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오이이와] 서투른 사랑


"하읏, 윽..."

"후우... 이와쨩..."

"읏.."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들의 숨소리가 허공에서 얽힌다. 각각 제 위에, 그리고 제 아래 누워있는 소년을 보며 격정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욕망을 서로를 안음으로써 내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밑에서 얼굴을 가리는 이와이즈미의 팔을 치워버렸다. 이와이즈미를 내려다보는 오이카와의 눈은 더 할 나위없이 사랑스러운 연인을 보는 눈 그 자체였다.


"하아.. 이와, 읏, 좋아.. 좋아..."


제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귓가에서 격하게 내쉬어지는 오이카와의 숨결에 이와이즈미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극적이야. 쾌감에 약한 부분에 속하는 이와이즈미의 귀를 물고 오이카와는 그 모양새를 따라 핥았다. 그에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돌리며 두 눈을 꼭 감았다. 곧이어 찾아오는 사정 후의 탈력감에 이와이즈미가 거친 숨을 내쉬며 침대에 늘어졌다. 제 안에 질펀하게 사정한 오이카와도 숨을 몰아쉬더니, 곧바로 입을 맞춰왔다. 제 입술을 살짝 깨물고, 핥고, 빨아들이는 오이카와의 입술에 이와이즈미는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이제...


질렸어.



-

섹스가 끝나고 드러누운 이와이즈미 옆에 샤워를 끝낸 오이카와가 달라붙어왔다. 두번이나 절정에 오르느라 이와이즈미의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지만 오이카와는 개의치 않는 듯 이와이즈미를 끌어안았다. 이와쨩은 갈수록 섹시해지는 것 같아. 특히 참는듯 튀어나오는 신음이 제일. 오이카와가 앵무새라도 되는 양 옆에서 재잘재잘, 계속해서 수다를 떨었다. 피곤했던 이와이즈미는 그런 오이카와를 밀어내며 퉁명스레 말했다.


"떨어져, 잘거야."

"벌써? 아직 9시 밖에 안됬는데?"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 피곤해."


아예 눈을 감고 말하는 이와이즈미에 오이카와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샤워 안하고 자면 내일 힘들텐데.. 하지만 지금 이와이즈미에게 말하면 아마 본전도 못 찾고 이와이즈미 집에서 쫒겨날 확률이 반 이상이라 오이카와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라는 생각으로 이와이즈미가 말했던 대로 그에게서 떨어져 주었다.


오이카와는 방을 비추던 스탠드의 불빛을 끄고 바닥에 편 이부자리에 누웠다. 그러고는 잠이 오지 않는 듯 이리 저리 뒤척였다. 흐음... 뭔가를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침대 위에서 오이카와가 뒤척이는 소리를 듣다 잠든것을 알게된 이와이즈미도 조금 더 버티다가, 이내 잠의 유혹에 넘어가 버렸다.




-

오이카와와 이런 관계가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그러니까 2년 정도가 되었다. 자신은 아마 꽤 오래전부터 오이카와를 시야에 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자각하고 관계가 발전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버린 오이카와가 제 진심을 고백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당연히 기뻤다.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때의 날아갈 것 같던 기분은 아직도 기억한다. 잊을수 없었다. 문제는, 설레이는 것 만이 다가 아니란 것이었다.


이와이즈미는 살짝 이 관계에 지쳐가고 있었다. 여전히 오이카와는 멋졌고 배구 실력도 출중했으며 여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야. 이와이즈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저 멀리서 후배로 보이는 여학생들에게 편지와 선물 비스무리한 것을 받아 양 팔에 한아름 안고 돌아오는 오이카와의 얼굴은 잠잠하던 심장을 깨워 미미한 떨림을 선물해 주었지만 미미함, 그뿐이었다.


이런걸 권태기라고 하던가. 요즘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 한정으로 굉장히 날카롭고 예민했지만, 반대로 때로는 무관심했다. 오이카와가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인기가 많은 것은 옆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실이었고, 그때마다 자신은 줄 수 없는 것을 선물하는 여학생들과 헤벌쭉해 멍청한 얼굴로 선물을 받아드는 오이카와 모두에게 질투도 했지만 이제는 별로, 지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 싶었다. 바보같이 옆에서 들러 붙어도 그냥 귀찮고. 이와이즈미는 제 옆에서 우유빵 먹고싶단 이야기를 하는 오이카와를 곁눈으로 힐끔거리곤 다시 앞을 봤다. 잘생기긴 했단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이와쨩... 이와쨩?"

"..."

"이와쨩!"


이윽고 오이카와가 큰 소리를 내었다. 이와이즈미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제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탓이었다. 오이카와는 이번이 기회라는듯, 한 손을 허리춤에 얹고 이와이즈미를 돌려세운 채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의 첫 마디는 이와쨩, 요즘 어디 아파? 였다.


"아니."

"그럼 무슨 고민있어?"

"별로."

"그럼 왜 멍하니 다니는거야?"


전에 카라스노와의 시합 전, 나한테 엄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지. 지금 오이카와의 행동이 딱 그 꼴이다. 왜 정신을 빼놓고 다니냐, 라고 엄마가 아이에게 나무라는 꼴.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말이다. 이와이즈미는 자신들을 힐끔거리는 행인들을 쳐다봤다. 무슨일이야, 싸움났어? 저거 세이죠 교복 아니야? 수근거리는 소리가 귀 안으로 쏙쏙 꽃힌다. 쪽팔려, 고개숙인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손목을 잡고 끌었다.


"어디가?! 놓고 이야기 해!"

"여긴 사람이 너무 많잖아. 자리 옮겨서 이야기 해."

"..."


이와이즈미의 얼굴은 무덤덤해 보였다. 내가 화를 내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자리는 왜 피해? 사람들 앞이라서, 그사람들이 우리가 세이죠 학생이란걸 알아서 내가 네 애인이란걸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거야? 그래도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원했기 때문이었지만 곧바로 인상을 썼다. 이와이즈미가 잡은 손목을 따라 강한 아귀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와이즈미가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의 힘으로 잡아 오이카와의 손은 저릿했다.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었다.


"이제 놔."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의 손을 뿌리쳤다.


"이와쨩, 무슨 일 있지."

"없다니까."

"말을 해줘야 알지, 내가 너 피곤하게 했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어서 혹시 정신사납게 했냐고,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아니, 라고 대답을 통일하며 그저 눈을 피할 뿐이었다. 그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한기가 도는 시멘트 벽으로 밀어붙였다. 나랑 이야기 하는데 어딜 봐?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듯한 그의 입술을 깨물어 강제적으로 입을 벌려 키스를 했고, 통증에 당황한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밀쳐내려 했지만 그의 다리 사이에 제 다리를 끼워넣어 벽에 밀착하게 해버려 결국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혀를 씹고서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너...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야?"

"아까부터 왜 나한테 시큰둥한지 물어보고 있잖아."


서로 깨물려 입가가 얼얼할 만 한데도 잘만 싸워댔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이례적인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고, 오이카와 또한 무심한 이와이즈미의 행동에 서운했다. 원래도 무심한 사람이었지만 이정돈 아니었잖아, 너. 울컥한 오이카와가 눈물을 살짝 보인 채 말을 하자 이와이즈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우는 얼굴도 잘생기긴 했구나, 너는. 하지만 확실히 알겠다. 이젠 더 이상 너에게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이와이즈미는 깨달아버린 자신의 마음에 헛웃음이 났다. 좋다고 심장이 쿵쾅거리던 때가 얼마 전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식어버리다니. 동시에 이와이즈미는 결심했다. 그는 서러움에 흐느끼기 시작한 오이카와를 똑바로 쳐다봤다. 눈물을 흐르는 그의 얼굴을 닦아주고, 입을 열어 말했다.


"오이카와."


그리곤 심호흡을 했다.


"이제 그만하자."

"...이와쨩...?"

"더는 안될 것 같아."


널 사랑하지 않는 나를 알아버린 지금, 더 이상 이 관계를 지속할 자신이 없어. 이와이즈미가 아까보다 더 눈물이 흐르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계속해서 닦아주며 조용히 말했다. 이런 나로는 너한테도 좋을 거 없을거야, 그만하자. 이와이즈미의 말에 놀란 오이카와는 제 눈물을 닦아주던 손이 떠나가자 지푸라기 잡듯 그 손을 잡았다.


"안돼, 이와쨩... 안돼..."

"..."

"내가 소리쳐서 화났어? 다시는 거리에서 안그럴게. 혹시 내가 이와쨩 질투하는거 보려고 여자애들이 주는 선물 막 받아온거, 그것때문에 화난거야? 그럼 그것도 이제 안할게. 아님 내가 너무 귀찮게 해서..."

"그런거 아니야."

"그럼 나 떠나지마. 난 이와쨩 없으면 안돼... 알잖아..."

"...오이카와."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불렀다. 아까와 달리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오이카와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것을 느낀 오이카와는 말 하지 말라는 듯, 그 입을 열어 내게 이별을 고하지 말라는 듯 이와이즈미에게 다가갔지만, 끝내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말했다.


"그만 나를 놔줘."


그래서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를 잡지 못했다. 오이카와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하지 않으려 했던 이와이즈미였기에, 계속 피하던 시선을 제게 고정시키고 말한 그였기에 오이카와는 그의 손을 놓고 멀어져가는 이와이즈미를 붙잡지 못했다.


"너무해 이와쨩... 이런게 어디있어..."


이렇게 갑작스러운게 어디있어. 떠나간 이와이즈미의 뒤를 향해 오이카와가 원망하듯 말했지만, 그에겐 오직 서투른 사랑의 아릿함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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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3 11:34 | 조회 : 3,576 목록
작가의 말
단제

처음부터 수위가 나와서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 설마 이정도 묘사로 잘리진 않겠죠..?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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