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 상사화 ( 4 )

" .. "



어제 그렇게 해댔는데 또 하자고?
주혁을 나무라듯 쳐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안그래도 허리 아파 뒤질 것 같은데. 또 하면 진짜로 바닥을 기어서 다닐지도 모르겠다.



" 왜, 안돼? "



응, 안돼.
누구보다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남자가 시무룩해 있으며 애원을 하니, 수락을 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긴 한데.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그러다가 허리 부셔진다.
어제, 주혁이 잡고 강하게 쳐박아댄 덕에, 허리에 이어 다리까지 아프려고 하고 있는데.



" 할거면, 나중에 해요. "



눈을 가늘게 뜨며 주혁의 말을 맞받아치자, 주혁의 큰 손이 도진의 손을 잡아왔다.



" 그래, 그 대신 그 다음은 내가 만족할 때 까지. "



" 아, 네 뭐. "



도진은 이 말을 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해야 했다.
진짜로 주혁이 만족할 때 까지 했다간 자신의 허리와 다리는 무슨, 온 몸이 무사하지 않을거라는걸 간과해야한 것이 잘못이였다.



" 아, 참 저 저녁에 약속 있는데 갔다올게요. "



주혁에 집에 들어와서 벗어놓았던 코트를 마저 주워입고는, 현관문 앞에 서서 말했다.



" 누구랑 만나? "



" 아, 친구랑요. "



" 어떤 친구. "



" 음, 제가 아까까지 있었던 집주인 놈이요. "



저렇게까지 물어볼 필요가 있나? 어차피 친구인데.
도진은 살짝 고개를 쳐 들어 올린 의문을 가라 앉히고는 주혁에게 꾸벅 인사하고 나갔다.



***



" ─ "



뭔갈 해야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큰 눈을 몇번 굴리더니, 이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고 꾸벅 인사하는게 아닌가.
도진의 귀여운 행동에 주혁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아까까진 친구를 만난다는 도진의 말에 살짝 질투심이 올라오긴 했지만, 어떤가.
어차피 도진은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 사귀던 남자는 없을테니까.
…잠깐, 도진의 예전 연인이 친구 중에 있다면,



주혁은 자신의 질투심에 경악하였다.
아무리 자신이 남보다 질투도, 욕구도 많다고 하지만 자신의 연인의 옛 과거까지 궁금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주혁이 굳이 묻지 않아도 나불거리는 쪽들이 대다수였긴 했지만.─
주혁은 정말로 심각하였다.
도진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짜로 사랑이라는 걸 강렬하게 느꼈다.
…도진의 과거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을 느끼는거 부터가, 정상적인 사랑이 아닌 것 일텐데.
주혁은 끝도 없는 자신의 마음에 피식─웃었다.
언젠간 도진이 자신이 무섭다며 무서워 할 것이 너무나도 쉽게 예상되어서.



***



띠링 ─


경쾌한 알림음이 진동과 함께 울렸다.
핸드폰의 화면을 보니 떠있는 것은 정현.
시도때도 없이 재촉한다니까, 얜.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전화를 받자, 평소보다 하이톤인 정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디갔었어?! 집에 있는줄 알았는데, 어디 납치당한 줄 알았잖아! ″



″ 내가 애냐? 나가는거 하나하나 너한테 일일히 보고해야 돼? ″



귀찮다는 말투로 나직히 답하자, 수화기의 반대편에서 정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 그래서 ─ 어떤 새끼, 아니 어떤 놈 집에 있었어? ″



″ 응? ″



내가 딴 사람 집에 있었단 걸 어떻게 알지?
도진은 당황한 내색을 하지 않고, 평소처럼 느긋한 말투로 정현의 말을 맞받아쳤다.



″ 아, 그냥 아는 형인데, 자기 집 새로 장만했다고 자랑하더라. 그래서 보러 갔어. ″



″ 하─? 너는 아는 형이 강남 한가운데 있는 고급 아파트에 사나봐? 게다가 꼭대기층. ″



왜 화난 것 같지.
정현이 화난 이유를 1도 모르겠다.
왜 화난거지? 말도 안하고 나가서 그런가.



″ 야, 화났어? ″



″ 후… ,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아니다, 그냥 놀라서. ″



그나저나 저 놈은 어떻게 주혁의 집이 좋다는 걸 알았지?
다시 한 번 고개를 든 의문이 짙은 안개처럼 도진의 머릿 속을 가득히 메웠다.



″ 야, 그나저나 내가 간 형네 집을 니가 어떻게 알아. ″



″ 그냥 병원 가는 길이였는데, 니가 보여서 따라가봤더니 어떤 남자랑 같이 들어가더라고. ″



다정하게, 라고 저 자식이 덧붙인 것 같지만 그냥 못들은 척 하자.
도진은 구겨지려는 미간을 피고는 한숨을 작게 쉬었다.
저 자식, 진짜 내 스토커라도 되는건가.



″ 너 진짜 내 스토커냐, 옛날엔 안그랬는데 오늘따라 유독 그런다? ″



″ 니가 보인걸 어떡하냐, 너 은근 순진해서 막 다른 사람 따라가고 그랬잖아, 예전에.
어떤 사이비 종교가 와가지고 데려갈 뻔 했던거. ″



″ 그건 내가 골목에 들어가서 때릴려고 그랬던거고. ″



정현, 이 놈과 대화를 하면 묘한 부분에서 답답하단 말이야.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고는 정현에게 ′ 나 짜증났어! ′ 라는 말투로 덧붙여 대답했다.



″ 그래서, 어디서 만날건데? ″



″ 음, 우리 집 앞 스벅? ″



″ 알겠어, 그때 봐. ″




″ 아, 참 너… ″


뭔가를 말하려 했던 것 같은 정현의 말을 자르고 먼저 끊었다.
어차피 조금 있다 말해도 될테니, 별로 급한일만 아니면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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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5-01 23:32 | 조회 : 3,118 목록
작가의 말
려다

8ㅁ8 시험 개망쳐서 공부해야되가지구 분량이 짧네요..ㅠ 연휴동안 팍팍 보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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