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40화,잘지내볼게

유한이 투명해지려하자, 급하게 사자를 불러댔다.


"산 사람은 살아야할 것 아니예요?!! 좀만 기다려주세요, 예?"

"10분, 그 이상은 안돼."

"아, 진짜, 야박해. 알았어요."


유한이 겨우 투명해지려는 것을 막고 황궁으로 뛰었다. 대충 아무 게스트룸에 들어간 유한은 조심스럽게 다운을 눕혔다. 추운지 몸을 부르르 떠는 다운을보며 허겁지겁 보온마법을 쓰려다가 멈칫했다.


"나...죽었지."


하, 진짜. 유한이 급한대로 수건으로 다운을 닦고 몸을 갈아입혔다. 다운이 따뜻한 실내공기에 우음-하며 몸을 뒤척였다.

유한이 잠든 다운의 머리결을 몇번 쓸어넘기다, 이마에 키스를 남기고는 일어섰다.


이제, 진짜로 갈 시간이었다.


"잘 지내, 다운아. 나 걱정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사랑해, 연 다운.



-


"다운...님?"

청소하러 들어간 메이드가 깜짝놀라 루헬을 불렀다. 루헬이 조심스럽게 다운을 부르자, 다운이 깨어났다.


"흐으음? 루헬...?"


어디계셨던 겁니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조잘조잘 루헬이 잔소리를 늘여놓자 다운이 배시시 웃었다.


"저 괜찮아요. 좋은 꿈을 꿨거든요."


지금 웃으실 일입니까? 루헬이 작게 투덜대며 다운의 이마를 짚었다.


"아구, 결국 감기 걸리셨군요. 태의를 불러오겠습니다."
"그..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다운이 말을 하려다가 끝을 얼버무렸다. 루헬의 걱정가득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알았어요..."


여기 가만히 계세요! 루헬이 달려나간 다운이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유한..."


꿈에서 유한을 보았다. 세찬 빗줄기를 맞는 자신을 황궁으로 데려와 언 몸을 닦고 깨끗한 옷을 입혀주었다. 잘 지내라고 인사하는 그 모습이 왜인지 진짜같아서, 다운은 잘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기억났으니까,"


그 할머니가 말해줬던 힌트는 기다림. 기다리라는 말이겠지.


다운이 포근히 웃었다. 기다릴게, 유한. 나는 널 기다릴거야. 잘 지내면서, 기다릴게.


-


다음날.


대대적인 장례식이 열렸다. 제국의 영웅이었던 사엘을 기리는 장례식이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다운이 여전히 슬프지만, 생기에 찬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사엘은 죽었지만 유한은 돌아올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되뇌이면서.


-


"아, 사샤님..,?"

장례식에 참석한 이는 모두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 중에 아는 이도 있었다. 단 한명이었지만.


"모두 전멸...했다고....?"


다운이 의아한 얼굴로 사샤를 바라보자, 사샤가 작게 끄덕이며 옆에 서있던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늘색 머리에 장례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흰 제복.


"매튜라고 합니다. 사샤 애인이죠."
"매튜는 신관이예요. 신관은 일생에 단 한번 자신의 목숨을 걸어 딱 한사람을 살릴 수 있어요."


신관... 다운이 중얼거렸다. 나도, 신관이 된다면...


"물론 사샤의 회복력도 한몫했죠. 사샤는 엘프라 회복이 빠르거든요."


매튜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친절한 것 같은 매튜의 말에 다운이 용기를 내어 물음을 건넸다.


"저도 신관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길이긴 하지만, 나름 긴 시간을 버텨야해요. 저같은 경우에는 5년가까이 수행을 해서 겨우 신관이 되었거든요. 빠르면 2년, 늦으면 10년가까이 못 되는 경우도 있어요"
"제일 빨리 된 사람은 누구예요?"
"음, 지금 대신관님이 신관이 되실 때 반년정도 걸렸다고 해요. 특이케이스죠."


친절한 매튜의 대답을 경청하던 다운이 환하게 웃었다. 그래, 신관이면 좋을 것 같다.


잘 지내볼게, 유한. 잘 지낼수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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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16 17:40 | 조회 : 1,404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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