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 #03

자고 일어나보니 주변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아, 일어났어?"
"음... 니가 다 청소한거야?"
"응!"

윌리엄이 칭찬을 바라는듯 시온을 바라보며 해맑게 대답하였다. 시온은 칭찬하는것에 약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칭찬해줘볼까나...

"...잘했어."

칭찬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무심해보이고 딱히 칭찬같이 들리지도 않지만 시온에게 이정도는 정말 최고의 칭찬이였다. 그랬더니 윌리엄이 부들부들 떨면서 좋아했다.

"시온! 내가 너한테 칭찬을 듣는 날이 올줄이야!"

윌리엄이 시온을 안아들고 허공에서 붕붕 돌리기 시작했다.

'아... 진짜 애취급하지 말라니까. 칭찬을 해주면 뭐해.'

시온은 윌리엄이 진정될때까지 허공에서 멀미가 날정도로 돌아가야했다. 그런데 이때 딱 맞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스 타이밍'

지금 여기 있어봤자 계속 윌리엄에게 애취급을 당하고 있어야 할께 불보듯 뻔했다. 그럴바에야 일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 시온은 바로 문 앞으로 갔다.

"같이가, 시온!"

그래도 시온은 윌리엄을 기다려줄 생각따위 없었다. 윌리엄때문에 일하러 가는 건데 또 잡힐 수는 없다. 이거다. 문 앞에는 이미 가정부가 서서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시온은 심부름꾼과 눈이 딱 마주쳤다. 심부름꾼은 아주 어린 소년이였다. 때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것이 형편이 그리 좋은편은 못되나 보다. 소년은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루카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온입니다."

그들이 통성명을 끝내고 난 뒤 가정부는 접객실로 그들을 안내하였다.

"차를 타오겠습니다."

그렇게 접객실에는 루카, 시온 그리고 윌리엄만이 남게 되었다. 시온은 가정부가 나가자 일단 루카에 대하여 묻기 시작하였다.

"돈을 받으러 온건가요?"

루카는 멋쩍은듯 웃으며 말했다.

"뭐... 그렇죠."
"클라임백작이 어디계시길래 그렇게 돈이 필요한건가요?"
"아, 그건... 백작님께서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개인사를 멋대로 파고들면 않되죠."

아무래도 정보를 얻기는 힘들것 같았다. 너무 충실하고 순진한 이 소년은 클라임백작이 있는 곳을 묻자 안절부절했다. 하지만 말해줄 생각은 절대 없는 것 같았다. 소년과의 대화가 길어질수록 시온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까 자고 일어났는데도 왜 이래.'

대화가 거의 끝나갈때 즈음 클라임백작부인은 돈주머니를 가정부는 차를 들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가정부는 시온에게 차를 권했다. 시온은 빨간 홍차를 집어들었다. 홍차의 향을 맡으니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였다.

"오늘도 백작님께선 돌아오시지 않은 모양이군요."

부인이 심란한듯 말했다. 이건 뭐 거의 이중인격 수준인걸? 저성격에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는 건가. 정말로 돌아오길 바라는건 맞는건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인은 루카에게 돈주머니를 건네주며 말했다.

"다음에는 클라임백작님과 함께 오셔야 할겁니다."

협박아닌 협박이다. 그길로 루카는 인사를 하고 바로 나갔다.

"따라갈거야?"
"응."
"아까 보드카냄새가 진하게 났어. 보나마나 어디서 술퍼마시고 있겠지."
"그래도 의뢰는 의뢰고 최대한 빨리 끝내야만해."

아까 머리가 아팠던 이유가 술때문이였나. 어쨌든 시온은 윌리엄을 데리고 루카의 뒤를 밟기 시작하였다.



루카는 얼마 안가서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로 들어갔다.

'뭐야. 왜 하필 골목길로 가는거지? 술집은 더가야할텐데...'

그 골목길은 체격이 큰 윌리엄은 조금 다니기 힘들 정도의 좁은 골목이였다. 게다가 하수구의 물길이 이쪽으로 다녀서 냄새가 코를 찔렀고 여기저기 곰팡이 같은것이 쓸어 있었다. 골목길을 지날때마다 옷이 살짝씩 벽에 닿으며 더러운 물질이 묻어났다. 윌리엄은 시온보다 더 묻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였다.

'항상 이 길로 다니는건가. 아니면 우리가 뒤따라 오는걸 눈치챘을 수도...'

그렇게 루카를 계속 뒤따라가는 중 루카가 한 곳에 멈춰섰다. 그러고선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온과 윌리엄은 루카가 들어가자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놀라운 곳이였다. 바로 브랜들리 중심가에서 고작 1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였다. 아마도 루카는 중심가로 들어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것임을 예상하고 일부러 외진곳에서 부터 들어간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 쪽으로는 중심가가 보였고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까지 다 들려왔다. 이쪽에서는 브랜들리가가 훤히 보였지만 아마도 브랜들리가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이 너무 어두컴컴하여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허어... 누가 이런곳에 이런걸 만든거야?"

아무래도 지금 루카가 들어간 곳은 다름아닌 도박장으로 보였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완벽한 방음시설. 이건 다 단속원의 눈을 피하기 위함일것이다. 모르고 보면 이건 그냥 일반 폐 건물일 뿐이였다. 주변에서는 매캐한 굴뚝 연기 냄새도 났다. 그들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냥 술중독자가 나을뻔 했어."
"그러게. 누가 도박중독자일지 알았나."

시온은 수첩에다가 이 곳의 위치를 꼼꼼히 메모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시온을 보면서 윌리엄은 물었다.

"그런데 이거 부인한테 알려야하는거야?"
"... ... 글쎄다."
"알면 난리도 아닐것 같은데?"
"그럼 일단 상황좀 보고 알릴지 말지 결정할까?"
"좋아, 그럼 내일 다시 오자."

그렇게 시온과 윌리엄은 내일 오기로 하고 다시 클라임백작부인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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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30 23:29 | 조회 : 482 목록
작가의 말
크림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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