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 상사화 ( 3 )

" 허. "



주혁의 집은 서울 한복판, 강남에 있었다.
강남에 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마무시한데, 건물까지 갖고 있다니.
이 녀석 사람인가, 싶었다.
얼굴 잘생겼지, 키 크지, 돈 많지, 밤 일 잘하지.
누가 뺏어가면 배 좀 아프다 수준이 아니라 배가 찢어지는 느낌일 정도로 훌륭한 남자였다.



" 왜, 다들 건물 하나 쯤은 갖고 있잖아? "



뭐 저 고철덩어리가 얼마나 대수로운거냐고 묻는 듯한 눈으로 쳐다본 주혁은 얄미웠다.
도진은 한 대 후려칠까, 하다가 말았다.
쟬 치면 나중에 밤이 되어서 목이 찢어지게 울 자신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저보고 여기서 살라구요? "



부담스러운데, 를 속으로 삼키고는 내가 저기서 살아도 되냐는 듯한 눈빛으로 주혁을 쳐다보았다.



" 응, 문제라도 있나? 너무 허접해서 그런건가. "



진지하게 집이 생각보다 작아서 그런가보다, 라고 추측하고 있는 주혁은
도진과 사는 세계가 달랐다.



" 아, 아뇨. 너무 화려해서.. "



주혁이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자, 도진은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집은 절대 작지 않다고, 오히려 너무 커서 놀랐다고, 이렇게 빼액거리며 속사포로 마구 내뱉으니 숨은 자연스레 거칠어져 있었다.



도진의 위에서 쿡쿡, 낮게 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진의 얼굴을 새빨간 토마토처럼 푹 익어버렸다.
저 남자는 자신을 너무 잘 놀린다.
그래도 그런 그가 싫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저 사람 한 명 때문에 평소에 느껴본 적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듯 도진의 내면을 마구 들쑤시기 시작했다.
마치 글을 막 배운 어린 아이 처럼, 걸음마를 방금 뗀 신생아처럼 모든게 신선하고 어색했을 뿐이다.



***



" .. "



자신이 놀림을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쏘아보는 도진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아, 저 큰 눈이 울먹이며 더 해달라고 조르면, 얼마나 꼴릴까.
저 입 속에 자신의 것을 박아넣고 억지로 사정을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등 의 입 밖으로 내뱉지못할 상상 등을 자연스럽게 하며, 도진의 손을 감싸 깍지를 꼈다.
자신이 또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따라오는 도진도 귀여웠고,
거칠게 대하면 반항을 하면서도 자신이 주는 쾌락에 젖어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도진도 여러모로 예뻤다.
이 모든게 다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라니, 얼마나 행복한가.



삐비빅 -



도어락의 기계음이 울리며, 주혁의 집 현관문이 열렸다.
인테리어도 자기 취향대로 했는지, 검은색과 흰색만이 배치되어 있었다.
상당히 위험한 분위기랄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혁의 집을 구경하자, 주혁이 도진의 손을 잡아 이끌고 방을 안내해줬다.



" 여기가, 내 방. "



" 아, 그렇군요. "



대답을 하고 멀뚱히 서있자, 주혁이 뭐하냐는 눈빛으로 도진을 쳐다보았다.
왜 저러지? 지 방인걸 알려줬잖아. 이제 딴 곳도 알려줘야지.
주혁의 집은 방이 상당히 많아서 주혁이 일일히 안내를 해줘야 할 정도였다.



" .. "



주혁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도진 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
눈빛이 뭐해, 병신. 이러는 눈빛이라, 계속 받고 있으면 한 대 칠 것 같은 기분이였다.



" 왜요. "



" 우리, 방 같이 써야지. "



어이가 없었다. 방이 저렇게 많은데, 왜 비좁은 방에서 성인 남자 두명이 지내야 하는가?



" 방이 많은데, 왜 굳이.. "



도진이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주혁의 입술이 도진의 뺨을 쓰다듬고는, 그대로 입을 맞추어 왔다.



살짝 멍청한 표정으로 주혁을 올려다보자 주혁이 겨울에 꽁꽁 얼어있던 얼음마저 녹일 정도로 따뜻한 미소를 짓고는, 도진의 입술에 자신의 검지를 갖다 대어 말하지 말란 제스처를 취했다.



" 쉬이 - 연인 둘이서 한 방을 쓴다고 하면, 그거 밖에 없잖아? "



색정적인 미소로 도진을 쳐다보며, 야릇한 말을 내뱉는 주혁은 한 번 더 같이 뒹굴자고 온 몸으로 섹스 어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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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30 15:42 | 조회 : 3,179 목록
작가의 말
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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