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아이 3화

그 날이 지나고 얼마 뒤 황태자의 생일 연회는 2일 앞으로 찾아왔다. 공작가는 물론 황가까지 바빠졌고, 그 사이에서 당연하게 벨루디아는 천하태평했다.


"아아- 귀찮아"


"다 하셨잖습니까. 또 뭐가 귀찮으신지?"


"숨쉬는거?"


"공녀님 곧 죽으실 겁니까?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하테르토는 그날 이후 별 다른 말 없이 보통의 집사로 돌아와 있었고 벨루디아 또한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 있었다.


"드레스는 어떡하실 겁니까 공녀님"


아무리 치장을 황후가 도와준다해도 옷까지 주는 것은 무리였다. 황가에 내 또래라곤 황자들 뿐이었고 황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황후의 옷은 아직 그녀에게 맞지 않을 뿐더러 그만큼의 악세서리를 달 정도의 사교계 지탱권이 없었기에 옷을 맞춰야 했다. 드레스 룸에 가서 하나씩 둘러보자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것들 뿐이었다. 벨루디아는 한숨을 푹 쉬고 전속 시녀를 불렀다.


"내 드레스 중에 내 치수보다 작은 것들 다 모아줘. 버리진 말고 고아원에 줄거야"


시녀는 끄덕이며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그 시녀를 도우라며 몇을 더 보내주었다. 하테르토는 어느새 갈 준비를 다해놨고 벨루디아는 만족하며 서재에 갔다.


"아버지. 접니다"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고, 소파에 사뿐히 앉아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무슨일이니 디아"


"마담 넬시의 집에 가려고 합니다. 2일 뒤에 입을 옷 말이에요"


"참, 넌 주최자로써 가는 것이구나. 하테르토는 데리고 가는거지ㅣ?"


"네 아버지."


"돈은 달아두거라 이 패를 들고가 보여주면 될 것이다."


"저도 있습니다 돈은"


"내가 네게 해준게 없어서 그런다. 아비의 정성을 무시하지말렴"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벨루디아는 소파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며 나왔고, 대기를 하고있던 하테르토와 함께 넬시의 드레스 룸으로 가기 시작했다. 하테르토는 별말 없이 그녀를 수발했고 그녀 또한 그 수발에 익숙하다는 듯 받고 있었다.


"테르. 너도 전하 생일때 연회에 참석할 수 있나?"


"법도상 가능은 하오나 보통 집사를 데리고 오는 이는 드물걸요"


"그런가... 그래도 법도상 문제가 없다면 따라와"


"공녀님의 뜻이라면"


참고로 하테르토와 벨루디아는 4살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벨루디아를 돌보는 이유는 벨루디아 못지않게 천재적이기 때문이다. 무술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말에 끄덕이며 하테르토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서 내려왔다. 많은 영애들이 오는 유명한 드레스룸이었기에 꽤 많은 마차가 보였다. 벨루디아는 개의치 않고 드레스룸에 들어갔으며 생각대로 많은 영애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루나에트 공녀님. 이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루나에트라는 말을 듣자 다른 영애들은 이곳으로 시선을 주었고, 벨루디아는 종업원이 안내하는 객실로 들어갔다.


"공녀님 데일리 북이라는 건데 이곳에서 패션을 고르시면 그대로 제작해드립니다"


"그럼 내 몸에 맞는 걸로 심플해도 우아해 보이는 거 찾아서 1벌 맞춰줘"


"예? 직접 고르시지않고요...?"


"아, 색은 연보랏빛을 바탕으로 중간 중간에 포인트 준걸로. 이정도면 되지?"


벨루디아의 귀차니즘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영애들이 직접 신중을 기하는 것 중 하나인 드레스를 그냥 입맛대로 하라니. 넬시는 그런 공녀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다 이내 알겠다며 인사했다. 내일까지 공작저에 보내준다는 그녀의 말에 벨루디아는 넬시의 드레스룸에서 발을 뗐고, 하테르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마차 타지말자. 오늘 길거리 걷고 싶어"


"알겠습니다"


길거리를 걷는다는 명이 떨어지자 하테르토는 마차를 대기시켰고,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말하는 벨루디아의 말에 경청했다. 주변은 꽃가게, 빵가게 등 여러가게가 북적였으며 벨루디아는 서민들이 즐겁게 사는 것 처럼 보이는 지 생긋 웃었다. 옆을 보며 가자 앞에 사람을 보지 못하고 부딪쳐버리는 바람에 벨루디아는 넘어졌다. 하테르토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앞의 사내를 보았다.


"미안합니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였네요."


"...저야말로 그대를 보지 못하였으니, 죄송할 따름이죠."


사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오자 벨루디아는 조금 뜸을 들이곤 미안하다는 듯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 사내와 눈을 마주쳤고 둘은 놀랐다.


"디아...?"


"브렌 오라버니?"


동시에 말하였다.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동시에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을 같이한 개국 공신 공작가로써 자주 만나 친목을 다졌지만 요즘은 아카데미에 가 배우는 공자들이었으므로 모두들 만남이 뜸했다. 아직 나이가 안되어서 아카데미에 가지 않은 아이는 벨루디아가 유일하다. 내년부터 갈수있는 벨루디아였으므로 현재 이곳에서 레일루나 공작가의 차남을 만날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였다.


"무슨 일로 이곳을 걷는 것이냐? 넌 걷는 걸 싫어하는 걸로 아는데"


"그냥 답답해서 걷고있었습니다. 오라버니께서는 아카데미에 있어야하지 않으십니까?"


"방학이다."


아 방학철이구나. 손벽을 짝 치며 웃어보였다. 그 웃음에 브레닐 데 레일루나는 자신보다 3살 어린 벨루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년에 너도 아카데미 입학을 할 것 아니냐? 이 오라비가 도와주마"


"에- 오라버니 보단 프란 오라버니가 더 믿음직스러운데요?"


프란시스 데 레일루나. 레일루나의 장남이자 레일루나 가문의 후계자였다. 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브레닐은 조곤조곤 말했다.


"프란형님은 졸업반이라 바쁘셔."


"참, 그랬지..."


가뜩이나 현 재상인 레일루나 공작은 점점 쇠약해져 자신의 장남에게 물려주려 하는 것 같았다. 프란 오라버니께서 이번년 내년까진 힘드시겠네 라는 듯 안부를 전해주라 하고 이만 가보겠다며 웃어주었다.


"황태자 전하 생신 연회에는 오는거지?"


"당연하지, 황족의 생일인데"


"그래 그때 보자 나 갈게 오라버니."


좀 더 걷고싶었으나 점점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하테르토에게 집으로 가자 요청하였다. 하테르토는 마차에 벨루디아를 태우고 저택으로 출발했다.


"모레 뒤가 연회날이네. 다들 만날 수 있겠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마차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느꼈다. 뒤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하테르토는 신비한 은빛 머리카락이 찰랑이는 것을 보고 만지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참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저택에 도착하였습니다."


저택에 들어서자 보이는 풍경을 보고 꽤 당황했다.


"모두들 여기에 왜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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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30 01:11 | 조회 : 1,264 목록
작가의 말
리아리

모두들이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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