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16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하테르토는 무릎을 꿇었고 맹세했다.


"공녀님께 제 모든 것을 받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벨루디아는 뒤를 돌며 생긋 웃었고 하녀에게 지시했다. 저 아이를 집사에게 보내 일주일 안으로 모든 지식을 집어넣으라 명했다. 우아한 발걸음을 따라하는 것 마냥 걷다가 이내 그녀의 어머니께서 오자 그것이 없어졌고 막 어린 아이가 되었다. 품에 안기는 벨루디아는 행복해 보였고, 하테르토는 손에 쥐어진 단층 남작 지위를 보았다. 돈으로 작위를 살 수 있는 시대. 그 시대는 이제 지나고 지금은 황권이 강력해져 있었다.


"어머니 기일은, 내일입니다 공녀님 이런 누추한 곳에서 주무실 겁니까?"


"안될 건 뭐가있어. 오랜만에 고아원도 가보고 해야지"


"최대한 이런 곳은 피하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걱정마 나도 내 몸은 지킨다고? 그건 그렇다 치고 벌써 9년전이네."


하테르토는 작게 긍정의 의미를 전하며 품에 있는 단검을 생각했다. 그리고는 앞에서 빛나는 벨루디아를 한 번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때 그녀가 제 주인이 되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거나 허무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벨루디아는 참 신기했다. 아픈 이들을 감싸주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무슨 득이 있다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아원을 한동안 못가서, 걱정이 많았는데 괜찮은거 같네"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그들은 어느새 고아원에 도착해있었다. 꺄르륵 웃음 소리가 이곳에 울렸다. 9년전에 사들였던 남자 노예들은 이곳으로 오면서 평민의 신분이 되었고, 그 대신 이 고아원의 주체가 되어달라 명하던 벨루디아의 모습이 아직까지 선명했다. 그곳에는 어린 아이부터 20대까지, 모두들 지내고 있었다. 10대 후반에 고아원을 떠나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꿈을 찾기위해 떠난이들이다. 가끔씩 편지를 보내오는 이들을 보면 행복해보였다. 한 번씩 들러 기부도 많이 해주었다. 그리고 현재 들어오는 이들도 마음의 문을 잘 열었다. 이 고아원은 고아원생들이 직접 일구었다. 그것을 도와주는 벨루디아의 지원하에서 말이다. 필요할 때 저택으로 오면 일자리를 주기도 했다. 그런 호의에 그들은 이 고아원이 타락하지 않게끔 아주 열심히 가꾸었다. 그 결과 현재 고아원은 여느 저택 못지않게 넓었으며 아름다웠다. 시궁창과는 어울리지 않았으나 더 이상 이곳은 시궁창이 아니었다.


"어? 예쁜 아가씨 또 오셨어요!"


벨루디아에게 익숙한 금발머리 남자아이였다. 재작년에 들어왔었고, 저번에 한 번 왔을 때 그녀에게 제일 먼저 마음의 문을 연 소년이었다. 벨루디아는 자신보다 작은 소년을 안아들며 고아원으로 들어갔다.


"잘지냈니 넬"


"네! 요즘에는 형아들이 귀여운 동물들도 데리고 와서 같이 놀고 있어요"


"귀여운 동물들?"


"이 멍멍이들이요!"


아직 다 크지 않은 새끼 개였다. 강아지들은 모두 건강하고 활기차보였다. 여러 아이들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은 대략해도 10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멀리서 뛰어오던 연초록 머리의 남성은 웃으며 벨루디아를 맞이했다.


"공녀님. 오랜만이시군요. 날이 춥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아니다. 저 아이들과 강아지들을 좀 더 보다 가겠다."


"그럼 알겠습니다"


"언제 나왔지 저 아이들?"


"약 20분 가량 되었습니다"


"더 나와 있다간 감기걸릴 수도 있겠네. 10분후에 들어갈게 아이들의 디저ㅌ...아니 간식을 준비해줄래?"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간 소년을 놔두고 벨루디아는 넬을 내려 놓으며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넬과 갔다.


"엇 넬! 어디갔다 왔ㅇ...헉! 디아언니이이이!"


친근하게 언니라 부르는 소녀는 레지아였다. 부모가 이곳에 버리고간 소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부모가 버리고 간 이곳이 더 좋다 선언한지 오래였다. 밝고 귀여운 인상의 소녀였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그럼요 제가 누군데요!"


주변 아이들도 벨루디아에게 몰려들었고, 벨루디아를 처음보는 강아지들도 소녀에게 몰려들었다. 하테르토는 아이들에게 둘러쌓은 벨루디아가 새삼 아름답다 느껴졌다.


"이제 들어가자. 감기 걸릴라"


"에~ 나온지 1시간도 안됬는데요?"


"겨울이잖니? 감기걸릴라 자 들어가자"


여느 영애들 보다 약간 큰 키를 소유하고 있는 벨루디아는 이곳 고아원에서도 아이들보단 큰 키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강아지들과 같이 안으로 들어가는 벨루디아는 살짝 뒤를 돌아보며 하테르토를 보며 웃었다.


"테르도 와 거기서 뭐해"


테르는 발을 옮겼고, 벨루디아와 아이들이 들어가지마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핫초코와 비스킷을 먹으며 이런저런 일을 했다. 모두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물자 지원 또한 벨루디아의 사비로 하는 것이었기에 잘 사용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어딘가로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넬은 어디갔니?"


"아, 넬은 이번년부터 보석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예쁜 보석을 만들어서 공녀님과 레지아에게 선물한다나"


레지아와 넬은 8살로 동갑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습득력 같은 게 빨랐다.


"보석 공예라... 레지아는 어디간거야?"


"요즘 검술을 배운다고 막 들뜬 참이었어요. 벌써 배운지 6개월이 됬군요"


모든 물자가 충분했기에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고아원은 귀족들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평민들은 한번쯤 오고 싶어했다. 사실 이곳을 만든 목적은 벨루디아의 만족감이었다. 생일선물로 만들어 주라 했던 곳에서 평민 아이들을 보며 행복해 하던 건 벨루디아와 그녀의 어머니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걸 보니 다행이네. 너희들은 하고싶은 것 없니?"


"고아원을 돌보는 것을 하고싶어서 형아랑 누나들에게 배움받고 있어요!"


"기특하구나"


그렇게 오후가 지나 잔잔한 밤이 되었다. 벨루디아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벨루디아의 방이 따로 있었으나 벨루디아는 방 대신 로비를 선택했다. 아이들은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 했기에 아직 마음의 문이 닫힌 아이들 빼고는 모두 이곳에서 잤다.


"오늘 우리랑 같이자요?"


벨루디아는 살포시 작은 웃음만을 지은채 끄덕였다. 벨루디아는 하테르토를 보고 이곳에 오라며 앉혔고, 하테르토 주변에도 많은 아이들이 붙었다. 이렇게 보면 둘 다 일처리를 확실하게 하는 이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잔잔한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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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29 16:54 | 조회 : 1,248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우리 벨이 아주 부드러워졌는데 음... 곧 있으면 장미가 될 예정입니다ㅏ~ 아카데미를 쑤욱 넘어 갈 예정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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