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9. 다시금 (1)

*Story 9

*


예준 선배와 나는 그 일이 있음 이후로,
자연스레 한층 더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전보다 학교에서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하교 후에도 같이 집에 가는 일이 이젠 당연해지기 마냥이었다.



“선배 요즘 들어서 무슨 일 있어요? 표정이 많이 어두우신데... 혹시 아파요?”



나는 전과 다른 선배의 분위기와 사뭇 차가워진 표정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문제로 무슨 일 있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었으나,
몇일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선배의 모습에
자연스레 걱정부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무 일도 없고 아픈데도 따로 없어 걱정 하지 마”



예준 선배는 그런 나를 보며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고,
일부러 내 걱정을 줄이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것 같아보였다.
난 그런 선배의 진심을 알기에 앞서가는 선배를 조용히 뒤따라갔다.



“민우야 우리 학교에서 만나는건 몰라도 하교는 따로... 할래?”



그 말을 이후로, 어디에서도 선배를 만날 수 없었다.
몇일 뒤 나는 유학을 갔다는 선배의 소식을 민재에게 듣고 난 후
마음 속에 잊지 못하는 추억을 가진 채, 선배를 잊기로 시작했다.


*


“예준... 선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남자는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줄만 알았던 그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표정을 보고 확신을 가진 나는 황급히 돌아가려는 그의 손목을 잡고야 말았다.



“선배 맞잖아, 뭐 찔리는 것도 없어 보이면서 왜 도망가는데”



나를 보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 했던 선배를 보며 화가 났다.
난 아직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그때 왜 말도 없이 유학을 가 버린 건가요?
나랑 같이 있는게 그렇게도 싫었어요?선배는 저를 싫어했던 건가요?
그 모든 일들이 거짓말인건가요?






선배는 아직도 저를 좋아하시나요?



선배는 내가 붙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옷깃을 단정히 정리하였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기가 차고 화가 났다.
몇 년 만인데, 그 일이 있고부터 몇 년 만인데
아직 제대로 고백도 못 했는데



“보아아니 학생 지각한 것 같던데 여기서 이렇게 있어도 되는건가요?”



“네...?”



살짝 흔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난 흔들릴 수 밖에 없었고
선배임을 확신하기에 마음이 더욱 아플 뿐이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선배가 너무나도 미웠고
구슬퍼 보이는 선배의 눈에 묻고싶은게 많았으나, 묻지 못했다.


그리고 이젠 나도 선배를 모른 척 지나가야할걸 알기에,
그 때처럼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선배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자칫 당황한 듯,



“아, 어깨는 괜찮아요. 저 때문에 지각 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하네요.”



“에...? 아니에요. 그럼 전 이제 가 보겠습니다.”


사실은 이 발걸음을 떼기 싫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이렇게나 다시 선배와 대화를 할 수 있는데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곤 턱 없이 짧았다.



“인연이 되면 또 만날지 몰라요 민우 학생”



싱긋 웃으며 나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선배의 모습에,
내 질문에 모든 답을 해주신 것만 같은 선배의 마지막 말에
나는 괜스레 고교 학생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
다시는 짓지 않을 줄만 알았던 빨개진 얼굴로 강의실로 돌아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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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06 15:13 | 조회 : 1,114 목록
작가의 말
하연리

아직은 꽃샘추위로 많이 춥다고 들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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