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틈새의 사람들

[청]




마법에 휘날리는 보라머리.

우리의 친구를 흉내내는 가짜.


"아이샤 그거 알아?"

"응? 뭘?"

"일단 그 마법 멈춰."



쾅!!!!



나는 대포로 그녀의 마법진을 매우 세게 내리쳤다. 마법진이 일그러지고 엔진 꺼지는 소리가 나더니 바람에 휘날렸던 아이샤의 머리는 차분해졌다.



"후...청 이게 무슨 짓이야?"


이브는 무서운 눈매를 하고 아이샤를 쳐다보았다. 아, 그녀는 뒤돌아서있지만 그녀의 무서운 표정이 눈에 그려진다. 살기. 변명할 수 없는 저 무거운 살기. 이브도 온몸으로 느껴지는 저 살기에 우리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이 아이샤가 아니란 것을 눈치챘겠지.


"아 진짜...씨X 너무 무서워서 다리도 후들거리고 죽겠거든..."

"...지금 대체 왜 내 마법을 멈췄는지 변명해."

"아이샤인 척 그만해, 누군진 모르겠지만..."

"하...?"


엘리시스는 자신의 칼을 부여잡고 전투태세를 취한다.


"이 가짜야! 넌 아이샤가 아니야! 우리가 그걸 모를 줄 알아?"

"...?"

"아이샤의 모습을 훔쳐서 우리를 데리고 엘소드에게로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지?"


쿵-

[장전]



"그 이유가 무엇이든 네 뜻대로 되게 그냥 가만히 있진 못하겠다!"



[래피드 캐논]
(*보유 중인 캐논볼을 빠르게 난사한다. 스킬 키를 누른만큼 발사된다. 최소 3발)


"어머...."



"들켜버렸네...?"



쾅쾅쾅쾅!



피하지도 않고 그냥 상쇄시켜버렸다, 엘리시스가.


"두 사람을 그냥 엘소드에게 보낼 순 없다."

"잠깐~타임타임~ 알았어 알았어~"

"아이샤, 들킨 이상 여기서 저 둘을 죽여..."

"엘리시스! 좀 기다려봐. 나 지금 짜증 안 나는게 아니거든...?"



그 아이의 무섭고 무거운 기에 엘리시스를 포함, 우리 셋은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아~ 진짜...어떻게 안거야 대체? 나름 명연기였다고 생각했는데."

"..."

"워워~난 너네 안 죽일거야~ 그래도 나름 우리의 '동료'에게 열폭을 해소시킬 기회는 줘야지~"

"우린 비록 너를 이길 수 없을 지 몰라도...진 빠지게 할 수는 있겠지."

"하?"


콰앙!!!!!!!!!!!!!!!!!!!!!!!!!!



씨발...


하늘의 색깔이 순식간에 검붉은 빛으로 바뀜과 동시에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그냥 이 세상에서 없애버렸다. 먼지, 가루조차 남기지 않는...무시무시한 살상력.

순식간의 주위 풍경은 바뀌어버렸다. 보이는 것이라곤 흙으로 된 땅, 하늘, 지평선

그리고 우리 넷.

아니 어떻게... 1초만에 흔적도 없이 세상 모든 걸 다 삭제해버릴 수가 있어... 진짜 너무 한거 아니냐 이건...? 너무 무섭잖아. 이브 어떡하냐 우리....?


"나를 진빠지게 할 수 있다고?"

"..."

"우리 지금 당장 싸우진 말자. 어차피 우리 최종 목적지는 하멜로 일치하잖아?"

"..."

"너네도 엘소드를 만나러 가야하고~ 우리도 엘소드를 만나러 가야하고~"

"..."

"아~ 나만 말하게 할거야 자꾸? 그래서 어떻게 알았냐니까?"


나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엘리시스를 가리켰다.


"? 뭐...엘리시스가 너한테 존댓말 쓴 거 가지고?"

"엘리시스는 하멜 제 2의 어둠의 문 작전에 없었어."

"..."

"근데 그 곳에서 일어난 폭발로 기억을 잃을 수가 없지."

"아~ 멍청했네 내가. 방심하다가 그런데서 실수를."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고는 내 대포에 찢겨진 마법진을 수정한다.


"그냥 우리 조용히 편하게 엘소드에게 가자."

"...우리를 살려서 데려가는 이유가 뭐냐."

"무대에 올라갈 배우들이니까!"

"무대?"

"응..."


나는 엘소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그녀의 순간이동 마법진은 시동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하멜로 향했다.


"진실이 밝혀질 무대~"





[엘소드]



"으아아아아..."


애드의 공격에 밀리다 밀리다가, 어둠의 문과 땅 사이의 틈새로 떨어져버렸다.
애드 저 미친 자식이... 예전에 비해 더 말이 안 통하잖아? 보자... 여기는...


"여긴...와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어디지... 응? 시련의 신전?"


틀림없어. 이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주위 풍경과 어두컴컴한 데 강하게 느껴지는 물 속성의 힘은 시련의 신전이다.


"아...하? 어둠의 문 때문에 지하에 있는 시련의 신전과 땅에 틈이 생긴건가?"


근데 저번에 들어왔을 때 봤던 곳이 아닌데...신전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었는데...


"문으로...들어온 게 아니라 그런가...?"



터벅...터벅...


이런 곳에서 발소리가?


빠르게 신전의 어두운 부분으로 몸을 숨겼다.



"그냥 봉인석을 톡!하고 건드려서 내 봉인이 풀어버리다니! 보통 신은 아닌 것 같구나!"

"저를 살려주신 은혜를 갚게 되어 다행입니다."

"위에 올라가면 더 난리일텐데..."


응...? 저 사람은...?




"아라!!!!!!!!!"



[팬텀 블레이드]
(*전방으로 대시한다. 대시 중, 부딪힌 대상의 배후에서 나타나며 빠르게 두번베고 부딪힌 대상이 없는 경우, 소모한 MP의 절반을 회수하고 종료한다.)


슥-

"시엘 잠시만요! 이 목소리는..."

"이 자는...?"

"읏..."


방어태세를 빠르게 취했고, 그는 나와 부딪히기 바로 직전 멈춰섰다.



"형씨...반응속도가 빠르시네요."

"넌 누구지...? 인간...인가 하니 마족의 귀인데?"

"엘소드! 적이 아닙니다! 우리를 도울 사람들이에요!"

"아라! 살아 있었구나!"

"흥! 다 죽은 거 겨우 다시 되살려놨지!"

"...? 아라 말투가...?"

"아...제 몸 속에 공존하는 수호신 '은'님이에요."

"어째 느낌이 많이 변했다...?"

"그대가 엘소드구나!"


쪼끄맣...다...


"이 꼬맹이는..."

"꼬맹이라니! 그녀는 마계 한 지방의 군주셨던...!"

"시엘 닥치거라. 쪽팔리게...!"


과거형...? 마계의 군주...?


"흠흠~ 나는 루라고 하네! 자네는 엘소드지?"

"아...어! 아니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아라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다. 아 근데 왜 마족들이..."

"엘소드! 지금 상황이 헷갈리는 거 알겠으니 일단 진정하시고! 제가 다 설명 드릴게요!"

"그래...!"




- 아라, 하멜 제 2의 어둠의 문 폭발 직후 다 죽어가는 몸으로 틈새(엘소드가 시련의 신전으로 떨어진 틈새와 같다.)에 떨어진 후, 은이 강제 강림하였다.

- 루는 자신이 다스리던 마계의 지방(H-킬리아크)에서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쫓겨난 후, 마계와 인간계 사이인 이곳에 봉인을 당했다.

- 시엘은 그 전쟁통 속에 역시 틈새로 떨어져 보통 인간처럼 죽어가는 중이었으나(시엘이 떨어진 건 아라가 떨어지기 전의 일이다.), 운 좋게도 루의 바로 앞에 떨어져 그녀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루의 봉인을 풀지 못했다.

- 그리고 시엘이 아라를 살려주고 소원으로 루의 봉인을 풀어달라고 했다. 그렇게 봉인이 풀린 루와 시엘, 아라는 이 시련의 신전을 나가려고 돌아다니고 있으나...


"그런데 우리가 예전에 들어왔던 시련의 신전 문을 찾을 수가 없어요."

"응...그리고 우리가 저번에 방문했던 곳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아."

"당연한거 아니냐. 너희들이 전에 방문했던 시련의 신전은 인간계에 속해 있는 부분이고 이 곳은 마계와 인간계의 사이이거늘!"

"음...그럼 그냥 내가 떨어졌던 곳으로 다시 올라가면 될 것 같다."

"오!!!"

"바로 저 위에서 떨어졌어."


나는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근데 왜 안올라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

"아...저 위에 웬 미친 놈이 하나 날뛰고 있거든..."


애드새끼 아직도 있으려나...


"그리고 나는 날지도 못하고...마법을 모르니까..."

"하하! 무능하구나!"


뭐? 무능? 이 꼬맹이가...!


"자자~ 일단 우리 저 위로 올라가요! 계속 어두컴컴한 여기 계속 있을 순 없잖아요?
그래 이 놈들아! 내가 특별히 내 등을 빌려주지!"


어느 새 아라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큰 여우로 바뀌어있었다. 은의 실체화...
아... 그나저나 아라 말투 막 바뀌는거 적응이 안되네. 하하


"뭔데 나를 보고 자꾸 웃는거냐 기분 나쁘게 시리..."

"은님보고 웃은 거 아닌데요... 하하 아라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네요."


은이 나를 슥하고 살펴보았다. 루시엘은 이미 은의 등에 타있었다.


"나도 아라가 살아있어서 좋구나. 자 올라가자 엘소드."

"...네."





우리는 우리들이 떨어진 틈새를 통해 다시 하멜로 올라갔다.

0
이번 화 신고 2017-06-11 03:18 | 조회 : 1,824 목록
작가의 말
YluJ

오랜 잠수 끝에 스윽...나타나고 스윽...사라지기...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