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5. 벚꽃이 낙엽으로 변하는 계절

*Story 5

체육대회 당일, 나와 민재는 들뜬 마음으로 체육대회 장소에 도착했다.
들든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우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물론이었다.
학생회와 교사들은 아침 일찍부터 온 마냥, 단상 앞에 모여 마지막 점검을 하는 모양이었다.



“야 강민재 너 오늘도 실수하면 뒤진다? 어제처럼 훈수 둘 생각하지 말고 경기나 집중 해”



강민재는 내 말에 크게 코웃음을 치며 내가 언제라는 말을 건넸다.
어제 연습경기에선 1반과 4반과의 경기였다. 물론, 실제 경기는 2반과의 시합이지만
1반에 잘하는 골키퍼가 있는 만큼 연습경기은 2반이 아닌 1반과 경기 했다.



“뭔 지랄이야 진짜 그건 니 새끼가 패스만 제대로 했어도 문제 없었잖아”



나는 괜히 모른척하는 민재에게 또 발끈하여 있는 욕 없는 욕을 쓰곤 했다.
강민재는 귀를 막으며 아아아- 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행동이 어이가 없어 미친새끼 라며 웃기만 했다.



“오늘 그럼 점수 못내는 얘한테 밥 사는건 어떠냐 저번주에 우리 집 앞에 무한리필 식당 생겼는데”



민재는 재미있는 제안을 했었고 우리는 항상 무엇을 하든지 내기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중에 딴말하지 마라 내기 걸면 항상 나몰라라 하는거 오지는 놈이 맨날 내기만 걸어”



민재는 내가 하는 말에 그저 찔린 듯, 닥치라는 말을 건네며 우리는 각 반 집합 장소로 가고 있었다.
체육대회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 예준 선배는 학생회라 많이 바쁠지 고민하고 있던 참에,
응급치료 담당 학생과 선생이 있는 천막에서 예준 선배와 전교 회장 선배를 보았다.



나는 괜히 마음이 더 들뜨기 시작했고
예준 선배를 보자마자 민재에게 선배를 보러 가자고 말을 건넸으나,
민재는 못들은 척, 처음엔 내 말에 무시를 했었다.



“야! 강민재 안들리냐고 귀 막혔냐? 저기 예준 선배 계시는데 보러가자고!”



답답함에 한 번 더 물어본 나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큰 듯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제서야 반응을 한 민재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을 지었고,
입학식 때와 같은 조금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안간다고 했다.



“아아, 선배님 계셔? 난 아직 좀 어색한데 너 혼자 다녀와”



“왜? 뭐가 어색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편하게 잘 이야기 했으면서 갑자기 불편하다면 어떡해?”



“별로 저기 앉아 있을 거니깐 천천히 다녀와.”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진 듯한 민재에 괜히 섭섭한 마음을 품고선,
선배에게 다 일러야지 라며 뒤도 안돌아보고 선배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천막 바깥에서부터 선배의 목소리와 제법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누군가 있나 싶어
천막에서 좀 떨어져 누가 있나 파악하던 참이었다.



“선생님 계시면 어떡하지 아아, 미치겠네”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예준 선배와 같이 혼자 뿐이신 보건 선생님들 도와
가벼운 타박상이나 학생들을 간단히 치료 해 주며 문제시 조퇴 처리를 해 주는 응급담당이었다.
그러기에, 아직 시작도 안한 체육대회에 집합장소에 있어야 할 내가 응급치료 천막에 오면 꾀병을 부리신다 생각할까 괜히 걱정이 되었다.



나는 안 쪽을 가리고 있는 천막을 살짝 들춰보았고,
거기에선 전교 회장 선배와 함께 선생님과 떠드는 모습을 보았다.
선배의 모습은 내가 아닌 남에게 단 한 번도 모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스킨쉽을 싫어한 줄 알아 하지 않았던 가벼운 스킨쉽 조차
회장 선배와 하고 있던 어깨동무로 스킨쉽을 싫어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었다.





왜?
.



왜? 마음이 괜히 아팠다, 어깨동무? 앞으로를 위해 선배는 사회 생활도 하면 안돼?
왜? 마음이 괜히 아팠다, 가식 없는 미소? 선배는 내가 아닌 남이랑 웃으면 안돼?



예준 선배는 잘 안웃으니 웃는 미소만큼은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전교 회장님이 아닌, 남이 아닌 저에게 웃어주세요.
아니지, 선배도 사회생활을 해야하니 남에게 웃는건 당연한거야 친절을 베푸는건 당연한거야.





근데 마음이 아픈건 도대체 왜?



“아아, 타이밍 진짜 좆같네”




선배가 나를 싫어하진 않지만,
선배가 나를 모르시진 않지만,
선배가 나를 좋아해주시면 좋겠다.



난 결국 천막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 하였다. 그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민재에게 다시 되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민재랑 이따가 같이 갈 걸 괜히 후회만 하고 있었다.
아... 맞아 민재 선배가 어색하다고 했었지?



선배를 뒤로, 나는 민재에게 다시 갔다. 아까와는 다른 사뭇 슬픈 표정과 침묵
민재는 나의 분위기를 바로 읽은 듯 나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서고는 좀 떨어져있는 벤치로 데려갔다.



“왜 무슨 일이야, 선배가 뭐라고 하셨어? 많이 바쁘시대?”



“아니...”



“그럼 무슨 일이길래 네 표정이 지금 울상인데?”



이 녀석은 가끔 가다가 꼭 이런다.
어짜피, 모른척 해 줄거면서 꼭 일일이 다 알려고 한다.



나는 그런 이 녀석의 착한 마음을 알기에, 친구로써 걱정 시키고 싶지 않기에
선배의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사회 생활의 기초라며,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시 잡고서는 원래 민재를 바라보던 편안한 미소로



“선배가... 아니셨어 내가 사람을 잘 못 봤나봐 시력 낮아졌나봐 안경을 사야하나? 아차차 맞다 지금 여기서 이럴때가 아냐 병신아 우리 또 담임한테 꾸지람 듣는거 아니냐? 얼른 가자 뛰어 강민재!”



민재도 그런 내 마음을 알 듯이, 반박자 느리게 다시 웃으며 내게 말을 해 주었다.



“병신, 지금 뛰면 별로 안 늦을 것 같긴 하다만 만약 지각해서 담임한테 소리 들으면 다 니탓이다? 혹시 탓 되기 싫음 아까 그 축구 내기 접고 밥 살래? 난 괜찮은데 흐흐”



일부러 나를 위로 해 주는 듯한 말에 나는 나를 걱정하고 있는 민재를 빤히 바라보다,
그런 민재의 진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오며 얼른 가자며, 반 집합 장소로 돌아갔다.



나는 이 녀석과 영원히 친구로 있고 싶다. 변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있어 너무 과분한 친구가 아닌지, 내가 이런 복을 받아도 되는지
그리고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마음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플 수록 천막 밖에서 바라 본 선배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난 안 좋아해, 선배가 정말 편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난 정말 좋아해, 선배가 입학식의 그 날부터 잊혀지지 않아.









아아- 지금 나는 예준 선배를 좋아하고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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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8 19:51 | 조회 : 1,324 목록
작가의 말
하연리

아무래도 Story 6편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3월 2일 업로드 될 것 같습니다! 마냥 긴 소설 읽어주시기에 감사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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