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 상사화 ( 5 )

정현과의 통화를 끊고 택시를 잡아 약속장소로 나갔다.



위잉 -



일정한 진동이 잘게 느껴졌다.
아마도 정현의 빨리 오라는 재촉 전화일 것이다.



도진은 핸드폰의 화면도 보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 재촉하지마ㅡ, 가고 있으니까. ″



″ …약속에 늦었나봐? ″



휴대폰 반대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정현이 아닌, 주혁의 것이였다.
의외의 목소리에 도진은 자신의 침을 삼켰다.
주혁의 목소리와 말투에 가시가 돋힌 것 같은 느낌은 자신의 착각이리라.



″ 아, 예…뭐, 여유롭진 않죠? ″



″ 아ㅡ, 그래서 방금 성난 고양이마냥 날카로운거였군. ″



오토바이가 갑자기 지나가서 잘 들리진 않았지만,
′ 그 정도로 날카로운건, 나쁘지 않지만ㅡ ′ 이라고 주혁이 덧 붙여서 말했던 것 같다.



″ …그 정도까진 아니였어요, 원래 그런 말투긴 하지만. ″



숨을 들이키며 굶주림에 미쳐있는 사자처럼 주혁을 보고싶어 하는 자신을 최대한 숨겼다.
이런 걸 들킨다면 평생동안 놀림거리가 될테니.



″ 아ㅡ, 나한텐 뭐 수줍은 처녀마냥 소심해지길래, 성격이 뭐 그런가 싶었지. ″



하지만, 그건 내 앞에서만 그런거였군ㅡ.
주혁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자, 괜히 도진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어떻게 써야할 지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다.



″ 다 왔습니다. ″



택시 기사에게서 짤막한 말이 들려왔다.



″ 아, 감사합니다. ″



택시 기사에게 돈을 내고는 문을 열고 내렸다.



″ 아, 주혁.. ″



말을 채 잇기 전에, 전화가 끊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도 자신이 내리다가 실수로 끊는 버튼을 눌러버린 것 같았다.
도진은 얼굴을 찌푸리곤 고개를 핸드폰의 화면에서 자신의 앞에 있는 건물을 보았다.



″ 어라…? ″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였다.
택시에서 드문드문 스쳐 지나가는 길이 어색하긴 했었다.
주혁과의 전화로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그 때는 아, 내가 모르는 건물이려나.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은 무슨, 생명체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 고요한 주위를 살펴보니 뭔가 섬뜩한 감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다.



″ …안녕? ″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희끗희끗한 머리가 보였다.
아까 탔던 택시는 이 쪽에서 보낸 택시인 건가.
쯧, 혀를 차고는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 누구십니까ㅡ ″



날카롭게 물어보자, 대답은 중년 남성에서 들리는게 아니라, 뒤에서.
정확히는 도진의 귀 주변에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 니가ㅡ 그 미친 놈이랑 연관이 있는 놈이라면서요? ″



..목소리가 젊었다.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자, 키는 주혁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은 남자가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도진을 쳐다보았다.



″ …볼 일 있으십니까? ″



″ 아, 그냥 정보 좀 얻을까ㅡ, 해서요. ″



저건 뭔 개소리란 말인가.
주혁과 한 것이라곤 며칠동안 침대에서 몸을 뒹군 것 밖에 없는데.
도진은 튀어나올 듯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 제가 왜 그쪽한테 정보를 드려야하죠? ″



″ 아, 참 섭섭하게. 한국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



고개를 살짝 들어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물끄럼히 쳐다봤다.
말끔하게 생긴 얼굴이 재수 없었다.



″ 아ㅡ, 사례는 섭섭치 않게 드릴게요. 2억 정도면 될까요? ″



눈을 반달로 접어 환하게 웃는 남자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주혁이 하는 일이 도덕적인 일이 아닐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런 종류의 것일거라곤
지나가 듯 몇번 씩 생각해 보긴 했지만, 실제로 들으니 가관이였다.
아마도,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인가.
잘못 걸렸군.



″ 그냥, 간단하게 그 녀석이 무슨 말을 하셨는지만 말씀해주시면 돼요. ″



″ …해요 ″



″ 네? 잘 안들리는데. ″



″ 내가 그걸 왜 말해요, 씨발아! ″



욕설을 내뱉고 뒤로 돌아 도망치자, 뒤에서 쿡쿡ㅡ,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도진의 머리채가 강하게 잡혔다.
아찔한 고통이 몰렸다.



″ 윽ㅡ. ″



″ 건들면 주혁이 빡돌까봐 안건드리려 했는데, 같잖은게 깐죽거리네요. ″



남자가 도진의 머리채를 더 높이 들어, 도진의 얼굴을 확인했다.
꽤나 귀엽게 생긴 얼굴.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이 꽤나 색정적이였다.



″ 아, 혹시 주혁 좆이나 빨아주던 창남인가요? ″



″ …꺼, 져. ″



남자가 도진의 턱을 잡아 도진의 눈에 맺힌 눈물을 쓱ㅡ핥았다.
사무치도록 기분이 더러웠다.
주혁한테도 당했던거지만, 그거와는 기분이 사뭇 달랐다.



도진이 바둥바둥거리며 거부의사를 표현하자, 남자가 싱긋, 웃더니 나직히 속삭였다.



″ 아, 주혁 좆을 빨아줄만 하군요. 얼굴도 그 녀석 취향처럼 생겼고. ″



″ 흣, 뭐라는… ″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말캉한 혀가 도진의 입에 들어왔다.



″ 으, 읍. ″



거칠고 거친 키스는 도진의 혀를 뿌리마저 뽑아버릴 것 같았다.
아찔한 키스에 도진은 남자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냈다.



″ 하, 흐으. ″



거친 숨소리가 내뱉어졌다.
남자가 비죽이 웃어, 더욱더 재밌다는 표정으로 도진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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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3 16:50 | 조회 : 2,792 목록
작가의 말
려다

내일 이ㅅ어써 써야지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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