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 오민우, 봄날의 벚꽃 (3)

*Story 4

*

예준 선배는 2학년 선배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했던 선배이다.
집안은 잘나가는 미술가에, 어디하나 흠 잡을 곳이 없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선배는 실제로 잘생긴 외모이기에 말도 안 섞어 본 다른 학교 여학생들에게도 꽤나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내가 본 그에게 유일하게 문제가 있다면, 항상 거짓 된 웃음만 짓는 것이 아닐까?



“교장 선생님이 앞에서 덕담 하시면 항상 그렇게 무표정 짓지 말고 좀 웃기라도 해라, 주예준”



“도대체 어느 말씀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덕담이셨고 꽤나 중요한 말씀들 뿐이셨는데”



체육대회 전날, 교장 선생님께서는 학생회 학생들에게 대표로서 고생한다는 덕담을 전해주셨다.
전교 회장 선배는 억지로라도 웃어야 할 상황에 웃지 않는 예준 선배를 미덥지 않게 보았고,
선배로서 꾸지람을 놓아도 항상 의견이 반대였던 예준 선배를 괜히 걱정해대곤 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이겨먹겠냐 오늘도 포기, 그래서 체육대회 비상도구들이나 체육도구들은 준비 중이야?”



코 앞까지 다가 온 체육대회에 학생회 임원들과 학생들을 담당해야 할 교사들은 바빳다.
혹여나 부상하는 학생이 생길까, 체육대회에 필요한 물품들은 잘 처리 되었는가
교사가 자료를 처리한다면 학생회 임원들은 직접 발 벗고 나서 물품을 옮기고 다니곤 했다.



예준 선배는 지금까지는 완벽하다며 그 날 당시에만 큰 문제가 없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고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옅은 미소로 한 번 씨익- 하곤 웃었다.
전교 회장 선배는 학생회를 하는 동안 제대로 그의 웃음을 보지 못했기에,
당황해 하는 모습으로 무슨 좋은 일이 있다며 아까와는 다른 사적인 질문을 건네었다.



“이 앞에 얼마 안가서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거든요, 그동안 혼자서 좋아했던 얘가 알아주기 시작해서요.”


*










-
그 날과 같은 민망한 상황 뒤에, 누가 모른 척을 하겠는가
자꾸만 머릿속에 아른거려 잊고 싶어도 잊혀 지지 않는다.



빠듯한 시간이 지나, 선배와 나는 친구 이상으로 민재만큼이나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이전에 부끄러웠던 일은 예준 선배의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행동에 나도 익숙해져
어느 순간, 나도 예준 선배와 같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



이게 당연한 태도인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워해야하고 선배를 또 다시 모른 척 넘어가야하는지,
예준 선배를 그냥 지나친다는건 이젠 너무나도 마음 아픈 일이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바뀌게 만들었을까? 이 행동이 당연한 도리인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진 예준 선배를 향한 이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선배 선배는 체육대회 때 종목 뭐 나가세요?”



가을의 중반이 저물 쯤에 우리 학교에선 항상 이맘때 학교 체육대회를 실시하곤 했다.
나와 민재는 축구를 좋아하기에, 체육대회 종목으론 당연히 축구를 택했으며
부회장인 예준 선배는 무엇을 할지 궁금하여, 학생회 교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선배를 민재와 찾아가
항상 그랬듯 무엇을 하는지 내일은 뭘 하는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응? 나는 종목 못 나가, 학생회 학생들은 각자 위치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안전요원이니까 경기엔 나가지 못하고 학생들의 가벼운 부상 정도나 학생들 조퇴처리를 담당해 그 날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 지도하느라 조퇴처리를 잘 못해 주시거든 그래서 체육대회 조퇴문제는 항상 학생회가 담당했지”



“에 정말요? 선배 운동 하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맨날 보는 거라곤 이렇게 일 하는 거나 걸어 다니는 것뿐이라 궁금하단 말이에요”



선배는 그런 내 가벼운 투정에 내심 기분이 좋은 표정으론, 나를 놀리기에 바쁜 듯 하셨다.



“민우야 너 엄청 귀엽구나? 기억력이 상당히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너 내가 일 하는거나 걸어다니는 것만 봤어? 흠... 다른것도 더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예준 선배의 또 갑작스러운 도발에 나는 당황한 듯 얼굴이 크게 빨개졌다.
선배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어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나는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 속에서 잊어선 안 될 것이 있다면, 민재도 같이 있다는 것이다.
민재는 그런 나와 선배의 모습에 아무 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더니



“선배 미쳤어요? 얘가 귀엽다니 눈이 삐어도 단단히 삐셨네! 귀여운 걸로 치면 제가 더 아닙니까?”



라고 큰소리로 웃어대며, 자연스레 고개를 푹 숙인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였다.
나는 그런 민재의 행동에 자연스레 숙인 고개를 들고선 마음이 진정 된 듯해
민재에게 또 다시 장난을 치기 시작하곤 했다.



선배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마냥 지켜보기만 하시다,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래그래, 근데 너희들 점심 안 먹고 여기 와서 이렇게 놀아도 되겠어? 내가 괜히 미안한데”



항상 선배와 있다 보니, 밥 먹는 것을 까먹고 수다에 빠진지 오래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민재까지 같이 가자고 해서 기분이 좋았던 날이다.
항상 이렇게 웃고 즐거운 일이 선배와 가득했으면 좋겠다.
민재와 변함없는 친구 사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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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8 10:42 | 조회 : 1,162 목록
작가의 말
하연리

재미있게 보셨다면 감사합니다!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고치도록 노력 해 보겠습니다. 스토리들이 구상 한 것과 다르게 넘어가고 있어 어색한 요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ㅜㅅㅜ 최대한 다시 구상을 시작해 보시는데 문제 없도록 해 볼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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