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26
“사고 안 치겠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조용히 3년. 모든 게 끝나도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탕-
덤덤히 전화를 받고서는,
차에 짐을 올려놓고서 공항으로 갈 생각뿐이었다.
그저 내가 마지막으로 학교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등교하는
한 남자아이를 보는 것이 내 마지막이었다.
“강민재 부탁 좀 하자.”
*
“엥? 갑자기 뭐에요 이 손 놓고! 좀 말 해 보세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누군가 볼까
급하게 손목을 붙잡고서는 학교 앞 골목에 들어갔다.
그는 꽤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나조차도 이런 좁은 곳에
민우가 아닌 이 녀석과 있다는 사실이
그저 불쾌했다. 하지만 잠깐 참으면 되니까.
“부탁 좀 하자”
내 말을 들은 채 만채,
고개를 내리고선 네네- 이러며 대답하던 그는
관심조차 없어보였다.
“장난 아니고, 나로 인해 민우가 좀 힘들지 몰라.”
‘민우’라는 이름 한 마디에 몇 분이고
잘 켜놓던 휴대폰 화면을 탁 꺼놓고선
화면만 바라보던 얼굴을 드디어 내게 비춰주곤 했다.
“내가 지금 그 지랄 같은 소리를 들어야 합니까?”
그는 꽤 많이 화가 난 듯 했다.
애써 화를 감추려는 듯한 미소,
정작 손은 금방이라도 칠 듯한 주먹을 쥐고선 나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집안에선 들키지 않게 할려 했는데, 상황이...
3년이야. 3년만 부탁 해“
쿠당탕-!
“진짜 이해 할 수 없네? 주예준씨 현재 머리가 정상이에요?
3년이고 10년이고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간 주제에”
옆에 있던 쌓여있는 플라스틱 통을 발로 차고서는
금방이라도 한 대 칠 듯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마음은 나도 이해한다.
그리고 내가 이런 말을 뻔뻔하게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안다.
“생각도 없으신가? 다시 눈 앞에 나타나는 뻔뻔한 짓을 하시려고?
다른 건 민우도 좋아했기에 내가 참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나도 내 의지가 아니야.
내가 가지 않으면 무조건 민우였어“
그저, 뻔뻔히 민우와 가장 친한 친구에게
마음을 억누르며 애원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를 이해할 수 없다던 민재는 개새끼라는 말을 하며
뒤 돌아 학교로 돌아갈려는 듯한 행동을 취할 뿐이었다.
“후... 진짜... 당신! 이번이 마지막이야, 그 3년
3년이 지나도 당신이 그대로라면 그때는 더 이상 못 참아“
정말,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저 나는 이 순간에 안도와 기쁨을 가졌지만
한 편으로는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에 가득 찼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민우의 웃는 모습에
점점 더 죄책감과 그 날이 지나도 다시 그 아이 앞에
설 수 있을 수 있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다.
*
“어떻게 생각 해? 너무 비현실적인가?”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르는 민우를 바라보며,
민우의 마음을 모두 아는 듯,
그저 조용히 민우가 생각을 정리하며
대답 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 보다는,
내가 받는 게 그 일보다는 덜 상처 받지 않을까? 싶은데“
“흔하디 흔한 집안 문제로 헤어지고,
흔한 이야기로 다시 널 만나고
모든 게 뻔한 스토리일지여도“
점점 눈물이 차오르는 민우의 눈을 바라보다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민우의 입을 그대로 틀어막고서는
그대로 손을 볼에 감싸, 말 대신 입맞춤을 전했다.
“그 3년 모든 걸 포함해서 변함없이 너만은 잊지 못 해.”
“그러니까, 이제는 그만 도망치고 너한테 정식으로 사과 할 생각인데”
조용히 나만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는 민우에게
나는 그 날의 3년을, 지금의 시간을 처음 보았던 모든 나날들을
절대로 잊지 않고 너에게 전한다.
“모든 사실을 너에게 사과 해.
그리고 모든 순간을 너만 사랑했어.“
“민우 니가 고백 할 필요는 없어, 내가 원해“
아마도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순간은 지금이 아닐까,
나는 너에게, 3년의 시간을 고하고 3년의 고백을 전한다.
“내가 더 이상 너한테 상처도 도망도 치지 않게
마지막 그 순간까지 내 옆에 있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