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수상함

사람들은 모두 나를 피한다. 그리고 손가락질한다. 그 누구도 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히어로에서 이제는 인류 멸망의 심지에 불을 붙인 이 세상의 '악'이 되어 있었다.


언제나 내 편을 들어줬던 내 친구들은 이제 내 곁에 없다.


'재활 같은거 할 여력도 없고 저희 회사의 지원도 이제 없습니다. 저, 아리엘도 이제 엘수색대 담당자가 아니고요. 게다가 당신은 회복 기간 한 달이 주어지고 이후 임무실패와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 된 죄를 물어 처벌 받을꺼예요."


거울 앞에서 검은색 넥타이를 조아맨다.


"뭐 처벌도 사실 이 상황에선 무의미하죠. 어차피 이대로라면 다들 죽어버리는걸요.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아요. 이제부터 마족토벌을 담당하는 주 용병은 현재 라녹스에서 마지막으로 이륙한 수송선에 타고 잇는 붉은기사단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끌기일 뿐이지요. 수송선이 무사히 루렌시아 대륙에 도착할지도..."


검은색 마이를 집어들어 입는다.



'누나 살아 있구나...샌더 뒤쪽에서 고립되었다고 했을 때 걱정했는데.'



공허함에 가득 빠진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죽여줬으면 한다.





오늘은 아이샤가 죽은 지 3일 째 되는 날


그리고 누나가 엘더에 도착하는 날




끼익-


아이샤, 나는 지금 너를 보내러 너에게 간다.






수목장 형식의 아이샤 장례식.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복장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임무를 실패한 순간부터 우리들은 죄인이었고 사람들은 죄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됐다고 울면서 비웃어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다행히 그들은 이 곳에 오지 않아 아이샤는 그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기껏 해봐야 코보직원들이랑 의사들, 마법사협회에서 나온게 다 인가.'



나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너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아, 아이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목숨을 걸고 이들을 위해 싸워온걸까. 우리라고 언제나 승리를 가져다주는건 아닌데...


이런 생각 해봤자 인류를 멸망의 위기에 처해놓게 한 내가...

그들의 대장인 내가...



"아라 시신은 수습조차 안됐다지?"

"안 죽고 어디 살아있는거 아니야? 알고보면 배후라던가...걔 오빠도 마족으로 변했었는데 걔라고 안 그럴까"

"그래도 수호신이 있는데..."

"아니 근데 제일 처음 아렌때문에 점령 당했을 때 빼고 방어선이 샌더까지 확보된 이후로는 하멜이 제일 안전지대였는데...포탈이 하멜에 경고없이 생긴 것 부터 수상하지 않아?"

"게다가 하멜의 안 쪽에 있는 어둠의 문(포탈의 공식명칭)은 이미 완전히 봉인 당했잖아."

"어쩌면 그래서 새로 만들어진거 아닐까? 벨더나 샌더의 어둠의 문은 그만큼까지 완벽하게 봉인되진 않았잖아."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이브 코드도 손상된 부분 말고 다른 부분은 누가 훔쳐간 흔적이 있다는데 뭔가 찜찜해."
"코보가 최대한 분석 중이겠지. 망했다고는 하지만"
"게다가 엘소드도..."
"야...저깄잖아...들으면 어쩌려고."



그들은 내 눈치를 한 번 슬쩍본다. 장례식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얼마 없던 사람들마저 속속히 빠져나간다.










혼자 남은 내가 너에게 다가간다. 너에게 손을 얹고 너의 명복을 빌어준다. 너와 즐거웠던 추억이 지나가고 나는 너를 대신해 우리의 주마등을 살펴본다. 그 짧은 시간은 정말 행복했고 나를 가장 빛나게 해줬으면 우리들은 가슴시리게 아름다웠다.






'엘소드!'

'아이샤 뛰지마! 그러다 다쳐!'

'나 또 신기한 거 발견한거 같아. 가설이긴 한데...!'

'또 공부했어? 역시 공부벌레.'

'내가 괜히 천재마법사가 아니지. 솔직히 타고난 능력에다가 노력이면! 신은 어째서 나에게 모든걸 줬을까!'

'...음...그래...'

'...개새야 내 가슴보지마. 변태색...아니 아무튼 내 말 좀 들어봐!'

'어 그래 말해봐.'

'마계는 미스테리 한 곳이니까 내가 연구를 좀 해봤거든. 아마 인간계와 마계는 1대1 상호작용을 하는 거 같아.'

'미안. 멍청해서 못 알아 듣겠어.'

'멍추야! 음...우리 멍청이를 위한 예시가...마계에 A라는 지역이 잇으면 인간계에도 A'라는 지역이 있어서 A라는 지역에서 포탈을 열면 무조건 A'에서만 열리는거야. B나 C지역으로는 포탈을 열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이거지.'



'그래?'



'...왜 그런 니글니글한 눈으로 쳐다봐?'

'아이샤 지적인게 너무 섹시해서...'

'...!?'

'키스하고 싶어져.'



너와 나의 첫키스의 기억이다.











바람은 살랑살랑 내게로 다가와 나를 꼬옥 끌어 안아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쓰다듬어준다. 마치 너가 나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듯 하다.





"엘소드. 엘리시스가 지금 막 엘더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아리엘."


"아이샤는 이미 죽었어요.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시고 앞으로 나아가세요."

"인류에겐 이제 미래가 없다고 했으면서..."

"맞아요. 그렇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아이샤에게서 시선을 돌려 뒤에 있는 아리엘을 쳐다본다.



나를 비웃는 것인지 위로하는 것인지 모를 미소를 띄며 이어 말한다.




"엘리시스의 붉은 기사단은 방어선을 라녹스까지 넓히는 임무에 성공했으나 복귀 수송선이 이륙하고 엘수색대가 임무실패를 한 후 라녹스는 다시 그들의 손에 넘어갔죠."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은 어쩌면 최고형인 사형판결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받는게 확실해요. 엘더마을에는 원래부터 엘수색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당신들의 든든한 지원자들은 알테라나 벨더, 하멜에 있었지만 그들은 피난준비도 하기 전에 몰살당했으니까요. 그리고 현재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이성을 잃고 이 공포를 제공한 당신들,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엘소드, 당신을 극도로 싫어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네. 친구들 따라 죽으러 가는거. 어차피 인류 멸망하면 죽을꺼..."


"살아서 밝혀보세요. 하멜의 제 2의 어둠의 문의 진실."


"내가 왜..."


"당신을 이 엘더에서 빼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코보에서 조사한 것 중 일급 비밀 몇 가지를 알려드릴께요."


"...?"


"중간과정은 생략하고, 아라는 살아 있습니다. 90% 확신합니다. 그리고 알테라 마을에서 이브를 처음 발견했던 알테라 코어와 하멜의 시련의 신전. 이 두 곳을 유심히 살펴보고 오세요."


"그 두 곳이 왜. 알테라랑 하멜은 이미 작살났잖아?"



"아시다시피 알테라 코어는 알테라에 속하지만 위치 상 멀리 떨어져있고 마족들은 솔직히 자신들이 포탈을 뚫었던 벨더, 페이타, 하멜, 샌더 외엔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가 얼마 없어요. 알테라 코어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목숨걸고 다녀와야죠."




"..."




"이브의 도난 당한 코드가 그 곳에서 추적됐습니다. 엘소드 그 곳으로 가세요."









-추가정보-


어둠의 문이 존재하는 지역: 벨더 페이타 하멜 샌더 라녹스


마족은 인간계와 연결되는 어둠의 문을 만들고 인간들은 이 어둠의 문을 봉인한다.


하멜(완벽봉인), 라녹스(붉은기사단이 마족들에게서 다시금 되찾아 온 지역)를 제외한 두 곳의 어둠의 문은 불완전한 봉인 때문에 가끔씩 문이 열려 마족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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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3 23:30 | 조회 : 2,265 목록
작가의 말
YluJ

솔레스에서 거주하는 찌질이 윈스입니다. 폭스툰 사랑해요. 엘소드 애증(?)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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