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15화

그런 소년은 개국공신인 3대 공작가 중 루나에트 공작가로 팔려왔다. 하테르토는 그 곳에서 살인, 도둑질을 하지 않고 오로지 힘을 썼다. 루나에트 공작이 사들인 이들은 하나같이 하테르토 같은 어린 남자아이였다. 그때 벨루디아는 자신 옆에 있는 유능한 집사를 찾고있었다. 아직은 어머니가 있지만 언제 제게 넘겨줄지 몰랐기에. 그래서 똑똑하다는 평민 남아들을 끌어모아 테스트를 봤고, 벨루디아의 마음에 드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벨루디아는 아버지께 부탁해 또래 남자 천민들 중 유식해 보이는 이를 사달라 했고, 노예라는 말 때문에 거북하긴 했어도 한명을 뽑고나면 나머진 직접 세운 고아원에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벨루디아의 하녀는 그 천민들을 데리고 와 앉혔고, 문제를 주었다. 벨루디아와 같이 배운 아이들에겐 아주 쉬운 것이었다.


"이런 재능을 가진 이도 이 나이에 별로 없네"


벨루디아는 그들의 이름을 쓴 테스트 용지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보는 순간 놀랐다.


"하테르토...? 그 소년이네!"


벨루디아는 좋은 인재를 찾았다는 듯 작게 웃었다. 그렇게 하테르토는 벨루디아의 응접실에 불러왔고 앉아있었다. 하테르토는 문제들을 일부러 꼬아 풀었다. 윗분들에게 찍히기 싫은 마음도 있었고 살인이나 도둑질 같은 것들이 습관이기에 윗분들을 죽일 수도 있기에 말이다. 하테르토는 작게 웃다가 이내 계속해서 일을 했다. 그때 중년 여성 하녀로 보이는 사람이 하테르토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하테르토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다.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공녀님께서 올터이니"


그 공녀라는 소녀. 은근 똑똑한가보다. 꼬아서 푼 걸 보다니. 하테르토는 꼬아서 푼 문제를 알아본 소녀가 궁금해졌다. 밖에서 앳된 여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들어오는 그 여아는 은발의 금안. 제가 아는 소녀였다.


"은발, 금안... 맞아 루나에트의 상징이었지"


하테르토는 이 기구한 운명에 저 소녀의 목숨이 있는 건가 생각했다. 작게 중얼거린 하테르토의 말을 듣지 못한 벨루디아는 그에게 방긋 웃어보였다.


"또 만나네!"


"..."


"왜 안 기뻐보여? 나 싫어해?"


하테르토는 아무말 하지 않고 소녀를 보았다. 벨루디아는 하테르토 앞의 의자에 앉으며 본론부터 들어갔다


"내 집사가 되어줘"


"싫어"


"에 이렇게 단호할 줄은 몰랐는데. 왜?"


"그냥. 귀족이랑은 엮이기 싫거든"


"그래? 그 이유라면은 힘들겠네"


소녀는 포기가 빠른 성격인가 보다. 나에겐 그게 더 좋지만. 벨루디아는 알겠다며 끄덕였다.


"너 뭐 좋아해?"


"나? 알아서 뭐하게"


"그냥 참고하게."


"나는 단검 좋아해"


소년의 입에서 칼 종류가 나오자 어색하게나마 표정이 굳었다. 소년은 그 소녀가 자신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되었나 라는 듯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단검은..."


벨루디아는 단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나이 5살에 그 단검을 주문하려면 아버지의 승인이 필요했고, 그럴려면 비밀리에 집사를 들이려는 게 실패로 돌아가기에 엄청 고민했다. 즉 하테르토의 생각과 일치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있다면 단검이랄까


"그거 말고 딴건?"


"없어"


"후.. 하는 수 없지 린"


"네 공녀님"


"이 종이 대장간에 넣어놓고 심플하고 질 좋은 단검 2개 만들라고 해줘"


하테르토는 귀찮다는 표정 반 당혹스럽다는 표정 반으로 벨루디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벨루디아는 응접실에서 일어가 하테르토를 보았다.


"또 보자"


하테르토는 그냥 보내는 건가 싶었지만 그저 일어나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가녀리고 지켜주고 싶은 소녀. 처음 만날때 부터 그런 이미지의 소녀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벨루디아 데 루나에트의 나이는 5살로 아는데"


어떡해 저렇게 똑부러질 수 있을까. 하테르토는 제 주위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벨루디아를 생각했다. 귀족이라서 그런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소녀는 하테르토를 한번 더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이거 줄게. 특수 제작한 단검"


소녀는 생긋웃으며 단검을 전해줬고 그걸 받은 소년은 얼떨떨했다. 벨루디아는 소년의 손에 쥐어진 단검을 보고 뿌듯해 하는 것 같았다.


"미스릴이라는 걸로 만들었대 마음에 들어?"


하테르토는 또 한번 경악하고 말았다. 미스릴은 쉽게 깨지지 않을 뿐더러 비싼 종류의 철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 5살 소녀 벨루디아가 제게 넘긴다는 건 집사 이후의 딴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녀는 단검을 받은 하테르토를 계속해서 바라보았고 하테르토는 벨루디아를 보다 이내 단도를 돌려주었다.


"안 받을래"


"왜?"


"너무 비싸고, 나한테 안 어울려. 가뜩이나 줄 이유는 더더욱 없잖아"


"아니야. 너 기억력 꽝이구나? 내가 놀아준 보답으로 선물준다 했잖아"


벨루디아는 하테르토를 바라보다가 다시 제 손에 있는 단도를 그에게 주었다.


"그게 이거야. 그리고 다시 부탁할게 내 집사가 되줘"


벨루디아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그랬기에 더 굳건해 보였다. 하테르토는 다시 한번 싫다고 명확히 말했다. 소녀는 그의 대답을 듣자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될건 알았지만. 그래도 좀 씁쓸하네. 알겠어 담에 또 봐"


벨루디아는 응접실을 나갔다. 하테르토는 그 날 이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벨루디아를 만나 설득 당했다. 하테르토의 고집보다 더욱 큰 똥고집이 벨루디아였다. 벨루디아는 하루에 한 번씩 그에게 설득했고, 하루에 2번 이상 설득한 적이 없었다. 오늘도 허탕을 친 벨루디아는 알겠다며 또 돌아섰고, 이내 자기 방으로 간 벨루디아를 보고 그도 일을 하러 갔다.


"여 하테르토~ 매일 공녀님 보다니 부럽다."


"그럼, 나 대신 갈래?"


"그러고 싶지만 되냐? 난 머리가 나쁜데"


하테르토는 자신의 머리가 나쁘다 칭하는 자신의 친구의 등을 때려주면서 말했다.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내가 지나치게 잘난거니까 걱정마"


"너 좀 많이 음... 얄미워"


하테르토는 그런 친구들에 웃었고, 그들도 그렇게 웃었다. 반복해서 일어나는 상황. 하지만 하테르토는 꽤 괜찮다고 느꼈다.


"여기 하테르토가 누구냐"


"접니다"


"네 어미가 오늘 죽었다."


어머니를 놔두고 이곳으로 온 이유는 아픈 어머니의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죽었다는 충격적인 말에 소년은 거짓말이라며 돌이질 쳤으나 그 또한 어린아이. 그렇게 눈물을 터뜨렸다. 소년은 그곳을 벗어나 시궁창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매일 봤던 몸 무거운 중년 남성을 보았다.


"네 짓이지.. 내 어머니를 살려준다고 했잖아!"


"쓸모없는 쓰레기를 내가 왜?"


중년 남성은 그 작은 소년을 비웃었고 소년은 뒷걸음질까지 쳤다. 그렇게 비열한 그 남성은 귀족이었다. 단층 남작의 귀족.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당신은!"


"그래 고맙구나"


소년은 그 중년 남성을 뒤로한채 냅다 달렸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갔다. 이미 죽은지 꽤 된걸까, 어머니의 체온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하테르토는 어머니를 감싸안으며 울었고, 그곳으로 가면 안되는 거 였는데 라며 한탄했다. 노예상에 팔려가기 전에 탈출할 걸이라는 후회도 함께. 하테르토는 시궁창 근처 산 깊은 곳에 어머니를 묻어주었고 더러운 몸으로 공작가에 들어갔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소녀를 만나게 해달라 애원했다. 집안의 사용인들은 이게 무슨 짓이냐며 하테르토를 나무랐지만 벨루디아는 그런 하테르토를 보다가 다가갔다. 그리고 웃으며 물었다.


"집사가 되줄래?"


"그래. 그까짓 집사 되어줄게 그러니! 그러니 그 개새끼 좀 죽여줘 그 새끼 좀!"


벨루디아는 하테르토를 저택 로비에 놔두고 뒤돌았다.


"싫어. 난 죽이지 않아. 다만 네게 죽일 수 있는 힘을 줄게"


"뭐..?"


"그 자. 단층 남작이잖아. 나도 네게 단층 남작 지위를 준다고"


꽤 충격적인 발언이었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그를 따르는 이에게 아주 낮은 귀족 작위조차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단층 남작 직위를 선물했다.


"귀족과 귀족 사이의 결투는 꽤 반가운 유흥거리지."


소녀는 하테르토 못지않게 영악하고 잔인했다. 그리고


"내 집사가 된 걸 환영해"


천사와 악마가 뒤섞인 듯 한 형태의 소녀 곁에 있고 싶은 충동이 들기 시작했다.


"네 이름은 하테르토 데프. 데프 단층 남작의 직위야. 오로지 나를 위한 직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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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27 16:00 | 조회 : 1,261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15화입니다ㅏㅏ 하테르토의 과거를 바탕으로 한! 조금 아픈 그런..! 하핳 재밌게읽어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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