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 얘 생각보다 괜찮은 애잖아?

토끼처럼 큰 눈을 껌뻑이며 어버버 거리던 도진의 얼굴을 재밌다는 듯 쳐다본 주혁은
이내, 자신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들어 피우기 시작했다.



면접볼 때 맡았던 그, 오묘한 담배 냄새가 공허한 하늘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도진은 자연스레 얼굴이 찌푸려지더니,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도진의 머리 위에서 조용하게 웃던 주혁의 웃음이 멈추고, 이내 주혁이 소름돋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나직히 내뱉었다.



" 그래서, 우리 귀여운 도진씨는 어째서 이 곳에 온걸까? "



" .. "



주혁의 능글맞은 말투에 도진의 팔에 오도독 소름이 일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저 사내를 때리면 도망칠 수 있을까.. 라는 전혀 이룰 수 없는 발상이 수천 번 지워지고 생겨나길 반복했다.



" 응? 왜 말이 없어. "



재촉하는 듯한 주혁의 말에 도진은 작게 한숨을 쉬며 조용하게 대답했다.
저런 망나니 같은 남자같으니라고.



" 여기서 일하게 되어서요. "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라도 되는지, 주혁은 밤하늘 같은 새까만 눈을 빛내며 물어왔다.



" 어디? 홀? "



" 아뇨, 주방이요. "



주혁은 ' 니가 주방? ' 이라는 뜻을 가득 담아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주혁의 눈빛에 기분이 살짝 이상해진 도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따.



" 저, 요리는 잘해요. "



" .. "



" 진짠데.. "



살짝 억울한 도진은 얼굴 가득히 ' 나 요리 잘하는데. ' 라는 표정을 담아, 주혁을 응시하였다.
주혁은 다시 짙은 미소를 짓고는 도진에게 다가갔다.



쪽 -



" ..? "



주혁의 뜨거운 살덩이가 도진의 입에 닿았다 떨어졌다.
도진은 ' 뭐하냐 ' 라는 표정으로 째려보았으나, 주혁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잘생긴 얼굴을 실실거리며 웃기만 했다.



***



주혁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주제에 피부는 여자보다 깨끗하고, 무엇하나 더럽혀지지 않은 듯 하지만, 실은 상처로 가득찬, 그런 암흑 속에서 혼자만 빛나는 것 같은 옅은 갈색의 눈.
키도 주혁보다 작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상당히 큰 키.
체격도 은근히 다부져서, 운동도 잘할 것 같았다.



무엇하나 주혁의 취향인 곳이 없었다. 피부가 좋은 것 빼고는.
이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이리 꽂힌 것인지.
생각보다 도진의 몸이 부드러웠기 때문일까.



주혁은 자연스레 올라가는 입꼬리를 간신히 추스린 채, 도진에게 다가가 가벼운 베이비 키스를 했다.
놀란 듯 움찔거리면서 거부하지만, 이내 주혁이 주는 쾌감에 몸둘 바를 모르며 좋아하는 도진의 모습은, 꽤나 주혁을 자극했다.



게다가 이런 변태들의 소굴에서 일한다니, 한달 뒤에 빼내와야지, 하면서도.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할 도진을 상상하니, 주혁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갔다.



***



도진은 주혁이 진짜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혼자서 정색하다 웃고, 정색하다 웃는 꼴이 참 가관이였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약했으면 앞에서 맘껏 비웃어줄텐데, 쯧.



도진이 실컷 주혁의 욕을 마음속으로 하고 있자, 도진의 머리 위에서 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일할 때, 찾아갈게. "



말을 마치고, 다시 다가와 소중한 무언가에 키스를 하듯 조심히 키스하는 그는
어제와의 과격한 모습과 이어지지 않았다.
살짝 괜찮은 남자일지도..모른다고 도진은 생각하며, 아까의 생각과는 다르게 살짝 두근거리는 심장을 칼로 베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남자를 나중에 사랑할 것이라는 걸 몸소 느낀 도진은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 이 감정이 더 발전하지 않았으면 해서.
저 남자와 연관된 것들을 모든걸 자신의 손에 올려놓지 못해 안절부절할 자신의 모습이 눈에 선해서, 단지 그것 뿐이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추하게 변할 걸 이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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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23 14:56 | 조회 : 3,610 목록
작가의 말
려다

도진아 뭐하는거니 그냥 가서 유혹하라고! 왜 유혹하질 못해 짜식아! 듷ㄱㅎ긓ㄱ흑 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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