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 #01

"시온, 이 의뢰봉투 봤어?"

어릴때부터 인연을 쌓고 지금은 탐정사까지 같이 하고 있는 오래된 친우인 윌리엄이 푸른색 밀납인장이 찍혀 있는 의뢰봉투를 흔들며 말했다.

"그건 또 어디서 찾아낸거야."

시온은 잠깐동안 윌리엄이 들고 있는 의뢰봉투를 보았다가 이내 다른 의뢰봉투를 뜯고 책상오른쪽 끝에 붉은 벨벳천 위에 놓여 있는 안경을 쓰고서는 내용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들어올때 의뢰봉투함에 그대로 꽃혀 있길래."

다시 의뢰봉투의 상태를 보니 잔뜩 구겨져 있었다. 아마도 확인을 안하고 빼서 놓친 의뢰봉투일 가능성이 컸다.

"별일이네 우리 시온이 실수를 다하고"
"시끄러."

시온은 자신의 과오에 대하여 놀리는 윌리엄의 복부를 한대 치고는 의뢰봉투를 빼앗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저런 시온어린이 아직 키가 덜 자랐군요?"

의뢰봉투를 자신의 손을 뻗어올려 머리 위로 올린 윌리엄은 시온을 보며 비아냥 거렸다. 시온을 분해하며 의뢰봉투를 향해 도약하였다. 그러나 윌리엄의 키에 비하여 턱없이 모잘랐다. 오히려 방방 뛰어대는 꼴이 더 윌리엄을 즐겁게 하였다. 윌리엄은 그런 시온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푸핫, 시온. 지금 뭐하는거야?"
"웃지마 이자식아. 죽여버린다."

싸늘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최대한 목소리를 내리깐 후에 상대를 협박하는 시온. 윌리엄은 여기에서 더하면 진짜 죽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한 번 발동된 장난기를 멈추기란 어려웠다.

"억울하면 뺐어봐!"

그랬더니 시온이 포기한듯 얼굴을 숙이고 손을 내리는가 싶더니 소리를 지르며 윌리엄의 다리를 발로 힘껏찼다.

"야, 내가 너보다 나이 더 많거든!"

윌리엄은 다리에서 느껴져오는 엄청난 통증에 반사적으로 다리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하여 의뢰봉투도 시온이 뺐을 수 있는 범위 하에 들어왔다. 시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윌리엄의 손에 들려있는 의뢰봉투를 낚아챘다.

"앗! 내 의뢰봉투!"
"이게 어딜봐서 니꺼냐."

시온은 통증을 호소하는 윌리엄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집무책상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았다. 그 앞에는 주저앉아 다리를 감싸고 있는 윌리엄이 보였다.

'그러게 누가 장난치랬나.'

현재 27세인 시온을 어린애 취급하는 윌리엄은 25세로 시온이 2살 더 많지만 163cm밖에 되지 않는 단신 때문에 시온을 어린애 취급한다. 윌리엄은 182cm로 둘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시온은 밀려오는 의뢰때문에 밥을 거를때가 많아 더 작고 왜소해보이는 한편 윌리엄은 고작 의뢰때문에 끼니를 거르지는 않기 때문에 체격차이도 많이 났다. 그래서 윌리엄이 항상 시온을 형으로 보는 일은 없었다.

'친구까지는 괜찮으니까 어린애취급만 않해주었으면.'

하다못해 이런 생활이 익숙해질판이다. 시온은 한숨을 쉬며 밀봉된 의뢰봉투를 전용 나이프로 열었다. 그리고 의뢰내용을 읽으려는 순간 언제 왔는지 윌리엄이 의자뒤에 서서 시온어깨에 얼굴을 걸쳐놓은 채로 같이 의뢰내용을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났어?"
"화 않났으니까 얼굴저리 치워."

시온은 어깨에 걸쳐 있는 윌리엄의 머리를 귀찮은듯 손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그러자 윌리엄이 떨어졌다. 그러고선 시온의 옆에 섰다. 아마도 시온이 의뢰를 정확히 다 읽어볼때까지 기다릴려는 것 같았다. 시온은 윌리엄이 마치 주인에게 혼나고 풀죽어 있는 강아지 같았다. 저리 미안해 할거면 뭐하러 장난을 치는건지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일단은 의뢰부터 꼼꼼히 살펴보기로 하였다.


To. CW탐정사무소

안녕하세요. 클라임백작부인입니다.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된건 클라임백작님께서 3주째 집에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간간히 연락은 오지만 그것마저 돈을 받으러 오는 심부름꾼입니다.
심부름꾼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어디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CW탐정사무소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Ps. 브랜들리가 4번지 마당이 있는 푸른지붕 집


시온은 얼굴을 찡그렸다. 저번에 부부싸움하고나서 남편이 집나간것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얼마나 진상이였는지 지금도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처진다.

"갈꺼야?"

윌리엄이 의뢰를 다 읽은 듯한 시온에게 물었다.

"일단 가봐야지. 무려 백작부인의 의뢰인데 무시했다가 무슨일을 당할지 몰라."

시온은 베이지색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 브랜들리가는 康衢煙月(강구연월) 이니까. 아깝지 않은 구경을 할 수 있을거야. 게다가 귀족이면 돈도 더 얹어주겠지."
"끄응, 널 누가 말리냐."

그렇게 그들은 브랜들리가로 향했다.





시온의 말대로 브랜들리가는 자욱한 안개가 번화가의 불빛을 타고내리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를 지날때마다 판타지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온, 네 말대로 오길 잘했..."
"엣취!"
"에... 시온 너..."

아무래도 시온은 몸이 약한지 안개에 코트가 젖어 체온이 바로 내려가 감기에 걸린 모양이다.

"않되겠다. 일단 클라임백작의 집에 들어가자."

윌리엄은 푸른지붕집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저번에 한 번 와 본적 있거니와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요 근처 푸른 지붕을 가진 집은 딱 한 채밖에 없었다. 윌리엄은 가볍게 노크했다. 그랬더니 이 집의 가정부로 보이는 어린 여성 한 분이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클라임백작부인, 손님이 오셨습니다."

2층으로 연결되어 있는 중앙 계단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시온, 그리고 윌리엄. 오랜만이네요."

2층에서부터 걸어내려오는 클라임백작부인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진상의 느낌]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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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30 23:28 | 조회 : 650 목록
작가의 말
크림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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