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 상사화 ( 6 )

″ 후우 - ″



싸움으론 이길 가능성 자체가 없겠지만, 혹시 모른다.
남자가 당황할 틈을 타,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을지.



눈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았다.
칠흑같은 어둠만이 주위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무엇하나 자신이 알만한 것은 없었다.
사무치게 무서웠다.
왜 이럴 때만 주혁이 없는건지.



어금니를 강하게 다물었다.
′ 빠득 ′하고 이가 갈리는 소리가 옅게 들려왔다.
실실거리면서 절대 놔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자는, 역겨웠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뒤로 돌아 바로 뛰어갔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두려움과 공포가 한데 뒤섞여있는 듯한 머리는, 소용돌이만이 가득찼다.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지 않았다.



툭 -



온 힘을 다해 도망가다가 어딘가에 부딫혔다.



″ 아. ″



눈 앞에 부딫힌 사물을 바라보자, 거대한 몸집을 가진 사내가 서있었다.
뭔가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은데.
젠장, 이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탕 -



″ 아흑ㅡ ″



강렬한 고통이 온 몸을 휘어왔다.
종아리 부분에서부터 아찔한 감각이 온 몸을 지배했다.



털썩ㅡ



″ 아, 아으.. 흡. ″



자연스레 눈물이 눈에 고였다.
다리가 너무 아프다. 이 고통을 ′ 너무 ′ 라는 한 단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엄청난 고통에 손을 덜덜거리며 상처 부위를 간신히 보자, 검붉은 피가 가득히 나오고 있었다.
아파, 아파. 아파ㅡ



도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인해 가득히 일그러지자, 남자는 미친놈마냥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젖까지 보일정도로 크게 웃었다.



″ 설마, 그 상황에서 도망칠 줄이야ㅡ. ″



짙은 화약 냄새가 좁은, 하지만 넓어보이는 골목을 가득히 메웠다.
남자가 다시 도진의 머리채를 잡아 눈을 마주치게 했다.



″ 그렇게, 무서운 개마냥 꼬리를 말고 짖어대면서, 도망가면. ″



남자가 도진의 귀에 다가가 나직히 속삭였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싫었다, 정말로 싫었다. 이 모든 상황, 사람이 다 싫었다.
그 택시를 잘못 탄 제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고, 오늘 약속을 잡은 친구 자식도 싫었다.



″ 당연히 누구라도, 잡고 싶지 않겠어요? 도진 군ㅡ? ″



순간, 이성의 끈이 뚝 끊겼다.
내 이름을.. 알고 있어?
고개를 들어 아마도 추악한 얼굴을 하고 있을 자신의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 내, 이름..을 윽, 어떻게 알아. ″



″ 말이 짧으시군요? 당연히 주혁의 옆에서 알짱거린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뒷조사 쯤이야. 뭐 당연한거 아닌가요? ″



..제기랄, 망할.. 만난지 일주일도 안되었는데 소문이 날 수가 있는가..?
경악에 물든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담배를 한 개비 꺼내어 피웠다.
뭔가 이상한 담배 냄새, 전에 맡아본 것 같은 냄새인데.



″ .. ! ″



눈이 크게 뜨였다.
이 담배 냄새, 전에도 맡아본 적 있었다.
저번에 알바 면접 보러 갔을 때, 사장실에서 맡아본 그, 이상한 냄새.
설마, 저 사람이.



고통과 경악이 뒤섞여 혼란스러움에 지배당한 머리는, 안그래도 돌아가지 않았는데, 더욱 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젠장, 이렇게 장기라도 따이는건가.




″ 으, 으악! ″



공포에 가득찬 비명이 골목을 쩌렁쩌렁 울렸다.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자, 피에 가득히 뭍혀 있는 주혁이 보였다.



″ 주.. ″



주혁을 보자마자, 이상한 느낌과 안심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하지만 말을 채 끝나기가 전에, 도진의 얼굴을 잡아채어 남자가 입을 맞춰왔다.



″ 으, 흡 ″



다리에 맞은 총상 덕분에, 힘은 제대로 써지지도 않았다.
제대로 발악해보기도 전에 남자의 머리 옆으로 정확하게 칼이 날아들어왔다.



″ 후, 주혁. 역시나 날카롭네요? ″



″ 놔. ″



″ 역시, 소문이 맞았나보네요. 이 아이가 그리 소중하신가보죠? ″



남자가 비죽이 웃어 주혁을 비웃었다.
고개를 간신히 돌려, 눈물에 얼룩져 잘 보이지도 않는 시야로 주혁을 찾았다.



″ 주, 주혁.. ″



목소리도 공포에 물들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입을 달싹이며 주혁을 쳐다만보고 있자, 주혁이 성큼성큼 다가와 남자에게서 날 낚아 채듯, 안아 들었다.
주혁이 죽일 듯 남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 이게 무슨 짓이지, 도강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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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5 19:27 | 조회 : 3,274 목록
작가의 말
려다

유후 어제 안올렸으니까 오늘 두편올려야겠ㅅ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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