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그런 말은 자제해주시죠.

한편, 다운은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그 예쁜 머리는 숯이 묻어 거뭇거뭇해졌고 얼굴도 온통 재로 덮여 잘 알아볼수 없었다.

독방에서 나오던 그날, 기억이 없던 다운에게 간수는 나불나불 잘 떠들어줬다.

다운이 들어간 몸은 원래 귀족이었으나 내란죄로 공작은 사형에 처하고 그 일가들은 모두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몸은 알비노였다. 자신과 같은...


"알겠어? 다음부터는 그러지말라고"


끄덕끄덕, 흔들리는 고개를 보고서야 만족을 했는지, 노예장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자, 노예 1022-4. 니 자리로 돌아가"

"제 자리가 어디였죠?"

"하긴 독방에 워낙 오래 갇혀있었으니."

혀를 쯧쯧차며 노예장이 다시 다운, 아니 노예 1022-4의 자리를 찾아 앉혔다.


"감사합니다"

"독방이란게 효과가 대단하긴 하군. 그 소란스럽던 애가 이렇게나 조용해지다니"

그 순간, 노예 1022-4가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예장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런 말은 자제해주시죠"


노예장은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는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이곳 노예들은 기본 교육을 받는다. 흔히 노예시장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최고가로 팔리기위해서는 언어와 글 외에도 특기기 하나씩은 있어야한다.

물론 그러다가 도망가면 어쩌나 싶지만,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세뇌를 시킨다. 3~4써클의 마법사에게 돈을 먹여 세뇌 마법을 거는것이다.

무엇보다 이 노예시장은 일반노예와 성노로 구분되는데, 노예 1022-4는 아직 일반노예였다. 그리고 그는 성노로 가지 않기 위해서 숯으로 자신을 가리고 다녔다.




한달만에 그는 이세상 모든 지식을 깨달았다. 천재, 그를 수식하는 단어였으나 아무도 몰랐다. 남 앞에서는 그저 똑같은 노예일 뿐이었다.


"흐윽..흑.. "


물론 그가 천재라고 모든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 몇번씩이라도, 마음에 빈자리가 느껴졌다. 기억을 잃으면서 도대체 어떤 이를 잊었기에, 이리도 허전할까. 그는 스스로 물었지만 알길이 없었다. 그저, 눈물로나마 이마음이 씻기길 기다릴 뿐이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한바탕 울고나면 그는 찾아오는 무력감에 눈을 감곤 했다. 그는 감정을 죽이기로 했지만, 이 마음만큼은 숨길수가 없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빨리 데릴러 와주길"


그는 침대맡에서 그렇게 기도하곤 했었다.



-



"에녹, 5써클이예요"

"버프가 대단하긴 한가보군. 벌써 5써클이라니."

"이제 알려주셔야죠, 다운이 어딨습니까?"

"아직 듀토리얼 안 끝났다, 이놈아"

"푸흐, 에녹은 가끔씩 애늙은이 같은 말을 한다니까요?"

"늙은이 맞아. 200년가까이 살았으니"

"참, 에녹은 지구인이었죠?"

"그 얘긴 나중에. 이번엔 귀족사회 예법에 대해서 배울 것이다"

"귀족도 아닌데 배워서 뭐하려고요"


불퉁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하자 에녹은 들고있던 봉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아니 치려고했다.


"예전의 제가 아니라고요"


가볍게 봉을 막아내는 사무엘을 보고 에녹은 혀를 쯧쯧 찼다.


"너의 역할 잊지마라. 몰락한 귀족가의 자제, 넌 귀족이다."

"그래봤자 사생안데요"

"너 빼고 다 죽었다. 늙은 시녀장만이 널 기억할거다. "


에녹의 말이 끝나자 게임창이 떴다.


[늙은 시녀장의 기억
: 자세한 내용은 듀토리얼이 끝나야 열립니다]


"얼른 하죠. 예법 그 까짓거."


툭, 저번보다는 가벼운 책 한 권이 책상에 올려졌다.


"외우는데 하루, 실전은 이틀, 3일만에 예법을 끝낸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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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7-08 22:14 | 조회 : 2,151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꺄, 넘나 부끄러운 것...오늘은 아쉽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에 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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