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6화

"널 쳐다보는데 어째서 우리 때문이니?"


공자들이 기본적인 눈치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곳에만 둔했다. 정치 문제는 잘만 생각하더니, 잘만 눈치 채더니 어째서 이런것만 몰라 나를 곤란하게 만들까 생각하며 벨루디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생긋 웃으며.


"오라버니들이 너무 멋있어서 질투하는 것 아닐까요?"


예의상 한 말일뿐 아무 감정이 섞여있지 않았다. 현재 벨루디아는 집에서 뒹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테르토를 데리고 왔긴 했어도, 그가 내게 다가올 수 있을 땐 파티가 끝나고 였다.


"왜 질투를 해? 우리가 쟤들 애인이야?"


큰소리로 말하는 그에 뒤에서 속닥거리던 영애들은 볼을 붉혔다. 애인이란 말에 감격한건지, 아님 수치스러운건지. 그녀들 중 한명이 벨루디아에게 다가오자 벨루디아는 4명의 공자를 놔두고 그들에게 조곤조곤 인사하였다. 그 영애들은 그런 공녀를 보며 웃으며 자기가 사교계의 꽃이라는 듯 말을 시작했다.


"이번 황후 폐하의 주최권을 조금 가지고 계신 공녀님 아니십니까?"


누가봐도 비꼬려는 것이다. 벨루디아는 하찮다고 생각했으나 겉으로는 들어내지 않았다. 어디보자... 크렌 후작가의 2째 여식이렸다?


"크렌 후작 영애, 그렇답니다. 제가 감히 고모님의 주최권을 약간 나눠가졌습니다."


크렌 후작 영애는 살짝 당황했다. 쟤가 날 어떻게 알지 하는식으로. 루나에트 공녀는 이 델아펠론 제국의 황후 다음으로 가는 여인이다. 황녀가 존재하지않고, 다른 황제의 후궁이 존재하지 않으며 3대 공작가 내에서도 홀로 여인이기에. 그런 여인인데 설마 귀족가 영애들을 모를까 그것도 그녀의 아버지가 후작씩이나 되는데.


"아아, 그렇겠군요. 뭐 사촌지간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요"


크렌 후작 영애는 차기 황후 즉 황태자비가 목표였다. 그리고 실제로 예비 황태자비이기도 했다. 벨루디아는 그런 영애를 슬쩍 보고 쟨 황후되기 글렀네 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직 12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 하지만 17살이 된 크렌 후작 영애보다 훨씬 숙련도가 뛰어나보였다. 크렌은 그것을 깨달았는지 아까보다 누그러진 기세로 그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다음에 성인식이 있을때 제가 먼저 공녀께 꽃을 드리지요"


"기대하고 있겠습니..."


"그건 안되지, 성인식 꽃은 우리가 먼저 줄건데?"


저런 상식없는 테루아느 차남 같으니라고 지금 끼어들 타이밍이냐! 속에선 열불이 났지만 뭐 끊어준 건 고맙네. 거기서 안절부절하는 줄레아 백작영애가 보였다. 크렌 후작 영애는 이만 가보겠다며 인사를 했고 등을 돌리지마자 이빨을 세게 물었다. 벨루디아는 사선방향으로 그 모습을 보았고 풋 웃어주었다. 그리고 줄레아 백작 영애 앞으로 갔다.


"아까 말을 끊어서 죄송해요 줄레아 백작 영애. 저 분들이 저를 과보호 해서요"


"아 소문은 들었습니다! 공자님들이 공녀님을 친동생 처럼 아껴한다는 것을요. 그... 그러니까 공녀님 성인식이 끝나고"


줄레아 백작 영애는 딱히 줄이 없었다. 큰 부와 명예가 있는 그런 집안이었으나 딱히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 영애가 직접 벨루디아에게 다가가 이것 저것 물어본다는 것은 저 둘로 인해 하나의 계파가 더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교계의 계파는 꽃 혹은 뱀이었다. 크렌 후작 영애가 수장인 계파는 거의 뱀이라고 본다면 줄레아 백작 영애는 꽃에 가까운 인물이다. 다만 후작보다 지위가 낮을뿐. 그런 그녀와 친구를 맺는 것은 좋은 수확이었다.


"아아 이런 것들을 말하기전에 저는 플레인 드 줄레아 입니다. 편하게 렌이라 불러주세요"


그녀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줄레아 백작 영애가 먼저 친해지자 하였으므로 마다하지 않았다.


"전 벨루디아 데 루나에트 입니다. 벨이나 디아라고 불러주세요"


"가끔 디아 공녀님의 저택에 놀러가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길"


플레인은 진정한 친구를 만난듯 기뻐보였고 벨루디아도 그리 나쁘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다시 4명의 공자들 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얼마 후에 집으로 가겠다 말했다. 이미 얼굴도 비추었고 오늘의 주인공은 황태자이기 때문에 벨루디아의 임무는 끝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벌써 가는 거니?"


"음... 좀 피곤해서요"


"그래 요즘 피곤해 보이긴 했다.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가 없을터인데 괜찮겠니?"


"네 고모님. 아버지 곧 돌아오실것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리죠 뭐. 이번 가뭄은 그리 길지 않다던데 그리하면 4개월정도 못보는 것이잖아요 괜찮아요"


황후도 이 여린 아이에서 나오는 말이 너무나 강인해서 품어주고 싶었다. 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작은 벨루디아를 품에 안으며 무서우면 황궁으로 오라는 듯 속삭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황후 다음으로 대단한 공녀를 보았다.


"공녀."


"폐하"


"고모부라 불러다오 괜찮단다."


"예... 고모부님"


황제는 자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내주었고 황후 또한 그런 황제를 보며 이것저것 말해주었다. 황제는 황후를 매우사랑했고 황후도 그렇기에 지금까지 아들 넷에 후궁이 없었다.


"하아... 테르"


"예 공녀님"


"오늘 나 잘때까지 내 방 나가지마. 나 지켜줘"


"그리하겠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오니 반겨주는 시녀와 집사들에 웃어보였다. 지친 그녀를 위해 미리 데워놓은 물에 벨루디아를 안내했다. 시녀들이 그녀를 조심히 씻겼고, 그 손길에 벨루디아는 눈을 감았다.


"공녀님"


"응?"


"많이 힘드세요?"


"좀"


눈을 감고 있다 들려오는 조곤조곤한 시녀의 목소리에 답해주며 이내 다 씻겼는지 벨루디아의 몸에서 시녀들의 손이 떨어졌다. 그리고 밖에 나가자 수건이 덮혀졌고 축축히 젖은 머리는 시녀들이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서자 하테르토가 보였고, 그는 그대로였다.


"안 씻어?"


"공녀님의 말을 빌려쓰자면 귀찮습니다"


"그렇지 씻는건 귀찮지..."


"이제 주무십시오. 연회 덕에 피곤했을 것 아니십니까"


끄덕이며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니 불이 꺼지고 옆 램프만 켰다.


"너 가지마 나 자기 전까지"


"안 갑니다."


그 말을 듣고 안심했는지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침묵과 암흑이 뒤덮힌 세계에 들어왔다.


-


-


-


6개월 뒤. 그녀는 13살이 되었고 새학기의 봄이 되었다. 아카데미에 입학을 할 벨루디아의 접수는 이미 마감된 상태였고 그녀를 따라갈 시녀와 집사도 1명씩 선정되어 같이 간다. 아버지도 돌아왔고, 화목하였는데 벨루디아는 눈에 띄지않게 들떠있었다. 일 처리하는 것은 귀찮아하면서 일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이다. 즉 배움이 있는 곳으로 간다며 들떠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귀여운것인지 주변 고용인들과 시녀들, 집사들은 흐뭇하게 지켜 보았고, 하테르토 또한 꽤 기뻐했다. 그의 주군이 편히 즐기는 것을 보는 것도 기뻤지만 그도 배우러 가는 것이다. 집사 클래스가 있었고, 루나에트 공작이 그곳으로 집어 넣어주었다.


"가자 테르"


들떠있긴 했지만 절대 밖으로 표출하지않았다. 고용인들은 그녀의 기세만봐도 알지만 일반인들은 그저 상냥하고 아름다운 부잣집 딸이라고만 알고있기에 표출을 하지않았다.


"공녀님 클래스는 마법이십니까?"


"응, 좀 더 편하게 일처리 할 수 있도록!"


역시 편함 추구 그녀였다. 박수를 보내며 피식 웃었고 이내 집사클래스의 사람들을 달달 외운 테르에게 그녀 또한 박수를 보냈다.


"다 왔습니다 공녀님"


그 곳에서 공녀가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2명의 차남들이었다.


"어서와 디아."


"어서와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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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07 09:55 | 조회 : 1,268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6화입니다! 이쁘게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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