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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간이침대에 눕혔다.

아니, 정확히는 눕혀졌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으윽-

“테스트 통과 축하합니다.”

“네.....”

‘하여간 사람 마음이란 게... 쯧-’

의사들은 테스트에서 통과 한 학생들을 보면 하는 말의 종류는 다양하다.

당연히 등급에 따라 말이다.

1. 헌터가 C급 이하면 대충 치료해도 됨.

2. 헌터가 B급 이상이라면 함부로 대해선 안 됨.

3. 등급을 모를 때에는 알아서 조심히.

이 세 가지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다.

‘망할 세상.'

하여간 이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운 빨이야 운 빨.

‘탈락한 사람에게 고인의 명목을 빕니다. 라고 말해도 모자를 판에 그럴 줄 알았다고? 고소하다고? 운은 그게 끝 이였다느니 세상은 노력하는 자에게 꿀을 주신다는 말을 하질 않나.’

뿌득-

저절로 이가 갈렸다.

‘우리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우리도! 운이 아니라 노력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정작 지네들은 부모 빽으로 들어오는 주제에!!!’

현실은 시궁창이다.

그것도 아주 차갑고, 어둡고, 음침하고, 냄새나는.

대표적인 예로 의사가 있다.

옛날에도 의사가 되기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헌터를 치료할 때엔 특수한 약물이 필요한데 그 약을 다루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 때문이다.

‘덕분에 가뜩이나 바늘구멍 통과하기였었는데 지금은 멀쩡한 강화유리를 바늘로 뚫고 비집고 들어가도 모자를 판이지. 물론 부자들은 위에다 돈을 먹여서 일반인 보단 쉽게 쉽게 들어오는 것 같다만.’

으윽-

의사가 갑자기 팔을 꾹 눌렀다.

“하루 정도 쉬면 나을 겁니다. 병실은 69층 1인실 692호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좋은 병실을 잡아줬네.’

아카데미....

흐어어-

다른 건 모르겠고 난 더 잘래..

아, 맞아 그걸 안 물어봤다.

“이봐, 혹시 내가 데리고 온 아기 못 봤어?”

“아기 말입니까?”

“응. 검정색 인형같이 생긴.”

흐음-

잠시 고민하던 의사는 이내 보지 못 하였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못 봤습니다.”

나는 이만 가보라는 사인을 한 뒤에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분명.... 분명 그건 검은 인형 같은 아이였어...’

하암-

‘이제 슬슬 올라가야 푹 쉴 수 있겠어.’

지친 몸을 이끌고 조금 걸으니 황금색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뚜벅뚜벅-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니 경호원들이 날 막아선다.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십시오.”

“이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과연 이 병원.. 아니 병원 딸린 기숙사에 엘리베이터는 저것 뿐 이라는 것을 모르는 건가?

“이봐요. 이곳엔 엘리베이터는 여기 하나 뿐 이란 말인데 지금 환자보고 69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가라는 말입니까?”

힐끔-

“저기 서 있는 저 남자 분은 엘리베이터를 타실 것 같은데 고장 이라는 핑계는 갖다 버리세요.”

“멀쩡한 다리 두고 뭐합니까? 걸어가십시오.”

“멀쩡한? 내 다리가 멀쩡해 보여요? 경호원이라면서 상대 몸 상태가 어떤지 파악을 못하시네요.”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만해.”

발끈해서 소리치는 경호원 뒤에 있는 남자가 말했다.

“타게 냅 둬. 난 상관없어.”

“..... 알겠습니다.”

휙-

갑자기 날 돌아보더니

“조심하라고.”

이런 말을 하곤 남자 옆으로 가버렸다.

‘하아.... 이젠 정말 별의 별게 다 시비를 거네.’

얼굴을 한번 쓸어 넘기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서 섰다.

‘일단 방에 도착하자마자 씻고서 자야지. 2틀 뒤 있을 수업도 준비해야 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내 경호원이 실례를 했군.”

“괜찮습니다.”

“음?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말투군 그래?”

“당연하거 아닙니까? 저는 고작 D급 헌터입니다. 그러니 저런 조무래기가 무시를 해도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하.... D급 헌터가 경호원을 조무래기라고 부르는 경우는 또 처음 봤군.”

힐끗-

그 남자를 쳐다봤다.

‘얼굴 하난 잘생겼네.’

키도 큰 것 같고 말이야.

뭐, 아무렴 어때 그냥 무시해야지.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신호를 알리는 기계음이 울렸다.

“먼저 타.”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 뒤 망설임 없이 69층을 누른 뒤 벽에 기댔다.

“흐음- 이곳 학생인가 봐?”

그나마 썼었던 어정쩡한 존대를 집어치운 그가 말했다.

“네.”

나는 벽에 기대 눈을 감고선 말했다.

“그런데 날 못 알아봐?”

“사람 얼굴 다 거기서 거긴데 저랑 상관없는 사람까지 기억할 정도로 뇌 용량이 많지 않습니다..”

“하아?”

“.....?”

내가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69층에 도착했습니다.]

뚜벅-

뚜벅-

“혹시 그쪽도 이곳 학생입니까?”

“음- 그렇다고 해둘게.”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둔다는 건 무슨 심보인가?

‘완전 제멋대로....’

“그럼.”

띡-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0427’

[입력되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이 처음인가보네?”

저 사람은 나에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 것일까?

쓰윽-

나는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눈동자만 돌려서 그를 한 번 봐주고는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하아- 여기가 내가 3달 정도를 쓰게 될 방이란 말이지?’

내가 다니는 아카데미는 등급이 오르거나 테스트를 통과하는 횟수가 늘 때마다 높은 곳으로 방을 바꿔준다.

이런 기숙사를 ‘몬스터 탑’이라고 칭했다.

‘이유는 안 봐도 비디오지 뭐. 기숙사에서 70층 위로만 가도 C등급이다. 게다가 헌터들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성장해 약 5년 만에 C급에 도달하게 된다지? 나만해도 벌써 3달 뒤에 있을 테스트에서 통과하기만 하면 C등급이니깐.’

C등급의 유무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D급은 어딘가 발전 가능성이 부실하고 B급 또한 C급처럼 발전 가능성이 그닥 높은 편은 아니다.

그에 반해 C급은 한 단계 위인 B급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A급으로 건너뛰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려나?’

C급이 되고나서 한 번 정해진 등급은 웬만해선 승격시키기 어렵다. 죽도록 노력해야 겨우 될랑말랑하는 게 사람 놀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으니깐....’

결국은 가능성이 있으니깐 괜찮단 말이다.

결국 이 학원엔 웬만한 괴물 못지않은, 그것 보다 더 한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 이니까 ‘몬스터 탑’이라고 칭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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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23 19:03 | 조회 : 871 목록
작가의 말
휘월

오랜만에 뵙습니다! 최근에 일정이 꽤 겹치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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