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20화

마차를 타고 가라는 그녀의 아버지에 할 수 없이 타고 가지만 저택 밖에 나간 후부턴 마차에서 내려 하테르토만 데리고 걸어다녔다. 한달에 한번꼴로 볼 수 있었던 공녀가 다시 이리 나오자 이곳의 상인들은 하나같이 공녀님 나오셨습니까? 오늘도 예쁘십니다!라는 듯한 목소리를 하며 들뜬 듯 웃어댔다. 미소뒤에 숨겨진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던 벨루디아는 이내 활기찬 거리를 보고 웃었다. 아직은 좋은 곳이구나?


"저... 공녀님"


앙상한 뼈가 보이는 소녀였다. 소녀는 공녀에게 다가갔고 그것을 저지하는 손길은 없었다. 다만 하나같이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았을 뿐. 그 소녀는 울면서 내 어머니가 아프다 살려달라는 말을 했다. 그게 더러울 법도 하지만 벨루디아는 아름답게 미소지으며 어머니의 병세가 많이 아프니? 허면 약을 살 돈은?


"없어요... 저희 아버지께선 이미 도망쳤고 오라버니도 어디선가 돈을 보내고는 있으나 턱없이 모자라요.. 그러니 일자리를 만들어주세요 열심히 열심히 하겠습니다"


작은 얼굴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는 소녀에 '돈'이 아닌 '일자리'라고 말한 소녀에 벨루디아는 현명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대략 10살 정도 되어 보였다. 벨루디아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뭐니?"


"예?"


"이름말이다."


"저 그게.... 없,습니다"


"이름이 없다? 허면 뭐라 불렸니?"


"야, 이년아, 멍청아...?"


"그래. 혹시 하녀를 해보지 않겠지? 한달에 1골드씩이란다"


1골드는 100실버였고, 1실버는 100브론즈 였다. 1실버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50실버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녀요?"


"그래. 네 어머니와 같이 살 집도 내 이름으로 구해주마"


현명하고 성실한 아이는 정말 좋은 인재였다. 살짝 그녀의 인재욕이 넘처 흐르며 그 아이를 수중으로 끌어들였다. 벨루디아는 인재들을 잘 뽑는다. 그리고 그 인재들을 잘 보살핀다.


"이름은 키린이 좋겠구나"


"키린..."


뜻은 지혜로운 어린이라는 뜻이다. 키린은 홀쭉해진 소녀는 인사를 하며 가려했으나 벨루디아가 작은 돈을주며 말했다.


"자, 약값이다. 사고 저택에 오거라"


"감사합니다 공녀님..."


뛰어가는 소녀의 뒷모습이 퍽 불쌍해 보였으나 벨루디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택으로 갈 마차를 탔다. 저택으로 돌아가니 벌써 2시경, 점심식사는 뛰어넘고 3시에 있는 제 4황자 교육을 실시하러 가야했다.


"공녀님! 이것 드시면서 가세요! 저희 주방장이 만든 쿠키인데 맛있더라고요!"


"알겠어 들어가 아직 추운걸"


"네 공녀님!"


마차는 저택에 도착하지마자 다시 출발하였고, 황궁으로 간 마차는 제 4황자 처소에서 멈췄다. 본래는 황궁 앞에서 멈춰야하지만 벨루디아의 특권 중 하나였다. 본래 교사의 특권이기도 하고 말이다.


"디아 누님!"


"아시레타인 폰 프린 데아펠론 제 4 황자 전하께 벨루디아 데 루나에트가 인사올립니다. 제국에 영광을"


"에? 누니이임 왜 이렇게 딱딱해지셨어요?"


"황자님 예절 선생이니까요? 자 앉으시지요"


"네에~"


"말투, 너무 바람이 빠집니다. 잡으세요. 앉는 자세도 무르네요 허리를 쫙 펴고, 누구보다 고고하게 서 있으세요"


"누님 이거 말고 놀러 나가면.... 알겠어 할게요..."


벨루디아의 눈빛에 상황이 종결 되어버렸다. 놀러가고싶다고 투정부리던 소년은 황자 예절 수업을 철저히 들었고, 그 이유는 벨루디아가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알기 때문이다. 제 4황자의 목줄은 그의 가족과 벨루디아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솔직히 믿을만한 사람이나 가족 앞에선 풀어지셔도 됩니다. 다만 사교계에선 품위를 떨어뜨리지 마셔요"


"알겠습니다. 공녀"


"좋아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흐엉 누니이임 나 피곤해"


"이거 먹어. 우리 주방장 수제 쿠키야. 맛있더라고?"


예법 수업이 다 끝나자 둘을 편한 친구마냥 이야기하며 웃고 먹었다. 벨루디아와 아시레타인의 나이차이는 고작 1살. 그래서인지 더욱 잘 맞았다.


"아인. 난 이만 가볼게"


"으응... 벌써가는거야?"


"바쁘니까, 다음엔 더 빨리 끝내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자"


"디아 누님 그거 약속해야한다?"


"물론, 다음 황실교사 수업 잘듣고, 일주일 뒤 물어볼거야"


"응! 알겠어~ 잘가 누님!"


헤실 웃으며 배웅해주는 아시레타인은 이내 웃음을 거두었고, 앉아서 그 누구보다 고고함을 표출해내었다.


"요즘들어 향이 진해지네, 곧 부활하려나"


싱긋 웃는 아시레타인은 어딘가 달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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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테르토와 저택으로 돌아온 벨루디아는 지금으로부터 약 3시간 후에 있을 쥴레아 백작가 파티를 준비했다. 쥴레아 백작 영애와의 연이 지금까지 작용했기에 초대받은 것이다. 현재로서 사교계의 꽃은 셀리나 세 크렌 즉 크렌 후작 영애이다. 하지만 신성제를 통해서 데뷔를 하면 꽃은 벨루디아로 바뀔것이다.


"좀 살살하렴, 내가 누구에게 예뻐보이러 가니? 그냥 눈도장이야 이리 안해도 ㄷ"


"공녀님, 모르는 소리! 오늘 사교파티에 크렌 후작 영애까지 온단 말이에요. 오늘이야 말로 제대로 표출 하셔야합니다!"


벨루디아보다 하녀들이 더 들떴다. 그것도 심각하게. 벨루디아는 들뜬 그들에게 몸을 맡겼고, 2시간 후에서야 풀려났다.


"파트너는... 어쩌지"


별로 상관은 없었으나 파트너 없이 가기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약간 좁아진다. 파트너가 있으면 그 파트너를 빌미로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이 많으니까. 벨루디아의 머리에는 눈도장 찍은 후 집가자! 였다.


"하테르토, 내 파트너할래? 준남작이면 귀족이고 파티에 참석해도...."


"안 갈겁니다. 공녀님 파트너는 따로 있잖습니까"


"에, 있어? 누군데"


"클레이온 대공자님말입니다"


"음... 선배님은 싫어. 내 팀이었던 것 빼고는 접점이 없어"


"축제때 마다 같이 다녔잖습니까?"


"아카데미 킹퀸이었으니까. 역대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킹퀸이라잖아 같이 다닐 수 밖에 없었어"


"그럼 이번 에스코트는 누가...?"


"혼자 가지 뭐. 쥴레아 백작 영애를 보러가는 거니까 딱히 파트너가 없어도 괜찮지 않아?"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하는 벨루디아에 하테르토는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오늘 하테르토는 안 올거지?"


"예. 사교모임인데 제가 가면 안되지요"


"알겠어"


벨루디아는 일어서며 웃었다. 그러고는 마차로 가는 그녀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다녀올게 내 일 부탁한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오른 손을 가지런히 왼쪽 심장에 가져다되고 한 무릎을 꿇었다. 벨루디아는 고개를 두어번 저은 후 마차에 탑승해 쥴레아 백작가로 향했다. 하테르토는 마차를 탄 벨루디아를 보고 하늘을 쳐다봤다.


"언제까지 감시할거지?"


"어라 내가 보여? 대단한걸?"


"누군데 공녀님을 감시하는거냐"


"대충 저분의 호위기사. 하늘을 나는 호위기사랄까~"


"고용인 중엔 네가 없던데"


"당연하지 난 오로지 저 분에게만 속하는 호위라고?"


하테르토는 이런 저런 생각을 했고, 한 남성은 웃었다.


"벌써 저기까지, 난 가본다 수고해"


여유롭게 손까지 흔들어 주는 그에 벙쪄져 있다가 이내 쫒아가려했으나 이미 어디로간지 보이지 않았다.


"...공녀님을 혼자보내는게 아니었어"


입을 살짝 깨문 후 준비를 하고 말을 탔다. 그리고 쥴레아 백작 저택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벨루디아는 이미 도착해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에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앉을 자리를 찾았다. 아무리 무도회라 한들 힘들 땐 자리가 있어야 하기에.


"어머! 디아 오랜만이에요. 늦었으나 르데아 아카데미 조기 졸업을 축하드려요"


"렌, 렌이야 말로 절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저 이게 처음이거든요"


티 묻지않는 순수함. 벨루디아의 특기였다. 그렇게 자아내는 모습은 주변을 울리기에 적합했다. 그리고 이제 혼인식을 올릴 나이가 되었기에 벨루디아를 노리는 남자들도 있었다.


"ㅈ...저...저와 춤을 춰주시겠습니까?!"


"... 물론이죠."


벨루디아에게 이렇게 춤을 신청하는 건 기본, 내가 갈 때마다 따라다니는 이도 있었다.


"이게 누구시죠? 루나에트 공녀님이시군요! 그날 뵈고는 처음 뵙군요"


"그러게요 크렌 영애.


"어쩜... 성장하시더니 아름다워지셨군요. 신성제 때 데뷔식을 한다 하셨다면서요?"


크렌 영애를 중심으로 둘러싼 영애무리들이 벨루디아의 칭찬을 쏟아내자 벨루디아는 실소를 머금었다. 내가 꺼져라는 한마디를 하면 사라지겠지만 뒤에선 욕을하겠지 또 소문이 나면 귀찮아 지니...


"그렇답니다. 제가 데뷔하는 것 까지 아시다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크렌 영애. 좀 피곤해서요"


너희들과 부딪쳐 더 힘들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고, 이내 그들은 길을텄다. 우아하게 사라지는 그녀를 보고 크렌 영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우리 친구가 되는 것을... 꺼려하나봅니다"


공녀님도 너무하네요 부터 시작해 여러 험담이 나왔다. 벨루디아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두어번 저었고 사람이 없는 테라스로 들어가 차가운 겨울을 보았다.


"나와있으시군요?"


"누구...?"


"전... 벨루로스, 제 1장의 악.. 아니, 호위기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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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20 09:28 | 조회 : 1,215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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