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로 갈까요.”
다행히도 그는 근처 허름한 카페를 권유했다. 허름한 카페를 두 남자가 가기에는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게 걷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승낙의 표시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러지. 그런데 세탁소는 안 들리나?”
아직 그는 빨래가 든 봉지를 계속 그대로 들고 있었다.
“이따 가는 길에 들러야죠.”
그는 문을 열곤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시죠. 아 맞다. 집에 들어갈 때는 좀 걸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건강 챙기실 나이니까요.”
얄미운 놈이다. 픽, 웃음이 나왔다.
“그건 예전 직장에서 지겹도록 했던 일인데.”
“으, 예전 이야기 하지 말죠, 우리. 끔찍하니까요.”
그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다는 듯 온 몸을 가볍게 떨었다.
“어서 오세요.”
카페 마스터가 우리를 반겼다. 난 슬쩍 그의 뒤에 섰다. 모름지기 인스턴트커피와 담배가 최고의 궁합이라 생각해왔던지라, 모르는 이름이 가득한 메뉴판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곳에 와도 늘 마시는 건 한 종류의 음료였다.
“버니니 부탁할게요.”
그는 뭔가 생각난 듯 힐끔 보더니,
“아, 다방 커피는 안 팔죠?”
하고 날 보며 생긋 웃었다.
“그 정도로 늙은이는 아니다. 아메리카노로 하지.”
‘그 사건’ 때문에 놀려먹는 게 점점 심해진다고 느끼는 게 마냥 기분 탓만은 아닐 거라 느껴졌다. 피식 그가 웃었다. 놀려먹는 데 도가 터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