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탈출

"아리엘. 너는 무슨 이득이 있길래 계속해서 나를 도와주는거야? 회사는 망했고 나는 패자야. 내 동료들은 다 죽어버려서 이제 용병으로서의 가치도 사라져버렸어."


아리엘은 나의 질문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나를 한 번 힐끔보고는 시선을 거뒀다.


"...이젠 회사의 이익이나 저의 이익을 바라는 건 무의미합니다. 어떠한 이익이 있기 때문에 당신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뭐 그렇다고 시덥잖은 정 때문도 아닙니다. 결국엔 당신이 저를 죽음까지 몰아넣었는데 정은 무슨."

"..."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

"아, 참고로 지금 저희가 향하는 곳은 엘리시스가 있는 곳이 아닙니다. 당신을 이 엘더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입구로 가고 있는거죠."


아리엘은 나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나의 목적지를 말해주었다.


"그 어떤 지원도 없습니다. 병사들, 식량과 식수, 방어구 일체 없습니다. 단지 루리엘이 빼내온 당신의 무기만 드릴 수 있습니다. 정말 목숨을 걸고 빼왔죠."

"어...고마워. 아 근데 역시 누나는 못 보고 가는건가..."



현재 유일하게 남은 내 편인데.

아리엘은 역시나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한 번 째려보았다. 그리고는 어떤 어두컴컴한 동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해가 진 지 꽤 돼서 어둠이 바닥까지 깔렸고 희미하게 어떤 사람의 형체만 보일 뿐이다.


"엘소드, 당신은 인복이 많군요. 당신이 못 찾아 오는 걸 어찌 알고, 또 여기인지 어찌 알고."



"엘소드!"

누군가가 작게 소리질렀다.


"누나...?"


빨간 망토를 머리 끝까지 덮어쓰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누나는 많이 말라있었다. 하지만 자기 자신보다는 내가 더 걱정되는지 나에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고 토닥여줬다.


"괜찮지 않은 거 알아. 힘내라고도 하지 않아. 힘내라는 말은 지금은 그저 낭비이자 사치일 뿐이니까. 모두가 너를 비난해도, 모든 네 편들이 네 곁에 없더라도, 지금은 누나가 네 옆에 있어. 누나는 네 편이야."


나 역시 누나를 꼭 안아줬다. 나도 누나도 온갖 감정에, 고난에, 지침에 뒤엉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오래 있지 못해서 아쉽다. 누가 우리들을 찾기 전에, 누군가가 너를 이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기 전에 넌 가야겠지."


나를 품에서 떨어트려 놓고는 나를 쳐다본다. 누나는 강하다. 울지 않고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위로하고 나의 버팀목이 되었다. 그리고는 등에 메고 온 나의 검을 건네준다.




"...성공확률은 내가 보더라도 극히 희박하다."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 지 알고 있어?"

"루리엘에게 들었어."

"...아마 죽지 않을까...아니. 나는 죽어. 죽으러 가는거야."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여기서 이 곳 사람들을 지켜야 해."

"알아. 누나는 누나의 위치에서 나는 나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



이 상황에서의 최선은 과연 어떠한 '최선'이 되려나. 미래가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가는 길 도중 마족의 부대를 마주친다면, 그게 설령 소규모의 부대일지라도 나는 바로 죽어버리겠지.


"누나. 나는 그냥 죽지 않을꺼야. 최대한 발버둥치고 할 수 있는 모든 걸하고 죽을꺼야. 한 녀석이라도 더 죽이고 죽을꺼야."

"...엘소드."



"엘소드. 이제 가야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요."

아리엘이 우리와 살짝 떨어져 서서 응시하고 있었다.


"엘소드는 그대로 그 동굴과 이어진 알테라 최장거리의 광산을 찾으세요. 이 동굴은 굉장히 깁니다. 부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서 광산과 연결된 부분을 찾아서 그대로 알테라로 진입하세요. 마족과 만날지는 당신의 운에 달려있습니다."


"...마족이 이 곳을 통해 엘더로 아직 침입하지 않았단 건 마족은 알테라 광산과 이 동굴을 아직 모른다...?"

"네.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엘소드를 저 동굴로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엘리시스...당신은 몸을 최대한 숨겨 동굴 안에 숨어 있다가 해가 뜰 때 쯤 당신의 부하들에게 돌아가세요."





"...어?"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누나는 나를 이끌고 어둠보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나를 데려갔다. 아니 숨어버렸다.


"누나...!"

"쉿...엘소드 너는 이대로 저 안으로 들어가."

"...아리엘이 잡힌거지."

"응."



결국 나라는 놈은 끝까지 아리엘에게 피해만 주고 가는구나. 과연 아리엘은 무사할까... 앞으로 무사할까...


앞으로.



'어차피 앞으로는 없어.'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이제 더이상 괴로워하고 자책할 감정마저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꾹꾹 눌러담아 나 자신에게도 숨겨버린 후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더 깊은 어둠을 향해 걸어갔다.




"엘소드."

"..."

"사후세게에서 만나."

"응."



누나와의 마지막 작별인사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브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알테라로 향한다.



'그런데 시련의 신전. 시련의 신전에는 왜 가야하는거지? 그 곳엔 무엇이 있는건가.'






















"그대는 이곳에서 죽어가는구나."

"..."

"살고 싶어 끝까지 도망치다 도망치다 결국에는 여기까지 온 것이냐."

"..."

"이 곳에 얼어있는 나와 별반 다를바 없는 신세이구나. 그대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그저 그렇게 누워있을 뿐이지. 냉동생선마냥 꼼짝도 할 수 없이 말이야."

"..."

"그래. 그대는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이냐? 이 인간계와 마계의 사이에?"

"..."

"흐응...그저 짐만 떠드는 꼴이 남이 보면 우습게 보이겠지?"

"..."

"그대, 나와 계약하겠느냐? 너에게 생명을 주겠다. 그대는 나의 탈출을 돕거라."

"..."

"서...설마. 이미 죽은 건 아니겠지...? 아...안 돼! 여기서 죽으면 안 됀다!"

"..."

"여기서 살아나서 짐의 탈출을 도와란 말이다! 으아앙!"

"...그래."

"...뭐야. 말 할 수 있었으면서 왜 지금까지 내 말을 무시했던거지?"

"뭐든 다 줄테니 나 좀 살려줘."



"...좋다. 계약 성립이다."





치직-

-H-킬리아크의 문에서 강한 진동과 빛 감지, 알테라 토벌 명을 받은 글리터 제 3 정예부대 경로를 바꿔 하멜로 향해라. 진동과 빛의 원인을 조사하라.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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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4 01:46 | 조회 : 1,852 목록
작가의 말
YluJ

타이밍 보소 ㄷㄷ 엘소드 운 지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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