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18화

"인명피해는"


"인명피해는 없으나 곡식창고가 무너져 눈에 깔렸다고 합니다"


"식량 지원을 우선적으로 하고 부서지지않은 집으로 주민들 다시 입주 시켜. 그리고 창고를 다시 지은 후 산사태 조짐 조사한다"


깔끔하게 상황이 정리된 상황은 아니었으나 꽤 깔끔한 내용이었다. 하테르토는 바로 실시했고, 몇 가지의 서류를 더 결제한 후 마지막 종이를 보았다.


"이건... 대의부 초청장인데 검토 물자가 아니야"


"그건 황실인장이 있기에 바로 보내드린겁니다"


화려하고 수려한 날개를 중심으로 여러 별들, 날카로운 칼, 방패까지 적절히 배치된 것은 공식 인장이었다. 공식인장이라 함은 주요 서류 처리 및 임명장을 의미했다.


"나를 대의부에 넣고싶다?"


벨루디아는 그 귀찮은 곳에 가기 싫었다. 게다가 영애라는 신분이므로 나서서 바깥일을 하는 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 되었다. 특히 루나에트가 공신이라하더라도 아니꼽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의부는 절대 가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하는 순간 노크소리가 들렸고 다시 문쪽으로 눈을 돌리자 익숙하지만 낮선 생김새의 사람이 서있었다.


"음... 전하께서 어찌?"


황태자였다. 그가 이리 직접 당도할만큼 큰 일이 벌어지지도 않은 마당에 이곳에 온 그에 놀람도 잠시 이내 일어나 우아한 꽃마냥 인사한 후 앉으라는 듯 자리를 내어주었다. 황태자와 마실 차와 다과를 내오라 하녀에게 시켰고 하녀는 급하게 나가 준비했다


"대의부에 넣으라 결정한 것은, 나도, 어머니도 아닌 폐하시다."


"예?"


이건 또 의외의 스토리였다. 황후의 입김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니?


"폐하께서... 네게 줄 자리. 꽤 높아"


"그렇습니까?"


이내 벨루디아는 받아들이고 담담해졌다. 일단 결과는 반대이기에 그저 자신의 사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번 신성제에 네 대답을 듣는다 한다"


"아니요. 지금 들으셔도 됩니다. 저는 하지 않겠.."


"아니, 꼭 신성제라고 하셨어. 그때의 목소리가 네 진심이 담긴 목소리일 것이라며 말이야. 그럼 이만 가보겠다"


"헌데 굳이 전ㅎ... 아니 오라버니가 올 필요가 있었어?"


훅 들어오는 벨루디아의 반말에 황태자는 당황했으나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그만큼 우리 황실에선 네가 필요하다는 뜻이야"


역시 제멋대로 아니랄까봐 그저 자신의 할 말만하고 가버렸다. 저택에서 나가는 그를 창문앞의 티 테이블에 앉아 지켜봤다. 곧 황태자는 태자비 책봉이 있을텐데 직접왔을까.


"황실에 무슨일이라도 생겼나 날 끌어들이는 거면 적어도 반란?"


벨루디아는 실없는 소리라며 피식 웃은 뒤 검토할 서류가 없다는 인식이 되었는지 입에서 '귀찮아'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하테르토는 또 언제 들어왔는지 책상을 정리하며 대꾸했다.


"습관 좀 고치십시오 이미 다 하고 티타임 중이시잖습니까?"


꾸중의 말에 벨루디아는 입을 꾹 다물며 얌전히 차를 마실려는 기미를 보였다. 다만 기미만 보였을 뿐 역시 사람하는 일은 끝까지 봐야했다.


"신성제 까지 별로 안 남았네"


"그러게 말입니다. 헌데 공녀님. 클레이온 대공자께 부탁 하셨습니까?"


"아니? 나는 그분께 피해끼치기 싫어. 고모님도 이해해주시겠지. 그냥 공작가 차남들 중 한 명 데려가지 뭐"


그렇게 발코니로 나간 후 바람을 쐬니 벌써 해가 저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꽤 싸늘한 바람이었지만 사실 따뜻함을 감춘 바람이었다. 벨루디아는 살며시 부는 그 바람에 눈을 감다가 떴다. 머리카락이 살짝씩 떠 뒤로 날려가는 은빛이 가히 아름다웠다.


"공녀님, 저녁 드시러 내려 가시겠습니까?"


"어? 음... 오늘은 대충 먹을래 방으로 들고와줘"


"예"


정중히 인사하고 나가는 하테르토를 보고 발코니에서 방으로 들어와 창문을 닫았다. 작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서 축 늘어졌고 너무 할 짓이 없는 나머지 한숨을 쉬었다.


"대의부"


대의부, 가장 큰 정무를 보는 데아펠론의 최고 기구. 대의부는 현황께서 만들어 흔들리던 나라를 바로 세운 기구였다. 현황이 황태자 시절, 그는 이미 그 당시의 황제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일 처리 능력으로 보나, 몸을 사용하는 능력으로 보나 어느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그 누구도 꼬아 내리지 못하는 이였다. 그렇게 황제로 등극해 아주 아름다운 데아펠론을 만들어 백성들의 민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단한 기구에서 한낯 영애가 발을 들이면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반발이 클 것이다.


"하, 머리아파... 하테르토는 지금 만들어오는거야? 왜이렇게 늦어"


빼액 거리기 전 심호흡을 하며 빼액이라 하는 순간 들어오는 하테르토를 보고 다시 품위를 차리며 앉았다. 하테르토의 얼굴엔 물음표가 띄어있었으나 간신히 무시하고 그가 들고오는 음식을 보았다.


"우리 집 요리사가 빠네를 만들 수 있었나..?"


"제가 만들었습니다. 저번에 잘 드시길래요"


그래서 늦은거면 한번은 봐주도록하지라며 마음 속으로 인심을 쓰는 듯 그를 봤고 생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포크를 들어 돌돌 말아 작은 입에 넣었다. 하테르토는 만능일게 분명하다. 뭐이리 완벽한거지? 역시 재능은 있는 이에게만 있는 것 같다.


"맛있어"


"공녀님 입맛에 맞췄습니다"


역시 하테르토. 라며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고 기분좋게 음식을 먹어치우자 디저트와 밀크티가 나왔다.


"오늘 디저트는 밀크 크레이프와 밀크티 입니다"


"왠일로 밀크 크레이프를"


먹는 것은 우아한 백조였으나 하테르토는 그녀의 얼굴이 들떠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리 먹어도 살이 안찌는 벨루디아였다. 이유는 마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마법사들은 다 얇다. 그리고 속이 튼튼하기 때문에 마법사 중 전투 계열은 몸을 변이시키기 좋은 몸 중 마른 것을 선택하기에 그 몸을 위해 마법으로 몸을 만들었다.


"하테르토, 나 할 말 있어. 내일 아침 7시에 내 방으로 와. 오늘 수고했고, 잘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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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3 07:55 | 조회 : 1,346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짠! 수요일 아침 즐거운 소설로 시작해봅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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