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5화

"테르, 넌 내가 언제까지 커서 언제 죽었으면 좋겠어?"


연회장에서 시종을 만난 뒤 황가 사람들만 이용하는 황궁 봄 정원으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에는 한 치의 버벅임도 없이 바람흐르듯 흘렀다. 아름다운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져있는 곳이었다. 하테르토는 그 곳으로 온 벨루디아를 보며 그녀의 질문에 대해 생각하다 이내 그녀의 뒷통수를 뚫어져라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물어보십니까?"


"그냥 궁금하잖아 딱히 할짓도 없고, 그래서 물어본거야"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그녀에 눈을 가늘게 한번 떴다가 그녀의 발걸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전 이나라에서 공녀님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에? 그건 불가능하지"


"그래도, 그리하여도 공녀님께서 사라지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못된 상사인데 그거 아부냐?"


"아뇨. 전 진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좀 악덕주이긴 해도 착하시지 않습니까?"


뭔가 팩트폭력을 당한 것 같으나 그녀는 그 말을 흘려보내듯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리를 굽히며 작은 은방울꽃을 본다.


"아직 안폈네. 피면 이쁠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거기 누구냐"


앳된 남자아이의 목소리에 쭈그려 앉은채로 그 남자아이를 올려다 보았고 그도 그녀를 내려다보는데 별 힘든 것이 없어 보였다.


"음, 사촌쯤일까요"


"아, 벨이구나. 네가 왜 여기에..."


"고모님께서 부르셨어요."


"어쩐지 네 옷이 참 유치하다 했어"


13살인 제 3황자였다. 제르아시 폰 프린 데아펠론. 그는 팩트폭력을 서슴치 않으며 아부란 것을 모른다. 즉 완벽한 황족이지만 황위 계승권은 3위이다. 그래도 그는 현재 '마법'에 관심을 가져 그쪽으로 배우는 중이다. 그의 스승도 그에게서 나타나는 천재성을 인정했다.


"고모님은 다 아들만 낳아서인지 제게 이런 옷을 많이 입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반말했으면서 왜 안해?"


"다 컸으니까요. 몆 년후면 저도 성인이랍니다"


"꼬맹이가 말이 많아"


"젠은 저랑 1살차이 나거든요"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만 가본다는 듯 정원을 떠나는 그였다. 하테르토는 뒤에서 숨죽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벨루디아는 정원 중앙의 의자에 앉으며 하테르토를 째려봤다.


"그만 웃어"


"큭큭... 아, 후... 죄송합니다 공녀님 너무 웃긴나머지"


"너도 은근 3황자 스타일이다 진짜"


이러쿵 저러쿵 수다를 떠니 벌써 연회가 시작하기 시작했는지 황궁에 귀족들이 들어왔다. 하급 귀족부터 고위 귀족까지, 하나 둘씩 들어오다 공작가들의 자제와 공작가의 한 가정이 천천히 들어왔다.


"아버지는 혼자 들어오시겠네"


"아뇨. 공작님은 오늘 오시지 않습니다."


"왜?"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 국경지방으로 가셨습니다"


"어째서? 어젠 아무말도 없었잖아"


"오늘 새벽, 갑작스럽게 명을 내리셨다합니다"


벨루디아는 순간 흠칫했으나 아버지니까 잘해내겠지 생각하며 혼자 입장하기 위해 입장 카펫을 밟았다. 본래는 아버지가 에스코트를 해야하지만 지금은 에스코트를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벨"


"누구... 아, 오라버니"


"오늘 널 에스코트 하게 될 사람은 나야. 걱정하지마"


"예비 황태자비 영애들은요?"


"그들은 에스코트 할 사람을 따로 보내두었으니 괜찮을거야."


무려 황태자 전하가 에스코트를 한다! 라고 해도 사촌이었다. 그렇기에 귀족들 모두 수긍하는 것이다.


"요즘 통 보지 못하였다고 벌써 말을 높이는 것이냐?"


"아니요. 저도 이제 철이 들어야죠"


"이미 들대로 들어 익어버렸는걸, 가끔은 편해지는게 어때"


"생각해보고요"


감히 황태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이 아이 뿐일것이다. 베안브론 폰 프린 데아펠론은 황태자의 본명이고 베안이라 불린다. 그를 이렇게 부를 수 있는 이는 황가를 제외하곤 이 아이가 유일했다.


"숙부님이 국경지방에 가셨다지"


"네 뭐 그렇죠"


천천히 베안과 입장하는 벨루디아의 모습은 정말 천사같았다. 하나같이 처음 사교계에 등장하는 그녀를 보고 다 감탄을 내뱉었다. 어찌 저렇게 생겼나. 하면서 남녀 구분없이 말이다. 그런 그녀를 대하는 4명의 공자들. 본래 황태자의 생일은 모든 귀족이 와야하지만 16살 전의 귀족이 오는 것이 뜸한것이지 못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음식에 제한이 있다.


"데아펠론의 황태자 전하와 루나에트 공녀님이십니다."


중간까지 들어가다 베안은 베안의 자리로 디아는 디아의 자리로 갔다. 황후가 먼저 디아를 찾아왔고 그런 황후를 디아는 예법대로 대했다. 그런 어린 영애를 보고 성인식을 치른 영애들은 저나이때 난 뭐했지라는 등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게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으나 힐끗 보는 영애들을 보고 바로 보았다.


"저, 루나에트 공녀님"


"예? 아 안녕하셔요 줄레아 백작 영애"


귀엽고 상큼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웃어주었다. 이름을 알고있다니 하며 감격하는 부분에서 먹을 것을 들고오는 4명의 공자들이 보였다. 저것들 또 시작이네 나 다 못먹는다고! 아니! 저기여~ 즈기여?


"벨~이 아니고 루나에트 공녀님!"


"아... 네 테루아느 공자님. 무슨일이시죠?"


"이것좀 드세요! 맛있더라고요"


그들이 어색한 높임말을 하며 내게 음식을 건네는 모습이 퍽이나 웃겼다. 그런 모습을보고 주변 영애들은 눈을 번뜩였다. 벨루디아에게 여린 그들이라도 평소 많은 예비 신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기에 영애들은 그녀를 주시하였다.


"저 뱀들이 왜 널 쳐다볼까?"


"오라버니들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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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05 00:52 | 조회 : 1,305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저번에 올려야하는데 모처럼 휴가와서... 후훗 오늘 올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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