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M의 단상. 06

“오래 기다렸어요?”

그가 머리를 대충 털며 나왔다.

“아니, 별로.”

대충 대답했다. 정말 딱 5분 걸린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름 빨리 나온 것 같다. 옷도 새 옷으로 갈아입은 듯 보였다. 무늬가 없는 흰 셔츠에 검정 넥타이다. 까만 재킷과 바지.

“상이라도 당한 사람 같군.”

“이거밖에 안 입었던 게 없네요.”

그는 왼 손에 든 봉지를 보였다. 빨랫감이 잔뜩 들어있다. 세탁소에 들를 모양이다.

“가자고.”

그의 뒤를 따랐다.

“노래 중간부분 두드리고 있으니 심심해 보였네요.”

“그래, 너 잘났다.”

나도 모르게 지팡이를 짚고 비 오는 거리를 춤추며 걷던 그 남자의 노래에 맞추어, 우산 끝을 땅바닥에 두드리고 있었나보다.

세탁소를 향해 걸었다. 사람이 별로 없다. 미리내 가는 역시, 낮에는 한가하다. 그나저나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무엇을 맡았기에, 감옥의 문턱에서 끈덕지게 자신의 재능으로 살아남은 그가, 과연 무슨 사건에서 어떤 냄새를 맡은 것일까. 하지만 거리를 걷는 내내 그는 말이 없는 편이었다. 먼저 운을 띄워볼까.

“이 시간엔 사람이 없나 역시. 이러니 별로 그런 곳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

“몸에서 나는 추악한 냄새를 싸구려 향수로 감싼 거죠.”

그는 즉답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이 거리는 여러 영업 찌라시와 홍등가의 종사자들이 활보하는 곳이니까.

“부정할 수 없군.”

또 말이 없었다. 그는 이리저리 생각할 게 많은 모양이었다. 걷는 것은 딱 질색인데.

“마치 너처럼 말인가?”

“저는 그래도 씻었답니다만.”

영양가 없는 농담이 오갔다. 바닥과 부딪히는 우산 끝이 조금씩 내 조바심까지 담아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불규칙하고 신경질적인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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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09:43 | 조회 : 967 목록
작가의 말
헤르닌

소제목이라도 넣어둘 걸, 지금 와서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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