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방에 1초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날 가끔 부를 때도 더러웠지만, 그게 치운 정도였던 수준이라니. 평소에는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치우지도 않고 살겠지.
“다음에 왔을 때는 제발 좀 치워줬으면 좋겠는데. 쓰레기 숙주 놈아.”
“미안해요. 원래는 이럴 때 부르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음엔 정리 좀 하죠.”
“믿을 놈을 믿어야지.”
“그럼 왜 말합니까. 안 믿을 놈한테.”
괜히 사족을 붙여서 반박할 거리를 줘버렸다. 이 녀석을 낳은 부모도 이 소년과 말하다보면 3분도 못 가서 얘하고 왜 말을 할까 싶을 게다. 재킷을 입으며 나가는 소년의 뒤를 따라나섰다.
낮의 미리내 가는 굉장히 조용했다. 밤의 미리내와는 이질적인 기분이었다.
“이 시간은 정말 사람이 없어.”
지나가듯 그에게 말을 건넸다. 황량한 거리에 나도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깨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던 듯, 혼자서 ‘아차, 향수’ 라는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예? 하긴.”
그는 귀 뒤를 살짝 문질렀다. 코로 살짝 손을 가져갔다가 고갤 찌푸렸다. 셔츠 안의 냄새도 맡았다.
“잠깐 들어갔다 오겠습니다.”
그는 영 못 참겠다는 듯 자신의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같이 올라가자고 말했지만, 그는 날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걷기 싫어하시는 분 똥개 훈련시키는 것 같아서 말이죠.”
할 말이 없었다. 우산만 만지작거렸다.
“기다리세요. 5분이면 나옵니다.”
무료하게 그를 기다렸다. 다시 올라가기엔 귀찮은 게 사실이다. 그냥 우산을 두들기며 기다렸다. 꿉꿉한 날씨, 시린 무릎. 서서 기다리다보면 오른쪽 무릎 안쪽이 저리다.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세를 바꾸게 된다. 5분은 벌써 지난 것 같아 시계를 다시 보면 아직 반도 지나지 않는다. 기다리는 건 역시 꽤나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