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 #04

클라임백작의 저택으로 돌아오자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람은 역시나 가정부였다.

"다녀오셨어요?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욕실은 저쪽을 사용하시면 되고요."

아마도 이 사람은 이 저택에 있어서 가장 우리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랄까. 표정의 변화도 딱히 없고 말도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그래도 탐정사한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보였다.

"언제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의 표시를 한 후, 그들은 식사를 위하여 정해진 장소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클라임백작부인이 도착해 있었다. 오늘의 식사는 고기스튜였다. 그렇게 귀한 음식은 아니지만 이런 손님을 접대할때는 딱 알맞은 요리였다. 곧 가정부가 그들의 식사를 내왔고 시온과 윌리엄은 백작부인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제 남편은 어디에 있던가요?"

아, 정말 난감해. 그렇다고 부인한테 대놓고 '당신의 남편분은 도박에 중독되셔서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도박을 즐기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도 없는 노릇이였다. 어쩜 이 식구중 올바른 사람이 한 명도 없는건지.

"남편분이 정확히 어디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짐작 가는 몇 곳을 집어놓았습니다."
"그곳이 어디죠?"
"나중에 정확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시 시온이였다. 가끔은 거짓말이 세상의 평화를 이룰수도 있는 법. 아직 도박장에서 클라임백작을 직접 만나본것도 아닌데 섣불리 말했다간 그 화가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이런 재치도 탐정일에 필요했다. 하지만 클라임백작부인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어디인지 정도는..."
"죄송합니다. 영업비밀이랄까요."

그딴 비밀따위 없었으나 일단은 선을 그어두지 않으면 계속 귀찮게 할테니 말이다. 그렇게 식사시간은 무사히 지나갔다. 그후, 시온과 윌리엄은 목욕을 한 뒤 방으로 돌아갔다.



모든게 잠들고 고요한 달빛만이 깨어있는 밤이였다. 안개가 끼어 있고 가로등빛과 달빛만이 그 속을 비춰주고 있는 브랜들리가. 그 반경 10m주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봐, 말도 안돼. 당신 지금 연속으로 트리플이 나오는게 가당키나 한 소리야?"
"자네 운이 없는걸 내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웃기시네, 이건 분명 트릭(Trick)이야!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도박꾼들이였다. 게다가 옆에서는 술을 퍼마시고 취해서 노래를 불러대는 사람, 사람들간 오고가는 대화때문에 그 안은 온통 시끌벅적 했었다. 하지만 방음시설로 인해 그 안만 시끌러울 뿐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리는 없었다. 덕분에 브랜들리가는 고요했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잠에 들 수 있었다. 이는 클라임백작의 저택에서 머물고 있는 두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였으면 좋겠으나 시온은 잠에 들 수 없었다. 도반판이란 말 그대로 도박꾼들이 모여 도박을 하는 곳. 그만큼 어떤 위험한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큰 돈이 오고가다보니 다들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을터이고 난폭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이라고 해도 새벽즈음에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클라임백작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만약 안보인다면 들어가게 될 수도 있었다. 시온은 도박판은 별로였다. 별 이상한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오기 때문이다. 물론, 윌리엄과 함께라면 괜찮겠지만 그래도 싫었다. 한편, 윌리엄도 내일이 싫기는 싫었다. 시온과는 좀 다른 쪽으로 말이다. 꼭두새벽부터 아침이슬을 맞으며 그 추운날씨에 밖에서 대기타고 있어야 된다는 것도 그렇고 별 이상한 사람들과 엮이려니 피곤이 몰려왔다.

'지금 자야 내일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데...'

이 생각을 끝으로 그들도 잠에 들었다.



'삐빅- 삐빅-'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시온의 알람시계가 울렸다. 현 시각 AM. 5. 아직 일어나기에는 이른 시간이였으나 그들에게는 아니였다. 시온은 아직 피곤했으나 윌리엄을 깨우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윌리엄... 일어나. 가야지."

곧 윌리엄이 비몽사몽하며 일어났다.

"어라, 시온. 벌써 일어난거야?"
"벌써라니 지금 5시 15분인데..."

윌리엄은 창문으로 밖을 본 뒤, 넥타이를 메고 있는 시온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 넥타이 안어울려. 애늙은이같아. 그냥 멜빵입고 다니는건 어떻게 생각해?"
"아침부터 무슨 헛소리야. 맞고싶어?"

그들은 투닥투닥 준비를 한 뒤, 저번에 메모해둔 곳을 찾아가 숨어있을 곳을 물색했다. 그리고 딱 좋은 곳을 한 자리 구했다. 바로 마주보고 있는 바로 옆 건물. 창문이 뚫려있어 보기도 편했다. 그들은 옆건물 3층으로 올라갔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만약 올려다보았다 해도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이곳에서는 아래가 훤히 보였다.

"곧 사람들이 나올 시간이야."

현 시각 5시 29분. 사람들이 나오기까지 1분 남았다.

"클라임백작 초상화는 잘 보고 왔겠지?"
"물론, 바로 들어가면 보이는 두 부부의 초상화는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어 있다고."
"쉿, 나오기 시작한다."

지하에서부터 다크써클이 내려앉은 눈을 간신히 뜨고 나오는 사람부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비틀거리며 나오는 술에 쩔은 사람까지. 가지가지 있었지만 그들이 찾는 클라임백작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않나오려나 본데? 3주째 저기서 죽치고 살고 있나봐."
"정말 도박에 중독이라도 된건가."
"그래서 들어갈꺼야?"

시온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있나. 들어가야지."

그렇게 그들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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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30 23:30 | 조회 : 492 목록
작가의 말
크림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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