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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토리가 연구실을 나온 시각은 오후 6시가 되기 정확히 5분 전이었다. 멜은 조여두었던 다리 쪽의 나사를 살살 풀어냈다. 이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은 지독히도 지루한 것이라, 드미토리가 연구실에 들어갈때면 관절을 굳히게 해주는 나사를 항상 조여두었다. 움직이고 싶어도 어쩔 수 없도록 말이다.

"멜, 어서 연구실을 잠궈."

"네, 드미토리."

멜은 드미토리의 명령에 신호를 내보내 연구실의 잠금장치를 가동시켰다. 웅웅, 소리를 내며 가동되는 연구실의 잠금장치들을 본 드미토리가 한숨을 들이켰다. 수십시간의 저는 감정에 관련된 꿈을 계산시켜보려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서 감정을 꿈꾸라 시켜본단 말인가. 드미토리는 제일 먼저 실험쥐를 떠올렸다. 그렇게 건강한 쥐를 수면에 취해···.

"이런."

드미토리는 안쪽으로 자꾸만 쪼그라드는 미간을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보다 짙은 꿈을 꾸게하는 카라킨 성분이 특정한 꿈의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실수했군."

"오. 106번째 실패로군요. 걱정마세요, 드미토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도 합니다."

"놀리는 건가. 이 망할놈이···."

"그럴리가요. 저는 항상 응원하는 쪽인걸요."

입꼬리를 씰룩대며 '106번째 실패'의 억양을 부러 세게하여 강조하는 멜에, 드미토리는 짜증난다는 듯 벽을 내리쳤다. 그런 드미토리에 멜은 어깨를 씰룩대며 주먹을 쥐고 위에서 아래로 당겨, 힘내라는 포즈를 쥐어보인다.

"내가 언젠가 감정을 담는 것에 성공한다면, 너를 먼저 처분할거야. 반드시!"

옆에서 자꾸만 신경을 긁는 멜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드미토리는 짜증스레 말을 내질렀다. 멜은 그런 드미토리를 보며 가뿐해지는 어깨장치를 느꼈다. 어째서 이렇게나 우스운 것일까.

"네, 기대하겠습니다."

"이, 이, 이익, 빌어먹을 놈!"

기계음이 섞여 멜의 웃음소리를 만들어낸다. 사방이 뚫린 곳이라, 멜의 기계음 섞인 웃음소리는 크게크게 울려 퍼져나간다. 그런 멜에 드미토리는 입술을 씹으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드미토리는 콧김을 씩씩 뿜어대며 생각했다.

오늘따라 더 건방져진 것 같아. 고작 안드로이드 주제에!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안드로이드에 옮기는 것을 성공했을 때엔 얼마나 기뻤던가. 안드로이드도 제 취향에 맞게 작고 예쁜 어린아이를 본따 만들었고, 목소리가 될 기계음도 듣기가 좋아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을 보라. 날이 갈 수록 쓸모없어지고 건방져가는 안드로이드를!

"입다물고, 지진까지 얼마나 남았는 지 보고해!"

"네, 드미토리. 지진 강도, 3.2, 지진까지 남은 시간은 2분 12초입니다."

"곧 오겠군. 요즘 지진이 잦은게, 나로선 아주 좋은 일이야."

드미토리는 하얀 가운을 젖혀 안주머니를 더듬었다. 그렇게 몇번을 안주머니를 휘집던 손이 무언가를 잡아올렸다. 그것은, 드미토리가 지진이 날때면 꺼내드는 것이었다. 멜은 드미토리가 꺼내든 손바닥만한 증폭기를 보며 "아, 이번에도 실험쥐를 사용하셨군요."하곤 이중장치가 굳게 걸린 연구실로 시선을 옮겼다. 실험쥐가 내뿜는 꿈의 소리는 제가 들어도 끔찍하기에, 실패를 거듭할때마다 항상 이렇게 일을 해치우곤 했다.

"카운터를 작동합니다. 5, 4, 3···"

멜은 카운터를 작동시키며 두 손을 활짝 펼쳐 연구실 쪽으로 향하게 했다. 가능한 전자파가 연구실 쪽으로 집중되기를 바랬다. 안드로이드든, 사람이든, 전자파는 여러모로 해롭기 때문이다.

드미토리는 멜이 세리는 카운터의 "1."에 맞추어 손에 쥔 스위치를 힘껏 눌렀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울림이 연구실 안에서 흘러나오며 드미토리와 멜을 위협했다. 도저히 3.2의 지진강도라 생각되지 않는 떨림이었다.

"지긋지긋하군. 젠장할 카라킨. 다음부턴 카라킨을 대체할 새로운 성분을 만들어야겠어."

떨림이 잔잔하게 내려앉아 가자, 드미토리가 스위치를 다시 안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작게 읇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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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1 18:16 | 조회 : 1,13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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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2307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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