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사건이지?”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신이 없어보였지만, 그의 조그만 갈색 눈만은 확실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말로 하기는 좀 그렇지만 말이죠.”
“여기가 괜히 ‘미리내’가 아니잖아요? 뭐. 나도 방금 전까진 일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이 지어졌다. 맛 좋은 음식집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꽤나 허름하기까지 하다. 이런 동네가 ‘밤에’ 사람이 많을 이유는 딱 하나다. 홍등가. 미리내 가는 홍등가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클럽, 성인 마사지 등 넘치도록 많은 빨간 등불이 이 거리의 밤을 밝힌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몸을 섞으며 만드는 ‘그’ 물들이 은하수를 수놓는다고 우스개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일은.
“뭐, 내가 좋아서 하는 겁니다. 탐정 일만으론 수지도 안 맞고, 그다지 재밌는 꼴도 못 보니까요.”
좋아서, 수지가 안 맞아서. 그가 입버릇처럼 뱉는 말이었다.
“그래도, 방은 좀 치우지 그래. 냄새 때문에 더 앉아있지도 못하겠군.”
“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이런 곳으로 불러서.”
그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나무 부러지는 소리마냥 그의 관절에서 공기가 터진다. 그는 목을 한 번 더 흔들고, 옆에 널브러진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었다. 빨강 베이스의 검은 체크무늬 와이셔츠, 검은 바지와 재킷을 하나 들고 일어섰다.
“중요한 이야기라 어디 밖에서 얘기하기는 좀 그런데…….”
하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곤 혀를 쯧, 하고 찼다. 자신의 방 꼴을 보아하니 여기서 이야기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널려있는 모든 잡동사니들에서 곧 곰팡내까지 날지도 모른다.
“표정 보니 여기서 이야기하면 정신이 혼미해지실 것 같아 보이네요. 나가서 이야기하죠.”
그는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를 툭, 오른쪽으로 넘겼다. 정말 내 솔직한 감상평으론, 딱 교복 입고 등교하는 학생 같았다. 물론 그에게는 가방도 없고, 머리도 보라색에 가까운 갈색으로 염색했지만.
“그러지.”
나도 기다렸다는 듯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