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녀의 이야기

아아...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의 모습.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너의 그 슬프고 답답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넘겨받았다. 그리고 미처 너를 위로해주기도 전에 나는 그저 울면서 눈을 감았다. 내 눈물이 너를 위로해주었기를... 그래도 이 두 눈으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너를 마지막으로 봐서 다행이다. 모두가 적이 되버린 이 세상에 너를 두고 가서 미안해.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다시 만날지도 몰라.

좋지 못하게 말이야.






'이 흑마법...'


나의 사망이유. 흑마법에 의한 피폭. 하멜 제 2의 어둠의 문 앞에서 시전자를 알 수 없는 흑마법에 걸렸다. 그 후로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내가 죽기 직전까지 이 마법에 대해 여지껏 내가 배워왔던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맞아. 금서(보면 안 되는 책)에서 본 적 잇는 것 같다. 마계의 F-팬덤지역의 거주자 중에서도 군주의 딸...'


기억아 제발...제발 떠올라라. 으으...





페이타의 마계(F-) [금서]

쁘띠 앙고르[악마 종족(마족)]
: 마계의 F-팬덤지역의 군주의 딸. 그녀는 몸이 약하지만 그에 비해 너무나도 강한 힘과 마력을 지니고 있기에 몸이 버티지 못해 일찍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그녀의 신체붕괴 전 그녀만의 마법을 창조해냈고 이 후 몸을 바꿔가며 삶을 지속해간다. 주로 마족 중 가한 마력을 지니는 악마와 신체구조가 탄탄하고 체력이 좋은 글리터에게서 몸을 빼앗으나, 사정이 되지 않을 때에는 다크엘프, 수호신의 몸을 빼앗기도 했다. 그녀의 마법은 인간계에서는 한 번도 시전된 적이 없어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계 내에서는 유명하고도 악명높은 마법이다. 그녀에게 몸을 뺏기게 된 후 그 신체들을 일컬어 보이드 프린세스(void princess)라고 칭한다. 알려진 바로는 책이 쓰여지는 시점까지 총 7명의 보이드 프린세스가 존재했다.

*마족에는 다양한 종족이 있다.
+ void: 텅 빈, princess: 공주







'와...제대로 잘못 걸렸네...'



죽기 직전까지 내가 해낸 것은 마법의 시전자를 추측하는 일이었다. 만약 내가 조사했던 인간계 마계 1대1 상호작용가설이 맞다면, 페이타지역도 아니고 하멜의 어둠의 문에서 그 마법이 날아오나? 게다가 페이타의 어둠의 문은 F-팬덤지역이 아닐텐데...

그리고 내가 이렇게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더 알아낸 정보가 있다.




'이 마법 진짜 지독하네.'



피폭자(흑마법이나 저주를 받은 사람)의 영혼과 신체를 최대한 빨리 분리시켜버린다. 그 후 그 신체는 썩지 않게 하고 몸의 본래 영혼을 쫓아내고 그 비어버린 몸을 차지한다.


마법의 내용을 안 후 나는 혹시 몰라 남겨두었던 마력을 전부 이용해 흑마법을 완화시키고 신체를 벗어난 나의 의식과 영혼을 붙잡아두었다. 또한, 나는 내 몸이 이치에 맞게 썩어가도록 만들었다.


'내 몸이 이용하지 못 할 정도로 썩기 전에 그 공주가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3일 후 나의 장례식이 열렸다. 내 나무는 전에 원소마법을 공부한답시고 내 마력을 남겨두었던 나무. 덕분에 나는 더 빨리 내 몸이 썩도록 마법을 걸었다. 어차피 그 흑마법의 메인인 '신체와 영혼 분리하기'는 내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 죽은 이를 가슴 아프게 하고 모욕하는 것이겠지만 나의 의식은 이렇게 깨어 있고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된 지금 정신을 굳게 잡아야 한다.
일일히 상처받을 틈은 없다. 그들은 내 주변을 알짱거리다가 마음에도 없는 명복을 빌어준다.


'하 정말 우습구나. 결국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이들을 지킨 것일까?'

사람들의 모습이 우스워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멍청한 그들을 바라본다. 그런 가식적인 사람들 사이에, 엘소드. 너가 있다. 수척하고 생기 잃은 그 모습이 나를 너무 아프게 한다. 그 이후로는 그 누구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너를 쳐다볼 뿐이다. 너는 나를 계속 가슴 아프게 했지만 나는 너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 너와 나만이 남았다.


너는 나에게로 다가온다.






"아이샤."

'하. 이 멍청이. 어차피 나는 죽은 사람인데.'


주머니에 꼬깃꼬깃 구겨져있던 종이를 꺼내들어 나(나무)에 붙여둔다 그건 그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 그는 나에게 명복을 빌어주고 그 편지를 읽었다.


네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그래서 말을 걸었을 때,
너가 대답해주기를 바랬어.
하지만 너는 아무 말도 없었다.

'맞아. 병실에 들어와서는 내 이름만 계속 질러댔지.'

내가 네 손을 잡았을 때,
그 손에 온기가 느껴지기를...너가 날 쳐다봐주기를 바랫어.
하지만 넌 그냥 그렇게 눈을 감고 있었지.

'그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를 잡아주었지.'


내가 너를 보러 갔을 때,
너가 눈 감고 있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넌 나를 보고 울고 있었어.

'...'


이제 내가 뒤돌아서 너를 떠나갈 때,
제발...제발 나를 잡아줘.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엘소드를 끌어안고 그를 쓰다듬어주고 토닥여줬다.

엘소드, 너와 함께였던 순간 나는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들리진 않겠지만 제발 잘 들어줘 엘소드. 마음으로...제발 이 말이 전해지길 바래.


'엘소드.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야.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사실 우리들 중 내가 제일 먼저 흑마법에 맞고 쓰러져서 기절하는 바람에 친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겠는데...각설하고, 우선 하멜에 2번 째 어둠의 문이 생긴 것도 이상해. 듣자하니 아라의 실종과 이브의 코드도 매우 수항하고. 생각해보면 이번 어둠의 문에서 평소보다 많고, 다양한 종류의 마족들이 나왔잖아? 이 이상한 점을 부디 떠올려 엘소드. 벨더에서는 글리터 종족만, 샌더에서는 악마종족만...물론 벨더에서는 소수의 다크엘프도 나왔지만 이번엔 확실히 전례와는 달라.'



'엘소드. 이에 대한 진실...나는 아마 알아내는 게 불가능 할꺼야. 부디 네가...'


그 뒤로 아리엘이 그를 찾아왔다. 그가 나에게서 떠나갔다.








'엘소드...'


나는 너를 향해 의미없는 손을 뻗었고 나에게는 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없애러 온 그 귀한 손님이 찾아왓다.


'네 소원대로 너 잡아줘야 하는데. 미안. 상황이 마땅치가 않네.'

"안녕? 너 참 귀여운 짓을 해뒀구나?"

'인간에게 마법을 건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오? 그 정도의 마계정보를 담은 책은 인간계에서는 금서라고 들었는데."


딱 봐도 삐걱거리고 다 썩어가는 다크엘프가 엘소드가 사라진 반대쪽에서 나타났다.


'너는 분명 F- 지역의 마족인데 어째서 하멜에서 마법을 쓰고...'

"너 되게 똑똑하다."

'클로에. 게다가 너는 과거에 벨더에서도 우리를 괴롭혔지. 그 때도 몸이 점령당한 상태였냐?'

"내가 어렸을 땐 몸이 아파서 밖에 많이 못 돌아 다녀가지고...내가 지금은 돌아다니며 노는 걸 좋아해."

'앙고르...'


검은 진물을 뚝뚝 흘리는 입이 나를 보고 웃는다.


"내 마법을 감히 완화시켜놔? 씨X 느긋하게 올랬는데 너 때문에 이렇게 급하게 왔잖아."

'나도 니 년이 이렇게 빨리올 줄 몰랐다. 아직 덜 썩었는데 말이지.'

"하!"




기분나쁘게 나를 툭툭 건드리고 더듬더듬 만진다.

"H-킬리아크에서 놀다가 멍청한 마족년놈들이 인간계로 넘어가는거 구경하고 있는데 왠 걸? 개 쎄보이는 마력의 소유자가 있는거야. 보통 이름 좀 날리는 악마들을 뛰어넘는... 뭐 이까짓 이유로 하찮은 인간몸을 뺏지는 않지만 말이야. 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지."


'...'


"이거 봐. 급해서 다크엘프 년꺼 막 가져다 썼는데 얘도 내 마력 견디지 못하고 이렇게 부서지고 있어."

'...'

"네 몸을 쓰면 이제 험하게 다루지 않는 이상 평생 쓰겠구나."

'그냥 줄 꺼 같냐?'




나무의 마력을 이용해 내 관에다가 마나실드를 쳤다.

"쌍년아 영혼까지 털리기 싫으면 이거 풀어라. 그 흑마법 쓴다고 남은 마력이 없단 말야. 마지막 자비를 베풀어 딴 영혼들과는 다르게 영혼소멸 안 시켰더니...기회줄 때 그냥 이 세상에 빌빌거리며 귀신으로 살라고. 니놈들 다 죽어가는거 지켜보면서 말이야?"



'...한 지방의 공주라는 자가 입이 되게 험하네.'


"그래. 그냥 너도 뒤져라."




엘소드. 엘소드 보고 싶다


"아 맞다. 아까 그 남자애. 내가 죽일거다?"

'뭐라고?'

"원래 인간계 간섭하려면 니네가 어둠의 문이라 부르는 거길 지나서 인간계에서 직접 마법을 시전하던가 공격을 하던지 해야하는게 룰이거든, 근데 귀찮아서 옆에 있던 H- 총 주인 (각 지역의 군주들 중 대장) 졸라서 마법만 썼는데 그 대신 저 남자애 죽이는거 돕기로 해가지고."


'이...씨...ㅂ...'


"아 근데 니 년 때문에 이렇게 일찍 인간계로 넘어올꺼 알았으면 그 딴 약속 안하고 넘어오는건데..."



레나 언니의 화살과는 전혀 다른 검붉고 기분 나쁜 피의 화살이 시끄럽게 쨍알대며 나를 겁준다.


"유감이야. 이야...너 표정 죽인다! 그래. 그렇게 미련과 한, 분노를 남긴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껄 뻔히 알지만 이제 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 심지어 너의 모습으로 그 사람을 죽일꺼라고?"



화살의 촉이 내 영혼을 향한다.







나의 의식은 그렇게 끊겨버렸다. 그리고 내 나목은 그저 평범한, 아주 평범한 나무가 되어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 앞에 묻혀있는 관이 작게 폭발한다. 그리고 보라머리의 소녀가 좁아터진 관 속에서 나온다.


"하 씨X 눈 한 쪽이 이미 썩어버렸네."


아이샤의 나무를 한 번 발로 차버리고는 자리를 뜬다.


"아 맞아. 내가 이 몸을 탐낸 이유. 우리 엄마, 아빠가 나에게 주신 몸뚱아리랑 진짜 비슷하게 생겼거든. 그냥 내 원래 몸을 다시 찾은거야, 난."




지금 역대 가장 위험한 보이드 프린세스가 탄생했다.






-추가정보-

엘소드의 기본 설정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소설의 스토리 진행은 그냥 소설을 읽으면서 대충 감이 오기 때문에 굳이 안 읽으셔도 됩니다.






마족에는 다양한 종이 있다. 호의적인 종vs그렇지 않은 종
각 지역의 어둠의 문이 열린 지역은 인간을 싫어하는 마족들의 지방에서 열린 어둠의 문이다. 분류는 저러하나 보통 마족으로 칭하는 건 인간과 적대적인 종이다.



(인간과 적대적) 이들과 연결된 포탈: 어둠의 문

악마: 강한 마력을 지님.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음. 드물게 인간에게 호의적인 악마가 있다.

글리터: 지능이 낮지만 신체가 매우 튼튼하여 체력이 좋음.

다크엘프: 매우 똑똑하고 민첩하다. 악마와 사이가 좋지 않다. 신체능력과 체력이 비교적 약하여 글리터와 공생한다.



(인간에게 호의적) 이들과 연결된 포탈: 신전

수호신: 인간에게 마법을 빌려주고 가문을 수호해줌. 대표적으로 '한' 가문의 구미호

엘프: 엘을 수호하는 종족. 대표적으로 레나. 이들이 타락해서 다크엘프가 되는 경우도 있으나 태생적으로 다크엘프인 자들과는 차이가 있다. 레나의 경우 엘의 나무를 통해 인간계로 건너왔다. (엘의 나무가 신전의 역할)



-마계의 지역-
루벤, 엘더, 베스마, 알테라 지방 역시 마계와 1대1 작용을 하는 지역이 있으나 그 곳은 인간에게 호의적인 마족들이 주로 살기 때문에 어둠의 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루벤: R-마계지방명
엘더: L-
베스마: B-
알테라: RT-

벨더, 페이타, 샌더, 라녹스에는 보통 인간과 적대적인 마족들이 산다. 그렇지만 일부 호의적인 마족들이 사는 경우도 있으므로 신전과 어둠의 문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EX: 불의 신전(신수-이플리탄, 얘도 마족. 인간은 아니니깐요.)

벨더: BD-
페이타: F-
샌더: S-
라녹스: LA-


하멜 해당 지역은 호의적인 마족과 적대적인 마족이 거의 같은 비율로 공존하고 마계 내의 중심이다. 인간계에서도 역시 하멜은 매우 중요한 장소이고 중요한 사건이 많이 일어났다.

하멜: H-


각 지역에서도 땅덩어리가 서로 나눠져 있어 각 군주가 그 지방을 다스린다.

'F-팬덤'의 경우에는 F- 지역의 어떤 지방이 있는데 그 지방을 다스리는 자가 지은 이름이다.

지방을 다스리는 자: 군주
군주들의 대장: 총 주인



EX)

H-킬리아크

하멜 해당 마계의 지역 중 '킬리아크'라 불리는 지방이 있고 그 지방을 다스리는 사람은 H-킬리아크의 군주이다. (여러분의 예상대로 이 지역의 군주는 루 입니다.)

H- 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자는 'H-총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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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4 00:29 | 조회 : 2,332 목록
작가의 말
YluJ

어엄청 길고 복잡하네요 하핳.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틀린 문법은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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