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미토리, 옆집이 불타고 있어요. 그 집 안에는 아직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 한분이···."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눈썹은 마치 활화산을 그리는 듯 하고, 욕심이 더덕더덕 붙은 눈매와 축 처진 입꼬리를 가진 드미토리 브리튼은 제 허리께에 닿을락 말락한 작은 안드로이드에게 그렇게 대꾸했다.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 안드로이드는 짜증을 내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저 경직된 말을 내뱉었다. 삐걱거리는 자신의 몸이 불만스럽기만 했다. 여덟배기의 몸을 가진 안드로이드 멜은 드미토리의 꿈으로 이루어진 로봇이었다. 꿈에게는 각자 소리가 있어, 그 소리를 계산해내어 물질 안에 가둬 반복적으로 가동하는 것에 드미토리는 성공한 것이다. 비록 성공한 것이 자신뿐이라는 것에 한정되었지만 말이다.

드미토리는 이마에 자글한 주름을 만들며 멜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눌러댔다.

"망할 것. 안드로이드 주제에 사람보다 나은 것이없구나. 항상 쓸모없는 이야기만 전해오니. 육체와 정신, 그 둘 중 무엇도 사람보다 월등하지 못해. 비록 널 만드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렇기에 넌 내 실패작이야."

"하지만 드미토리···."

"조용히 해, 주인이 말을 하면 토를 달지 않는 거야. 넌 안드로이드라고!"

"네, 드미토리."

성공했기에 실패했다니. 드미토리의 말은 항상 어순이 맞지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 멜은 입을 까각까각, 움직여 일정한 음을 토해냈다. 드미토리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진 자신은 턱까지 오는 단발을 하고있다. 인간의 미적감각을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제 머리 속에 저장된 기록들을 단결히 정리해보자면, 미인이라는 기준은 그랬다. 잡티없는 하얀 피부, 큰 눈, 늘씬한 몸매, 빨간 입술, 동그랗고 정돈된 이마···. 아마 자신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을 터였다. 멜은 미인이 아닌, 그저 예쁜 인조인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역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어. 아무리 인간과 비슷하게 만들어도 결과는 '인조'가 붙는 인간이니 말이야."

"드미토리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진짜 인간을 만들고자 하십니까?"

"당연하지."

드미토리는 킁, 하고서 코를 들이마셨다.

"인간만큼 어려운 것은 없으니까. 내게는 인생 최고의 난제야."

"인간의 꿈을 계산하는 것에 성공을 하셨지 않습니까?"

"멍청한 놈. 꿈은 인간의 일부일 뿐이야. 더 크고 복잡한 것이 남아있어."

"무엇이···."

멜은 마치 인간처럼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런 멜이 성가신지, 드미토리는 짜증스레 자신의 굽어진 허리를 주먹으로 도닥였다.

"감정이지."

"감정은 저에게도 있습니다."

멜이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손으로 툭툭치며 말했다.

"그건 만들어진 감정이지. 인간에게 있는 감정은 딱히 언어와 기호, 숫자들로 이루어져 있지않아."

드미토리가 팽 하고 헛웃음을 지어내더니 몸을 틀어 자신의 연구실로 향한다. 멜은 그런 드미토리의 말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드미토리의 굽은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드로이드인 멜은, 자신이 지정된 구역을 넘지도, 넘어서도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드미토리. 오후 6시에 작은 지진이 있습니다."

"걱정마. 내가 너보다 똑똑할테니 말이다."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드미토리의 뒷모습은 매일 그러했듯이, 이기적이였으며, 알 수 없는 자긍심이 깃들어있었다.

0
이번 화 신고 2017-04-01 09:18 | 조회 : 1,129 목록
작가의 말
nic23075521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