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4화, 재회



긴박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쫓아라!!"

젠장, 들켰네.

쯧, 유한이 혀를 찼다. 차관은 늘 한가지씩 허술했다.

"내가 이딴 짓이나 하려고 차관 곁에 남은 건 아니었는데."

짜증섞인 넋두리가 유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짜증 부릴 때가 아니었다.

훅, 유한이 높디 높은 성벽을 단 한번의 점프로 제일 꼭대기에 올랐다. 사이렌이 울렸으니 안티-마법진이 도심에 펼쳐졌을 터였다.

"...이 높이는 처음인데."

모든게 작아보이는 높이에 다다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다시 한번 툭, 하고 뛰어내렸다. 경비대가 잠시 얼을 빼고 있다가 잽싸게 도망가는 사엘을 보고 서둘러 명령했다.

"잡아라!!"

-

위이잉- 사이렌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슬금슬금 사람들이 거리로 몰렸다. 그 무리에는 다운 역시 끼여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예요?"

"제국의 보물을 훔친 도둑이 시내를 누비고 있다는데?"

"무서워라."

"여기 어딘가에도 그 도둑이 있는 거잖아..."

수군거리던 사람들 틈을 헤쳐지나 황성을 향해 걸었다. 뛰어다니는 사람들 속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익숙한 갈색 눈이 마주친 순간, 가슴이 뛰었다.

"찾...았다."

다운은 뛰기 시작했다. 가벼운 뜀박질로 시작한 달리기는 점점 속력이 붙어 그에게 따라붙었다.

-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을 뛰다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앗차,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

뛰던 속력을 높여 여기저기를 누비다가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저기다!!"

젠장, 정면으로 맞닥뜨려버린 제국군 때문에 모퉁이를 돌았다. 후드를 벗은 하얀 머리가, 빨간 눈이 내게 보였다. 여기 있어서는 안될 이였다.

안된다고, 미친 듯이 이성이 외쳤으나 내 몸은 그다지 듣지 않았다.

"다...다운이 여긴 어떻게...?"

멍청한 물음이 흘러나왔지만, 다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나의 손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길 뿐이었다.

골목 어귀쪽에서 제국군의 발소리와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유한이구나..."

나를 유심히 쳐다보던 다운이 살풋 웃었다. 그 웃음이, 눈물나게 사랑스러워서.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다운의 허리를 감싸고 부드럽게 입술을 파고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들의 키스는, 달고 길었다.

-

"여기로 간 것 같습니다."

제국군들이 소곤거리며 다운과 유한이 키스하고 있는 골목 어귀로 걸었다.

"꼼짝마!!"

막다른 골목인 걸 알기에, 제국군들은 칼을 들이대며 골목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들을 반기는 건 키스하고 있는 연인들 뿐이었다. 진한 키스를 주고 받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혹시...? 싶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나마 얼굴을 보이던 쪽이 감고있던 눈을 떴다. 선명한 빨간 눈, 소문의 방랑자였다.

"...실례했습니다."

제국군들은 뻘쭘하게 서있다 다시 돌아갔다.

-

춥-

야릇한 소리를 끝으로, 제국군들이 떠난 자리는 휑했다.

오랜만에 딥키스인 다운이 살짝 휘청거리자, 유한이 걱정어린 얼굴로 부축하며 이마에 뽀뽀를 남겼다.

"이제 가야해."

"안..가면 안돼?"

"기다려줄거야?"

"언제 올건데?"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그럼, 키스 한번 더 해. 어리광피우듯, 다운이 눈웃음 치며 유한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순순히 끌려온 유한이 가까워진 얼굴에 웃음지었다. 이 짧은 순간이 행복에 겨워서, 유한은 다운의 얼굴을 진하게 기억하고자 키스하는 내내 눈을 감지 않았다. 예쁘게 감긴 눈, 맞닿은 코, 목에 두른 얇은 팔, 밀착된 몸. 어떤 하나라도 잊을 새라 그러고 있었다.

이윽고, 마지막 키스마저 끝났을 때, 유한의 주머니를 뒤적거려 목걸이 하나를 걸어주고는 텔레포트했다.

-

없어...

허전한 공기가 흐르고, 다운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주르륵, 눈에서는 어느샌가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흐르는 눈물을 그냥 두고서, 다운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희망을 얻었다.

"살아 있었으니까, 됐어."

그러니까,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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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24 20:30 | 조회 : 1,458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이 장면을 쓰고싶어서 유한을 죽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ㅈ... 큼큼, 완결까지 2화♡ 댓글 좀 달아줘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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