 올 수 있죠.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아침이든.
그럼,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때까지.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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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15 23:07 | 조회 : 1,494 목록
작가의 말
Beta

'미쳤다'라는 말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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