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6장


"흐..흐윽..."

소녀의 붉은 눈에서 맑은 눈물이 주륵 흘러내린다.

소년이 천천히 다가가 소녀를 껴안고서 중얼거렸다.
소년의 귓가에 소녀의 울음소리가 울렁인다.

"아파하지마..슬퍼하지마...
네가 싫어하는건 내가 다 없애줄께.
설령 그것이 나일지라도."

그리곤 소녀의 짧은 머리카락에 자신의 머리를 파묻었다.

소년이 한 손으로 가만히 소녀의 등을 두들긴다.

토닥토닥

규칙적인 울림이 들리며 소녀의 울음소리가 점차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년이 소녀를 껴안은 채 등을 토닥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소녀 또한 소년을 껴안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있잖아..왜 그럴까..왜 나는 이렇게 나쁜 것만 가지고 태어나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더 이상은...싫은데.."

소년이 피식 웃으면서 소녀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나는 그렇기에 너가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해.
너가 나쁜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네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들인걸."

"..왜 너는 내가 아름답다고 얘기해?"

"아름다우니까."

"제정신인거야?"

"원래 사랑에 빠지면 미친다고들 하잖아."

"..?
어..잠깐.
무슨 고백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

"방금도 한것 같은데...고백은 꼭 멋있게 해야하나?이것도 나름 로맨틱하지 않아?"

"하...미친놈.."

"하하 그 미친놈이랑 사랑에 빠져볼래?"

"꺼져."

"어..나 차였어."

아무렇지 않게 쿡쿡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소년을 보며 소녀는 무언가의 안정을 느꼈다.

안심이 되는 이 사람에게는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나 이 머리때문에..부모님이 돌아가셨어..
이 검은 머리가 그 마을에서 불행의 상징이었더라고..
그래서 부모님께서 날 위해 숨어사시다가 마을의 한 사람이 우리집에 불을 질렀어..
내가 검은 머리를 가져서..
나를 구하시느라...그 불속에서..."

조금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소녀의 눈에 조용히 눈물이 맺히자 소년이 한 손을 들고 소녀의 눈물을 천천히 닦았다.

"왜 또 울려해...울지마....
네가 잘못해서 검은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게 아니잖아..
그리고 아무리 풍습이라도 그렇게 행동한 사람이 미친놈인거야.."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소년을 보며 피식 웃은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미친놈이라는 나쁜 말은 누구한테 배운거야.."

"너한테서."

아까까지 진지하게 위로를 건넸던 소년이 해맑게 소녀의 농담을 받아줬다.

그리곤 소녀의 눈물을 닦은 손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소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기분전환 할래?"

"뭐?"

갑작스런 말에 소녀가 당황하자 소년이 소녀의 한 손을 잡아 이끌고선 밖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기분을 위해 눈을 내려볼까!"

"?!야?!"

소녀는 갑작스럽게 이끌려나갔다.
나가자마자 소년이 소녀의 눈을 가렸다.
가려진 시야속에서 들리는 소년의 목소리.

"당신을 위한 작지만 아름다운 마법을 당신의 눈에 비춰드리죠."

소년이 어딘선가 로맨틱한 책에 나올 법한 말을 소녀에게 말했다.

"그냥 눈내린다해."

"이게 더 로맨틱해."

"바보야,로맨틱이 아니라 오글거리는 거겠지."

"아하하하"

어색한듯 웃으며 소년의 한 쪽 손에서 흰 빛을 내기 시작했다.

화악-

흰 빛이 밝게 빛난다.

곧이어 소년의 손에서 빛이 녹아내려 아름다운 흰 알갱이들로 변해갔다.
하늘 위로 붕뜨는 흰 알갱이들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눈에 보이지 않을 때쯤 소년이 소녀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자!
하나.
둘.
셋."

소년이 숫자를 센뒤 소녀의 눈을 가렸던 손을 치웠다.
소년의 손에 의해 가려졌던 시야가 밝아지자 소녀는 눈을 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이 내리는 설원속에 자신과 소년이 단 둘이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차갑지만 아름답고 청아한 흰 눈이 소복히 쌓여 자신의 주변의 사물들 위에 쌓여 절경을 일궈냈다.

정말 마법같은 아름답고도 순수한 풍경이었다.


한 발짝 소년이 먼저 걸어나가 소녀에게 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쁘지?"

추웠던 것인지 살짝 붉어진 소년의 볼에 있던 보조개가 올라가며 웃었다.
소녀가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응..너 이쁘네.."

라며 중얼거렸다.

영원히 시간이 멈춰 이 눈 속에서 소년과 단 둘이 영원히 묻혀있고 싶다라는 생각이 이내 소녀의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0
이번 화 신고 2017-12-30 18:03 | 조회 : 1,175 목록
작가의 말
HiBo

네...저는 사실 오마처럼 거짓말쟁이였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