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6. 이기적인 마음과 진실된 마음

*Story 6

드디어 줄다리기, 계주에 이어 우리 학교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축구경기가 시작되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각 반 지정장소가 아닌 운동장 응원석 앞으로 달려 나와
자신의 반 출전선수들을 응원했었고 당연히 우리 4반 친구들도 응원 해 주었다.



“야! 죽어라 뛰어라! 4반 실수하면 죽여버린다!”



누군가는 감독처럼, 누군가는 축구 광팬처럼 악을 지르며 첫 판을 진행했고
우리 반이 들어갈 경기인 두 번째 경기, 2반과 4반과의 시합을 기다리고 3분,



“오민우!”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흠칫한 나는 조금은 망설이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고
다름 아닌 그 익숙한 목소리는 나를 보며 반가워하는 듯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던 예준 선배였다.



“민우 너 오늘 보건실 한 번 들려서 인사 온다면서 왜 안왔어?”



“아... 민재랑 좀 연습 하느라... 체육대회 끝나고 한 번 보러 갈려 했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했으며, 표정 조차 숨기지도 못한 채 선배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도대체 무슨 말을 선배와 나눠야 할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처럼 이야기를 나눈다면 좋을텐데, 자꾸만 자꾸만 머릿 속에 맴돈다.









천막 밖에서 본 선배의 웃는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


“아아 부럽다 나도 이렇게 경기 뛰면 좋으련만... 축구는 싸움판도 번지도 몸싸움도 크다보니깐 응급치료하는 사람이 꼭 심판이랑 붙어 있어야 한다네, 아아 귀찮아라 학생을 이렇게 부려먹는 학교가 어딧...”



“선배 경기 곧 시작해요. 저 가볼게요.”



“어..? 그래그래 민우 경기 잘 하고와 아프면 바로 말하고”



나는 도망치 듯 선배를 돌아보지도 않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뛰쳐나왔으며,
의지할 사람이 민재 밖에 생각나지 않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달려갔다.



“내기 잊지는 않았겠지? 이번에도 모른 척 튀면 죽는다 강민재”



“사돈남말 하시지 말고 적당히 훈수나 두세요 이 영감님아”



지금은 이렇게 웃고 떠들고 있으니 그나마 선배가 잊혀지겠지?
아니.









잊혀지지가 않아.



나는 오늘의 선배를 잊어버리고 싶다.
경기에서 마저는 잊어버리고 싶다.
경기에 방해된단말야, 선배는 그 때부터 자꾸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기에





방해된 단 말이야.



경기 시작 휘슬이 불리고, 패스를 하며 속전속결로 4반이 이겨가고 있었다.
나는 모든 걸 잠시 잊고 싶기에, 오로직 공에만 집중하며 경기에 임했다.



“오민우! 오민우 이 미친 새끼야! 혼자 플레이 하지 말라고! 팀플레이 까먹었냐?!”



가끔은 내 이기적인 마음에, 패스를 하지도 않은 채 남의 눈치조차 보지도 않은 채로
골기퍼 문 앞까지 뛰어갔으며, 괜한 성질을 부리며 공을 뻥 차보아도
골문은 열어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시발!! 좆같네 니네들 진짜 뭐하냐? 니들이 맞춰서 팀플레이를 해야지 왜 주위에 패스 할 사람이 없어?”



나는 애써 선배에 대한 화남을 우리반 친구들에게 풀고있었으며
남에게 상처주는 말 까지 사슴없이 해댔다.
그런 민재는 나를 보고서는, 갑자기 경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죽일 듯한 표정으로 내 앞으로 다가와서는 나를 혼내기에 바빳다.



“닥쳐 내가 경기 전부터 애들한테 훈수 두지 말랬지 이 새끼야, 니 기분이 중요해? 니만 좆같애? 애들이 패스를 몇 번이나 쳐 외쳤는데 듣지도 않고 뛰어간 새끼가”



“입 걸레냐? 아아- 강민재 무서워 죽겠다 니들도 그딴식으로 할려면 걍 나가라 혼자 뛸란다”



나는 내가 한 잘못을 혼내는 민재마저도 민재의 진심을 짓밟고서는,
그냥 뒤로 돌아 심판에겐 아무 문제 없다며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우리 반 애들도 그런 나를 보고 지친 듯 내 주위를 뛰어다니기만 했으며,
민재는 화가 많이 난 듯 멀리서 경기를 지켜보기만했다.



선배는 내가 이렇게 화난걸 보았을까?
공을 차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선배는 내가 좋을까? 선배가 나를 애무 해 주셨던 것은 다 장난이였던걸까?



매번 나는 민재에게 섭섭했던 걸 선배에게 가서 풀었다.
선배는 항상 웃으며 민재와 다시 이야기하며 잘 풀어보라 이야기 해 주셨고,
선배가 그렇게 말씀 해 주셨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공을 앞으로 차고 나가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선배를 찾아다녔다.




선배 어디 계세요?





아.



선배는, 내가 아닌 천막 안에서 같이 있던 그 남자와 웃고 있었다.
변함 없이 웃고 있었다.
계속 웃고 있었다. 나를 응원한다며, 나를 보고있지 않았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죠 선배?


“오민우! 이 시발 새끼야! 오민우 피하라고! 피해!”



나는 공을 갑자기 멈추고서는 선배를 바라보았으며, 멀리서, 민재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길 달려 오고있다.
그 기회를 노린 2반의 학생이 태클과 함께 공을 뺏기 위해 오고 있었다. 내 앞까지, 나는 그걸 미처 보지 못했다.



아.



삐이익-



심판의 일시 중단 휘슬이 울리고, 나는 초록색 잔디 위에 누워있었다.
멍하니 하늘 바라보고 있었다. 난 아무생각이 없었다. 정말일까?


“오민우 괜찮아? 피하랬잖아! 왜 거기에 가만히 서 있냐고!”



민재는 다급하게 달려와 선생님과 응급처치 담당이었던 예준 선배를 불렀고,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는 나의 부상이 차라리 다행이라며 수군 거리던 아이들도 있었다.



“무슨일이야? 왜 이러고 있어?”


“태클에 걸렸어요 심각하진 않아보이지만 일단 천막에 데려가서 상태 좀 봐주세요 저는 경기 때문에...”



“사정은 알겠어, 일단 업혀”



나는 괜찮다, 심한 부상이 아니니 경기를 할 수 있다며 괜찮다며 선배에게 업히지 않을려 했고
민재는 경기를 더 진행해야 하기에, 치료를 받고 오라며 얼른 나를 보냈다.










나는 선배를 짝사랑한다.
선배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선배는 오늘 많이 웃었다. 그 미소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나를 향한 미소는 아니었다. 그래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선배는 나와 함께 있던 시간이 혹시 장난이었던 것일까?
나 혼자만 착각하고 선배를 그렇게나 좋아했던 것일까?



“오늘 내내, 나한테 띠껍고 상태 안 좋아 보이더니 결국 사건 하나 크게 터트렸네 민우는”



선배는 오늘 내가 기분이 안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더 속상했다는 것이다.



“다 알고있었네요.”



“천막에 온 것도 다 알고있어, 처음은 장난이었고 그냥 네 반응이 귀여워서 그...”



“아 시발 진짜 귀엽다 귀엽다 그래서 어쩔건데요! 남자가 남자한테 그런 소리 들으면 기분 좋대요?”


예준 선배는 다소 내가 화난 듯한 눈치인지라, 살짝 당황을 한 듯한 눈 치었고
천막 안에 있는 정수기에 찬물을 떠다 주며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내게 처음 그날과 같은 미소로 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좋아 보이던데? 오늘도 신경 쓰느라 경기에 하나도 집중 못 했으면서”



“읏... 다 알고 있었으면서... 다 알았으면서 왜...”



나는 정곡을 찌르는 선배의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고,
예준 선배는 그런 나를 보고서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눈물을 닦아 주셨다.



“그 것 말고 더 할 말은 없는 거야? 상처 아무 이상 없어 이대로 경기에 바로 들어가도 문제없어.”



치이익-

선배는 의자 옆 테이블에 종이컵에 담긴 물을 놓아두며, 발목에 파스를 가볍게 뿌려주었다.
그러곤 자잘한 상처들에 연고를 발라주면서 다 됐다며 내게 미소를 띄우고선
보건실 이용 학생 명단을 적어야 하는 듯 다시 자리에 돌아갔다.



나는 그런 선배를 다시 잃기 싫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리고 선배와 있었던 모든 날들이 거짓이 아니라면
나는 선배를 잃고 싶지 않다. 내게만 웃어주셨으면 좋겠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잃고 싶지 않은 선배이기에 꼭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아니. 설령 선배와 멀어진다고 해도 진심을 전하지 않고서는 가기 싫었다.





선배를 좋아하기에.



“전... 저는... 저는...! 선배를 좋...”



마음을 가다듬는 동안이었는지, 언제 내 눈 앞에 온 선배는
씨익- 하곤 다시 웃으시면서 갑자기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 주시더니



“아아- 역시 넌 귀여워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네...?”



“민우야 이제 지긋지긋한데 축구장 가지 말고 우리 조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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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02 19:01 | 조회 : 1,020 목록
작가의 말
하연리

직업이 사회인이 아닌 학생이다 보니, 소설에 힘을 쏟아붙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ㅠㅅㅠ 하지만 최대한 다시 집중해서! 어색하지 않는 스토리로 만들겠습니다~~ 오늘도 긴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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