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 #02

이것 참 난감하게 되었다. 시온은 지금 아파서 제정신이 아닌데다가 나는 진상을 상대하는 법을 모른다. 왜 하필 시온은 이 때 아픈건지 나 혼자서는 도저히 이 여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의뢰를 받고 온 시온입니다."

'시온!'

아픈데도 나서서 의뢰인을 상대하다니. 이런거에서 나오는 언륜은 이길 수 없고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것 같았다. 나같았으면 안절부절하다가 이도저도 안되었을텐데 정말 다행인듯 싶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제 남편이 돌아오지 않..."
"콜-록, 콜록"

아아, 망했다. 저 부인의 성격 장난아닌데 말끊었다고 뭐라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클라임백작부인은 얼굴만 살짝 찡그릴뿐 뭐라하지는 않았다. 아, 진짜. 심장떨려서 못해먹겠네.

"죄송합니다. 클라임백작부인, 제가 감기에 걸려서..."
"괜찮습니다. 어쨌든 제 남편좀 찾아주시겠어요?"

'아니, 보통 이럴땐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 인지상정아닌가? 예의상이라도 물어볼것 같은데 이건 완전 너 감기걸린건 나와 아무상관 없고 내남편이나 찾아라잖아. 사실 딱히 관계없는건 맞긴한데 그래도 사람이 도리라는 것이 있지. 참, 어떻게 되어 먹은 사람인지 저러니 허구한날 부부싸움하고 찾아달라 그러지.'

윌리엄은 클라임백작부인의 아니꼬운 점을 하나하나씩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도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삼킬뿐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궁시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는지 클라임백작부인이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머, 무슨일이시죠?"
"......"

싱긋 웃으며 말하는 부인이지만 윌리엄과 그녀 사이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팽팽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자 시온이 이를 눈치 챘는지 바로 제지에 나섰다.

"자 그럼 먼저 클라임백작님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시온은 수첩을 꺼내들고 자신의 코트 안쪽에 매달고 다니는 만년필을 꺼내 적을 준비를 하였다. 그제서야 백작부인은 윌리엄과의 신경전을 멈추고 클라임백작에 대한 정보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않보이기 시작한 지점은 3주 전부터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조차 알 수 없고요."
"그럼 현재로써는 백작님과의 접점이 심부름꾼밖에 없다는 거네요."
"그는 5일에 한 번 꼴로 와요. 아마 오늘이나 내일 올겁니다."
"그럼 심부름꾼이 언제 올지 모르니 잠시 신세 좀 져도 되겠습니까?"

클라임 백작부인은 잠시 생각하는듯 싶더니 문을 열어주었던 여성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한 뒤 방안내를 부탁하고서는 다시 자신의 볼일을 보러 2층으로 올라갔다. 시온과 윌리엄은 방안내를 해주는 여성을 따라갔다. 여성은 1층 복도 맨 끝방으로 그들을 데려갔다. 윌리엄은 방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덜컥. 덜컥덜컥.'

"저기 이 문 안열리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여성은 백작부인이 여기로 안내하라 했었다고 말했다.

'저 여자가 끝까지!'

윌리엄은 분명히 클라임백작부인이 일부러 이 방을 배정해준것이라 확신하였다. 물론 증거는 없지만 심증은 많았다. 그래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옆에는 아픈 시온까지 있는 마당에 빨리 쉴 곳이 필요하였다. 옆에서 붉어진 얼굴을 내밀고 기침소리를 내는 시온이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쾅- 쾅. 끼기기긱'

결국 윌리엄이 몸을 부딪혀가며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문이 뻑뻑해서 안열리나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클라임백작부인. 생각보다 더 치사한 여자였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알게 되었다. 이 방은 문이 뻑뻑해서 열리지 않은게 아니였다는 것을 말이다. 문을 열자마자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뿌연 먼지였다. 덕분에 옆에 있던 시온도 먼지를 마셔 더 상태가 악화되서는 마른 기침을 하였다. 여긴... 아무래도 창고로 쓰이는 모양이였다. 안쓰는 테이블에 이젤같은 낡은 미술도구라던가 이제는 유행이 지나버린 옷들 등이 한데 모여있었다. 게다가 청소는 한 번도 안했는지 거미줄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고 거미줄이 없는 공간 마저도 수북한 먼지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저택에는 객실이 없나보군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시온이 반쯤 목소리가 잠긴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말했다.

"아... 그게..."
"괜찮습니다. 그대의 잘못은 아니니까요."

언제나 신사적으로 시온은 여성의 손에다가 가볍게 키스하였다.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향기는 달콤했다. 그러고선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여성의 얼굴에는 발갛게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사실 시온은 키만 작을 뿐 상당한 미남이였다.) 가정부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미인이였다. 게다가 말이 없어 성숙해보일 뿐 아직 미성년자인듯 얼굴이 어렸다.

'이건 빵냄새인건가...'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데 윌리엄이 헛기침을 했다. 아마도 시온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세지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잡생각 그만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할지 생각좀 해봐'라던가.

"여길 정리하고 방을 쓰면 되는건가요?"

가정부는 고개를 끄덕일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미안한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필요하면 다시 부르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가정부가 돌아가고 방아닌 창고에는 시온과 윌리엄 둘만 남게 되었다. 그대로 정적이 잠시동안 이 공간을 지배하였다. 하지만 이도 얼마가지 않았다. 윌리엄이 시온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야!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강하게 따졌어야지!"
"자기도 백작부인에게 아무말도 못했으면서"
"이거하고 그거하고 같냐? 이거 분명히 우리 엿먹일려고 이 방 준거야! 아니면 이 아줌마가 진짜 여기 창고로 쓰고 있는걸 깜빡할 정도로 노망이 드셨나? 게다가 넌 지금 아프잖아. 여기 있으면 오히려 더 상태악화될거야. 그냥 주변 숙소 잡아서..."

시온은 윌리엄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머리울려. 좀 작게... 그리고 여기 있지 않으면 심부름꾼이 언제 오는지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내기가 힘들어."

이건 뭐 화낼마음까지 사라진다. 하여간에 이 일중독자는 말릴수가 없지. 물고기가 물에서 떠나 살 수 있을까. 이젠 얘는 일이 물과 같은 존재이려니 한다.

"후, 그래. 일단은 청소부터 하자. 넌 저기가서 좀 쉬고 있어."
"하지만..."
"아플땐 좀 쉬어 꾀병이라도 넌 그냥 좀 쉬어야해."

'이건 뭔 말도 않되는 억지지만 이번에는 진짜로 아프니까 이번만 윌리엄에게 맡기고 쉬어볼까...'

[그라면 잘 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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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30 23:29 | 조회 : 562 목록
작가의 말
크림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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