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보라색 거짓말




땅을 뒤덮는 매캐한 연기, 남은 불씨가 흩날리는 건지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해인지 모를 붉은 하늘, 그리고 파괴된 마을. 페이타를 지나는 숲에서...




"엘리시스. 저기 보여? 저 연보라색 미친놈이 '그 잘나신 분'을 따르는 추종자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애드."

"음...동료?"

"푸핫! 동료래!"

"아니야?"

"뭐~ 굳이 따지자면 그러자! 동료 좋지! 동료~ 실제로 처음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금은 저 총잡이 소년이랑 싸우고 있잖아. 내려가서 애드를 도와주면 되는거야?"

"아니야."

"...응?"



아이샤가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슥-하고 돌아본다. 살짝 흔들리는 바람에 썩은 눈을 감추고 있던 붕대가 약간 느슨해졌다. 머리카락과 함께 살랑거린다.



"아, 아이샤 붕대..."


그대로 아이샤를 뒤돌린 후 다시 붕대를 꽉 매주었다. 약간 쑥스러워 하는 것 같다.


"큼...! 어...아...아무튼! 우리가 아까 엘소드에게 걔가 잊었던 기억을 다시 심어주고 왔잖아! 비록 봉인된 채로 심었기 때문에 걔는 모르겠지만."

"그렇지? 나중에 모두가 모였을 때 공개할 꺼라고..."

"응. 그 자리에는 저 총만 쏴대는 멍청이랑 옆에 딸려 있는 깡통도 있어야 해."



그 순간, 드레스를 입고 있던 나소드 하나가 공격을 날렸고 애드와 싸우고 있던 총잡이 소년은 아무 망설임 없이 이미 부서져버린 소녀에게 가버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저 멍청이들을 돕는거야! 청과 이브를!"



매우 매우 재밌다는 듯이 하하하 크게 웃고는 비행마법을 해제시키고 나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업고 상공에서 땅으로 내려갔다. 사뿐히...부드럽게...

나의 사각지대에 그들이 들어오자, 여왕 나소드가 이브를 끌어안고 있는 청에게 광범위한 마법을 날리고 있었고 나는 그 공격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반격기를 쓴 후 먼지 속에 착지했다.



"큭! 네놈들은 누구냐?! 어...너희는...?"



지상에 닿자마자 아이샤는 내 등에서 내려와 애드의 바로 옆으로 텔레포트 한다. 나는 자리를 지켜 청과 이브를 엄호했다.



그녀는 그의 귀 바로 옆에서 나지막히 속삭인다.


'애드.'

'넌 분명...'

'제발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말고 닥쳐. 그리고 꺼져줘. 안 그럼 뒤질테니까.'



[어비스 앙고르]
(*전방의 모든 대상을 흡입하고 강력한 빔을 쏘아보낸다.)



[오베론 가드]
(*오베론을 불러 적을 밀어낸 후 방어한다.)



"오필리아! 애드를...!"








콰아아아아앙!






마법이 시전되기 직전, 아주 잠깐의 딜레이시간 동안 여왕 나소드는 애드를 마법의 시전범위 내에서 빼냈다. 내가 놀란 것은 바로 2가지.

첫째,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질 만큼의 대단한 마법. 엄청 광범위하고도 치명적인 데미지의 스킬을 온전치 못한 몸으로 써내고, 또 저런 마법을 뽑아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도 놀랍다.

둘째, 마법스케일이 커서 딜레이 시간이 있기는 했지만 그 순간에 애드를 살려낸 저 나소드의 판단력과 빠른 행동력.




"..."

"..."


아이샤와 여왕 나소드가 서로를 노려본다.


"하, 우선 물러나겠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자리를 피한다. 간신히 작동되고 있는 나소드 소녀를 꼬옥 안고 있는 청과 우리가 마주한다.




"엘리시스! 무사하셨군요! 그리고 아이샤...?"

"음...아아~청 오랜만이야!"

"넌 죽었다고..."

"응...하지만 부활마법을 써서 다시 이렇게 돌아왔어!"

"그게 가능해?"

"부작용은 좀 있지만..."


청에게 가까이 다가가 붕대를 풀며 썩어버린 오른쪽 눈을 보여준다. 청은 그런 그녀를 놀란 눈으로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보시다시피...입도 천천히 썩어가고 있고...혼은 강제로 몸에 붙여놨지만 신체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어."

"그말은 즉슨..."

"그래. 난 평범한 사람처럼 살 수 있는게 아니니까 너희를 돕고 죽음을 다시 맞이해야겠지."


가식조차도 꼭꼭 숨겨버린채 완전한 그들의 옛동료인 양 연기를 한다.


"우린 동료잖아. 그래서 이 이상한 사건을 마지막까지 파헤치고 너희들을 돕고 마지막엔 내가 할 말을 모두 남긴 채 숭고하게 죽고 싶어."

"..."

"안 믿겨? 하긴...의심하는 건 당연해. 그리고 의심해줘서 안심되고. 사람을 살리는 마법이라는 건 매우 까다롭고 여지껏 전례 없던 일이니까."

"아...나쁜 뜻은 아니라!"

"그런 태도 보여줘서 고마워. 혹여 누군가가 부활했다고 하면서 나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하지만 청. 방금 내 마법을 봤잖아?"

"응. 확실히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 중에 한 명이었던 너니까..."

"청. 나를 온전히 믿지는 마. 나 같아도 죽은 동료가 다시 돌아온대도 기쁘겠지만 일단은 의심할테니까. 하지만 이 급한 상황에서 우리들은 시비를 가릴 시간이 없잖아? 내가 진짜 아이샤인지 아닌지... 그냥 나를 너의 버리는 패라도 생각해도 좋으니 우선은 우리 같이 손을 잡는게 어때? 후에 너의 판단 아래에 내가 아이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가차없이 나를 죽여. 어차피 내가 살아돌아온 이유는 너희들이니까."


아이샤가 싱긋 웃으며 청에게 손을 건낸다.


"아이샤...그런 가슴 아픈 말 하지마. 살아 돌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감동을 받은 듯한 멍청한 얼굴을 하고는 아이샤의 손을 잡고 일어선다.



"우선 이브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나 두동강 난 이브를 챙기는 청을 돕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


"아...제가 도와드리겠..."



청이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엘리시스?"

"네?"

"...뭔가 이상해."

"뭐가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던 아이샤의 표정도 굳어가며 무서운 얼굴로 변해간다.






"엘리시스. 당신은 제게 존댓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아차.













+보너스, 미완성 스케치 일러


엘리시스가 아이샤를 업고 상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엠프의 공격을 되받아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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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12 02:47 | 조회 : 2,123 목록
작가의 말
YluJ

금방 돌아왔죠~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연재주기는 여전히 느릴꺼 같습니다 ㅠ_ㅜ 심지어 분량도 안습...(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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