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3화, 그들이 다시 행복해졌던 이유

사엘과 다운의 집을 떠난 뒤, 정처없이 헤맸다. 떠돌다가 만나게 된, 어떤 사람.

"에녹은 이미 지상에 없네."
"당연하죠. 이미 죽었으니까."
"다만 살아있긴 하지. 저 하늘에. 올래?"
"당신이 누군줄 알고요?"
"현재 에녹 보호자랄까. 반가워, '차원의 관리자'야."
"...가도 되나요?"
"다만, 너도 해줘야할 일이 있어."
"예?"
"너희 둘은 행복해지겠지만, 아직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거든."


...그게 사엘과 다운일 줄 누가 알았겠어.
아무리 봐도 행복한 커플인데, 참으로 안타깝지.


그들의 미래를 아는 카케라는 어젯밤 사엘의 얼굴을 떠올리며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또! 나 앞에 두고 딴 남자 자꾸 생각할래?"
"이런 것만 귀신같이 알지, 진짜."
"카케라, 우리 여행갈까?"
"갑자기?"

카케라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에녹이 갑자기 여행을 제안했다.

"우리,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만 했잖아. 다 털고, 그냥 도망가ㅈ.."
"안돼."

불쑥 차관이 나타나 말을 끊었다.

"아 씨. 놀래라. 이제 일어난거야?"
"어젯밤에 하도 누가 울길래. 제발 부탁이니까 할 거면 니네집에서 해. 굳이 여기까지 와서는...!!"
"어쩔 수 없잖아. 가까운데."

카케라가 얼굴이 빨개진 것에 비해, 에녹은 당당하게 말을 받아쳤다.

"아무튼, 네 후임 들어오기 전까지는 절대 안돼. 저 많은 양을 내가 혼자 어떻게 해?"
"...그건 또 그러네..."
"그리고!! 너네 만난 거 다 누구 덕이야? 다 내덕이다, 이거야!"

틀린 말은 아니기에, 받아치던 에녹이 주눅들어서는 터덜터덜 일하러 갔다. 그 모습에 카케라가 풉, 하고 귀엽다는 듯 웃었다.

카케라 역시 에녹을 따라 일하러 가려고 일어서자, 차관이 다급히 말렸다.

"넌 앉아있어. 쟤 좀 굴리면 되니까."
"흐음, 그치만 혼자는 심심하잖아요."
"아, 이거 좀 보고있어."

차관은 구슬 하나를 던져주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이게 뭐지...?"

카케라가 구슬을 만지작 거리자, 에녹이 구슬에 나타났다.


-


죽은 직후, 에녹이 명계(영혼이 죽은 뒤 재판을 위해 가는 곳)로 향하자, 차관이 에녹을 빼돌렸다.


"여..기가 어딥니까?"
"니가 일할 곳...?"
"저는 죽어서도 일입니까?"
"일 잘하면 카케라 데려와줄게."
"...그 말 지키셔야 합니다."

푸흐, 뭐야. 저런 허술한 약속에 차관님 대리자가 된거야?


귀엽다기 보다는 조금 슬펐다. 아아, 이 사람은 죽어서도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싶어서.


우리의 사랑은 비록 이승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하늘에선 이루어졌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무척이나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 할거야.

그 모든 행복은 당신과 함께 였기에 가능했으니까.



카케라는 그런 생각을 하며 구슬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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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2-02 22:30 | 조회 : 1,431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둘의 행복=다운과 에녹의 행복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조금의 힌트랄까요! 히히, 조금 늦었습니다만...학원이 많아서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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