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시라세미] Irregular (3)


시라부 또한 강제로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가설이었다. 이를테면 좋은 유전자의 부작용이랄까. 원래 그가 타고나야 할 성인 베타나 오메가가 아닌 알파로 그의 어머니처럼 성이 전환되었다면, 그가 겪는 장애도 부작 용 중 하나 일 수 있었다. 하지만 증명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확인해 보려면 시라부가 말하는 '진짜 가족관계증명서' 를 보여야 하고 그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한데, 전혀 협조 해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미는 자신이 세운 가설을 중심으로 2년동안 시라부에게 심리치료와 물리치료를 했다. 물리치료라 해 봤자 오메가 페로몬의 성분을 추출해 그대로 재현한 향수를 옷가지 등에 뿌려 반응을 보거나 하는 등의 기본적이고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그런 수준.


중학생이던 소년이 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라부가 열성 인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모님께 알렸을 땐, 그는 그의 의사와 상관 없이 호르몬 주사를 맞을 뻔 했다. 시라부의 강력한 반발로 잠잠해지긴 했지만 그 덕에 화살은 고스란히 제게로 돌아왔다. 우성알파로도 만들고, 시라부의 장애도 고쳐내라니. 그땐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래도 시라부만 했을까.


하지만 세미는 조금 고뇌했다. 얼마 전 처방해준 시라부만을 위한 페로몬 향수마저 들지 않았다 했기 때문이다. 세미는 실망을 넘어 절망의 늪으로 한걸음 빠진 것 같아 이젠 어떡하지, 눈앞이 캄캄해져왔다. 그게 마지막 방법이었는데. 베타마저 약간 감지 할 수 있다는 강력한 페로몬 향의 응축액이었다. 시험삼아 제가 맡았을 때 저조차도 달큰한 향이 나는구나, 싶었는데.


"최면이 무슨 효과가 있어요?"


중학생의 시라부가 심리 치료 중 하나인 최면을 시도 할 때 제게 했던 말이다. 시라부는 이걸 왜 하는지 납득 시키지 않으면 널 못 믿겠어, 라는 불신의 눈으로 쳐다 봤었고, 나는 그저 대충 얼버무렸었다.


"오늘 최면 치료를 하면서 얻는 것들이 귀한 데이터가 될거에요."


확답을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면 전문가 자격증도 있었고, 무엇보다 원인을 찾기에는 이것 만큼 효과가 확실한게 없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으로부터 찾아오는 내적 갈등을 짓누르고는 웃었다. 원, 그때는 환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웃음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나에게 짓는 미소였다.


자격없네, 세미 에이타. 그가 자책했다. 결국 그 치료의 결과로는 시라부가 아직 태아일 때 유전자 조작이 이루어졌다, 란 가설에 조금 힘을 더 보태줄 뿐이었다. 이후로 이렇다 할 만한 결론이 없어서, 세미는 환자 생각하다 제 현실을 직시해버렸다. 패기 좋게 시작했는데, 단 한명의 환자에게 무너지려하다니.. 연약한 자신을 보고 있자니 썩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세미는 침대에 드러누우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에게는 시라부 말고도 환자가 잔뜩 있었다. 아무리 그의 집안이 대단하고 부원장의 부탁까지 있었다 해도 언제까지나 시라부에게만 집중 할 수 없었고, 그리고 지금의 세미는 살짝 지쳤다. 답이 안나오는걸. 처음 만난 때 부터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세미는 며칠 전 먼저 제게 연락해 상담실로 찾아왔던 시라부를 떠올렸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시라부의 행동은 별다를 게 없었고, 잠시 앉아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다 얼마 안있고 돌아갔다.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가 자신을 찾아 왔을리는 없을텐데. 그렇다고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라 하면 못하겠다. 세미는 내일이 상담일이라 다시 만날 그와 이제 어떤 치료를 해야 할까를 생각하다가, 이내 관뒀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기 때문이다.


그는 샤워를 위해 입고있던 셔츠의 단추를 푸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그가 마지막 단추를 풀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댔을때, 그의 집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옷을 벗던 세미가 주춤거렸다. 그냥 이 옷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갈까, 아님 단추를 다시 채울까. 편한 옷을 찾기에는 옷장을 뒤져야 했고 그러기엔 문 밖에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이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고 단추를 다시 다 채우자니...


그사이에 초인종이 두번 더 울렸다. 누군진 몰라도 어지간히 성격이 급한 사람인 듯 했다. 세미는 나가요! 하고 대답하고는 급히 단추를 채우며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곳에는 시라부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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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5 13:42 | 조회 : 2,073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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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세미 난 너희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뿐이고 눈물이 흐를 뿐이고 (장편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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