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2. 오민우, 봄날의 벚꽃 (1)

*Stor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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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의 여름, 나는 매일 똑같이 민재와 함께 PC방에 있다
출출함에 못 이겨 늦은 저녁을 먹으러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예준 선배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게 나의 인연의 첫 시작이며, 그 사람에게 점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


“야... 야! 강민재 시발 저거 아니... 저게 아니지 흥분해서 말이 헛나오네”



길을 걸어가면서도 나에게 의지하고 앞도 안 보고 휴대폰 게임을 하며 걸어가던 민재는,
던전 클리어에 집중한 나머지 나의 부름에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아 뭔데... 길 한복판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해야하냐? 예의 좀 배워”



“아니 저 미치겠네... 저 사람 우리학교 전교 부회장 아니냐고, 공부만 할 줄 알았는데 영 양아치네 미쳤구만.”



관심 없이 네네- 거리며 흘려듣던 민재는, 처음엔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말 뜻을 이해하고선 던전 클리어고 뭐고 신경도 안 쓴 채
흥분에 찬 목소리로 주윌 대놓고 두리번 거리며



“미친? 뭐라고? 어딘데! 어디계신데! 부회장님!”



우리가 저녁을 먹기 위한 길을 걷다 본 것은, 항상 웃지도 않고 말엔 감정도 없어 보이는
공부 밖에 모를 것 같던 전교 부회장이 저녁거리의 시내 한복판,
여자들을 사이에 끼고 웃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 전교 부회장 주예준.
고등학생 2학년이며,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다양한 미술로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는 주상철 선생님 집안의 장손이라고 들었다.



“야... 저 우등생 같던 사람도 불타는 저녁 거리에선 저렇게 변할 수 있구나... 존나 신기해”



사람은 무조건 겉모습과 속이 같을 것이라는 내 이기적인 생각일 줄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선배의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했으며,
또한 이것을 시작으로 선배와 인연이 시작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



마침내 우리는 천국 같았던 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찾아왔다.
지루했던 교장선생님의 연설이 지나고 각자의 반으로 걸어가는 길에
그때와는 다른 다시 차가워진 선배의 표정을 보고, 친분은 없었지만
왠지 모를 심술과내 성격에 못 이긴 채, 선배에게 시비 아닌 장난을 걸었다.



“엇 부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여름방학 때 아주 재미있게 지내셨는지요?”


옆에서 그저 이런 내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민재는, 내 진심을 아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예준 선배에게 말을 거는 나를 보며 병신이라 하고 약간 화가 난 듯한 모습으로 먼저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저 이 상황을 빤히 쳐다보던 예준 선배는, 대충 상황을 눈치챘다는 표정으로
갑자기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더니 코 끝까지 다가오셨다.
당황스러운 나는 뒷걸음질을 치려했으나, 예준 선배가 힘을 줘 붙잡은 허리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입술이 맞닿을 거리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줄 몰라 빨개진 얼굴 채로 눈앞의 선배를 보았다.
선배는 나를 보더니 한쪽에 진심인 듯 거짓인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장난에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아무래도, 뭔가 재미있는 걸 너에게 실수로 보여준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 낼 거야?”



학교 체육관이었던 이곳은, 주위에 우리뿐만이 아닌 다른 학생들도 있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이 상황이 후회되고, 후회를 넘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아뇨... 그... 그럴 려던게 아니라 그냥... 신기해서요...”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선배는 내가 이 상황을 부끄러워하는 것을 아는 듯,
조용히 학교에서는 보지 못했던그 여름의 거리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미안하지만, 내 취향은 네가 봤던 쭉빵한 여자들보다 눈앞에 버젓이 있는 딱 너 같은 남자 같거든?”





“에에?!”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고, 이 세상에 동성애를 하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다.
혼자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던 나는 그래서 이 상황을 어떻게 뛰어 넘어가야 할지 몰라
외마디 함성과 함께 숙여있던 고개를 들고야 말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고개를 든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
우린 분명, 얼굴을 숙이지 않는 이상은 남을 보지 못 할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그 말은...





예준 선배와 내 입술이 맞닿았다.



“아... 아니 그게 이건 그러니까... 아 씨!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 일은 잊어주세요 그.. 그리고! 그니까 제... 제가 하고싶은 말은! 앞으로 다른 때와 다를 것 없이 지내주세요! 수고하세요!”



나는 내 이런 생각 없는 태도가 너무나도 창피해, 예준 선배가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서는
귀까지 새빨개진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는 교실로 도망가 버렸다.
내가 본 선배의 마지막 모습은, 입술이 맞닿은 순간 당황해 있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시선이었다.
하지만, 선배의 마지막 말은 내 일방적인 목소리 때문에 듣지 못했다.





“후... 진짜 이런 상황은 생길 줄 몰랐는데 너무 귀엽잖아”



나는 급한 마음으로 빨개진 얼굴을 숨길 새도 없이 민재에게 달려갔다.
민재는 나를 기다리는 듯, 창가에 혼자 앉아 약간 화나있는 표정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강... 강민재! 왜 먼저 갔어! 너도 부회장 보고 엄청 신기해했던 거 아냐?!”



나는 자꾸만 그 상황이 머리에 지나질 않기에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고
민재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선, 아랫입술을 까득 물더니 자신이 화났다는 것을 숨기려는 태도를 하는 마냥
내게 얼른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친구가 새로운 인연을 만드시겠다는데 제일 친한 친구가 방해해서 쓰냐?”


민재는 웃으면서 내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그의 행동에 나는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진정할 수 있었다.



“미친 새끼 아냐? 그렇다고 그렇게 사람을 혼자 두고 가냐! 친한 친구라 해도 이건 영 쓰레기네!”



내 말 한마디에, 잠깐의 정적이 생기더니 민재는 내게 되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자기도 궁금하다며 말이다. 나는 또다시 그 상황이 생각났고,
빨개진 얼굴은 감출 생각도 못하고 끼워 맞추기식으로 거짓말을 쳤다.



“아.. 아니! 선배가 소문 내지 말라고 뭘 좀 사... 사주셨는데! 그니까 그... 내가 더위를 많이 타잖냐”




민재는 조금 슬픈 눈이었으나, 나는 그가 왜 그런지 모른다. 하지만 금방 말에 피식 웃으며
우리에게 마치 처음 같았던 이런 어색한 상황이 금방 지나갔다.



“네- 이걸로 딱 나타났네 우리 오민우군께서는 거짓말을 엄청 못한다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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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7 14:18 | 조회 : 1,272 목록
작가의 말
하연리

민우의 과거편입니다. 다소 3회 분량 정도로 길게 이어 질 것 같아 지루하시지 않게 최대한 짧게 가고자 하니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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