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마지막 임무




내 동생과 다시 마주쳤을 때, 그는 도망자의 신분으로 내 앞에 있었다. 많은 일을 겪고 나서 몸과 마음 모두 엉망진창이 돼서 너무나도 슬픈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자학하며 슬퍼할 권리조차 빼앗긴 듯이 모든 감정을 숨기려고 애썼다.


'누나는 다 알 수 있는데 말이지.'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이건 너와 나에게 해당되는 말. 하지만 나는 네가 무사하길 바랄 뿐이야 엘소드. 넌 내 가족이니까.




엘소드가 탈출을 하고 아리엘이 잡히고 난 다음 날의 해가 떴다.


'빨리 애들에게 돌아가야겠군.'








"단장님! 도대체 지난 밤에 어디 계셨던 겁니까!"

"시끄럽다....휴...피곤하네 좀. 한 숨 잘까?"

"엘소드가 행방불명 되었다고 마을 원로들과 주민들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데..."

"그게 뭐. 나보고 어쩌라고?"

"아리엘이 유력한 용의자로 잡혀 들어갔습니다!"

"아...그래...?"

아리엘은 어떻게 꺼내줘야 하지...





지금 당장은 너무 피곤해 그냥 쇼파에 눈을 감고 누워버렸다. 하지만 부하녀석은 계속해서 내 옆에 말 없이 서있었다.


"뭐...왜..."

"단장님 저 압니다."

"뭘?"

"단장님이 동생분 탈출시키는거 도우셨죠! 단장님이라면 추우웅분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시죠. 암요."

"하, 완전 예리한 자식. 인생살기 안 피곤하냐?"

"아니면 단장님이 이렇게 가만히 계실리가 없겠죠! 으아악! 안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엄청 의심하고 계신데!"

"야 우리 영향력이 얼마나 쎈 데? 그런 의심 가지고는 우리 손 끝 하나도 못 건드려."



한 숨을 푹 내쉬고는 손에 쥐고 있던 종이를 건네준다.

"엘더마을에서 저희를 고용함에 따라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눈을 뜨고는 부하녀석 손에 들려있던 서류를 낚아챘다.




-베스마 재탈환 임무-

1. 베스마 지역 내 마족 소탕
2. 방어선을 베스마까지 이전
3. 최종목표: 거주지와 베스마 협곡까지 탈환 후 민간인 이주


지원: 식량, 식수, 방어구, 군수물자 등



"우와. 되게 성의없이 써냈네. 재수없다. 그리고 우리보고 다 죽으러 가란 소린가?"

"뭔가 엘더 분위기가 많이 험악한 거 같아요."

"아 뭐 별 수 있나. 가야지...오늘 밤에 출발하자. 애들에게 일러둬."

"괜찮을까요? 베스마에 지금 마족이 엄청 많기도 하고 협곡도 있고 그래서 길이 좀 험하기도 하고...지형이..."

"우리의 천직이다. 우린 항상 죽음의 가운데에 서서 남을 살리기 위해 싸웠고 우리 동료들이 죽는 것도 많이 봤어."

"그렇...죠."

"전장에서 산다는 건 이미 우린 죽었다는 거야.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자. 특히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등에 지고 연명하는 것이니 정신 바짝 차려야하고. 전우들의 죽음에 크게 휘둘리면 안 되고. 알지?"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됩니다. 제발 다들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근심이 가득한 녀석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엘소드가 생각났다.

"당연하지. 항상 그랬듯이 우리는 멋지게 임무를 완료하고 돌아온다!"







해가 지고 찾아온 밤이 우리들의 개전을 재촉했다.







-베스마-




"단장! 생각보다 마족들이 별로 없습니다. 보이는 녀석들은 전부 처리했고요."

"방심하면 안 된다. 알겠지만 베스마는 지형적으로 복잡하고 숨기에도 습격하기에도 참 좋지. 공격에 들어가는 우리가 불리하다는 말씀."





확실히 이상하긴 해. 지금 베스마에 있는 마족 수가 적은건 아니지만 정찰대가 알려준 수보다는 훨씬 적어. 분명 보고받은 내용은 어제 내가 엘더에 도착하고 난 후 받은 보고니까....




'하루만에 이렇게 수가 달라질 수 있나?'





"단장님! 습격입니다!"


"큭! 역시나...!"




응? 뭐야 이 공격 패턴은! 마족들의 공격패턴이 아닌데! 일단 너무 광범위해.



"다들 몸을 피해! 협곡아래로는 절대 떨어지지 마라! 각자 몸을 지킨 후 베스마 호수에 2시간 이내에 재집결한다! 이상 살아서 보자!"


그대로 나는 협곡으로 떨어져버렸다.






방금 공격은 마치 나를 노리는 듯한, 또 나를 단원들과 떨어트려 놓으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공격패턴은 처음 보는군. 젠장 운도 더럽게 나쁘네. 이런 위험한 공격을 하는 건 누구냐! 어서 나와!"






"안녕? 자고 있는데 시끄럽길래 짜증나서. 아 뭐야 근데 멀쩡히 살아있잖아?"


누군가가 협곡의 그림자에 서있다. 잠시 흠짓하며 어둠 속에서 나를 노려보더니 뭔가 재미난 생각이라도 난 마냥 나를 비웃으며 그림자 속에서 나왔다.









"...아이샤...?


"흐응? 나를 알아?"





기운은 전혀 아이샤의 기운이 아니다. 이 역겹고 구역질나는 기운은 대체...


"너도 꽤 강한가봐. 내 공격을 피한 것도 그렇고 자세히 보니 너 자체도 굉장히 죽이기엔 아까운 재능이야."

"베스마에 있던 마족들은 어떻게 된거지?"

"배고파서 먹었는데?"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야 빨간머리."

"내 이름은 엘리시스다. 넌 대체 뭐하는 놈이냐. 아이샤는 죽었는데 그 몸은 분명 아이샤의 몸이야."

"알 필요 없고, 죽을래 아니면 나를 도울래?"




무슨 저런 말이 안 통하는 미친 년이 다 있지.




"나 지금 진짜 졸리니까 빨리 말해. 아까 내 힘 봤잖아. 아...됐다. 그냥 너 나 좀 따라다니면서 날 도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왜냐하면 내 말을 안 따르면 네 동료들 다 죽여버릴꺼거든."



달이 협곡의 바닥에 그리고 있던 그림자가 꿀렁거리며 공중을 둥둥 떠다녔다. 괴상하긴 하지만 저건 분명 마법진.


"넌 똑똑하니까 네가 지금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이 마법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도 알꺼야. 네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던 동료들을 지금 당장 죽여버릴 수 있을 만큼."



상황이 굉장히 위험하다. 나는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혹시 너가 하려는 일이 인간을 다 죽여버린다거나..."

"푸핫! 내가 그런 하찮을 일을 할 꺼 같냐?"

"좋아.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너를 따라가겠다. 대신 두 가지 조건만 들어주길 바래."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

"그냥 여기서 너를 상대하며 최대한 발버둥 치다가 죽어야지 뭐."

"거래를 하자는 건가? 뭐 좋아."

"첫째, 우리 단원들의 생명을 보장한다. 둘째, 베스마에서 떠난다."

"간단하네? 그 정도로 너를 얻을 수 있다면 좋다."




궁금한 것은 많다.

어째서 이 이상한 여자가 아이샤의 몸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어떤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설령 내 힘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판단했는지

도대체 정체가 뭔지




"하하! 표정이 굉장히 뚱하구나? 보아하니 이 몸의 주인이랑 아는 사이였던 거 같고. 궁금한게 많지?"

"...물어보면 죽일꺼잖아?"

"응. 니들이 내 잠을 깨워서 안 그래도 신경질나거든. 그러니까 귀찮은 질문은 안 했으면 해."




그녀 곁에 있다가 타이밍을 봐서 정보를 얻어내고 탈출해버리자. 현재로써는 이게 최선인 듯 하다.






그녀는 나를 보고 한 번 살짝 비웃고는 마을을 등지고는 협곡을 따라 걸어갔다. 나도 조용히 그녀 뒤를 쫓았다. 머리 속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이성적이고 냉정해야만 한다.

2시간이 지나면 단원들은 임무를 중단하고 엘더마을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인지 마족인지도 모를 녀석에게 붙잡혔지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녀가 바라는 '어떤 가치'가 있기 때문에.






"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찜찜해서 안 되겠어."

"...?"




그리고는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오고는 내 의식을 끊어버렸다.


















"만약에 네가 틈을 봐서 정보만 쏙 빼먹고 도망쳐버리면?"

"..."

"넌 머리도 잘 굴러가는 거 같으니까. 예방차원이라고 생각해~ 목숨은 안전할꺼야. 대신 정신지배만 좀 해둘께?"

"..."




"사실 너 보자마자 되게 재미난 생각을 했거든? 내가 죽여야 하는 놈이랑 너랑 되게 똑 닮은거 있지?"

"..."

"그래서 그 놈을 너가 죽이게 하려고...! 푸하하하! 진짜 생각만 해도 굉장히 재밌을 꺼 같다! 아~ 기대 돼~"

"..."





얼굴을 가려버린 빨간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는 묶여 있던 머리를 풀어준다. 그리고는 속삭인다.








"너가 그 녀석을 죽이는 날, 너도 함께 죽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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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6 02:13 | 조회 : 1,907 목록
작가의 말
YluJ

처음으로 삽화를 넣어보내요...과연 잘 업로드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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