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M의 단상. 08

노래가 끝나갈 무렵, 그는 문득 그 두드리는 행동을 멈추었다. 불쾌한 표정이었다. 전직이 아무래도 사람을 취조하는 일이었으니, 사람 표정은 잘 읽을 수 있었다. 확실히 그의 표정은 불쾌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는 손을 깍지 켜고 기지개를 켰다. 괜히 기분을 환기하는 것 같아보였다. 그는 기분이 안 좋을 때면 가끔 저런 식으로 기분을 풀곤 했다. 다른 노래가 나왔다. 이건 나도 알 노래였다. 꽤나 유명한 아이돌의 노래였다. 아마도 그 전부터 쭉 아이돌의 노래를 메들리로 틀어주는 모양이었다.

노래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스터가 우리에게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난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두 가지 이유였는데, 하나는 그가 시킨 버니니가 술이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그가 설탕 봉지를 바로 뜯어 종지 앞에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술 마실 때 설탕으로 안주를 하나. 그것보다, 또 술이라니. 이야기 할 게 많을 텐데.”

그는 내 불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버니니를 따자마자 설탕을 손으로 찍어 먹기 시작했다.

“이건 개인 취향. 방금 아저씨 오기 전까지 계속 도수 높은 술만 마셨으니까요. 가볍게 속을 달래야죠,”

“……네 맘대로 해라.”

어차피 내 말은 듣지도 않을 테니까, 하고 구시렁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오늘 중요하다고 한 일이 그와의 말싸움은 아닐 테니까. 지금까지 이미 유치함이 넘치도록, 충분하게 말싸움은 했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 프림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좀 쓰다. 마시다 그는 어떤가 싶었다. 확실히, 그의 소년같은 외모로 술을 마시니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그 때도 미성년자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 바닥에서도 잔뼈가 굵은 아이였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나이 차이도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는 주제 꼬박꼬박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도 계속 똑같았다.

음, 이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그를 관찰하는 사이에, 그는 버니니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설탕을 한 번 더 찍어먹었다.

“단순한 사고일 수도 있지만, 제 감으론 그냥 넘길 수 있는 사건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 언제 시작하나 했다.’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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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47 | 조회 : 804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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