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쩌면




나는 아침이 밝아와 재빨리 머리를 감고 교복을 입었다. 아직 시간은 7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난 신발끈을 묶으며 생각했다. 오늘은 반드시 용돈을 받지 않으리라. 학교를 등교할때마다 따라붙는 사람들때문에 곤혹을 치른게 바로 고등학교의 첫등교때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항상 아버지 차를 타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되었지만 고등학교는 아니었다. 고작 걸어서 20분인 거리를 차로 다니기엔 조금 그랬다. 난 살짝 물기가 어려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탈탈 털며 문을 나섰다.

"으으..."

밖은 어제보다 쌀쌀해진 것 같았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살을 에이는 추위에 난 몸을 떨면서도 걸음을 재촉했다. 이 아침에 길을 걷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2, 3명뿐이였다. 어제 밤 북적북적했던 거리는 바람소리나 내 발소리가 분명히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난 이 고요함을 느끼며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발을 놀렸다.

학교 정문에는 선생님도, 지각생들이나 교복을 점검하는 학생들도 없었다. 기척 없는 이 등교길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난 발소리를 죽이며 계단을 올랐다. 신발장 겸 사물함에 도달한 나는 신발을 벗고는 꺼낸 슬리퍼에 발을 밀어넣었다. 난 사물함 안 쪽에 붙여둔 시간표를 바라보며 오늘 배울 교과서를 한두권씩 빼내기 시작했다. 과학, 수학, 영어···. 슬프게도 오늘은 내가 싫어하는 과목이 2개나 들어가 있었다. 수학과 영어.

난 침울한 기분으로 교과서를 품 안에 든 채 발걸음을 옮겼다. 1학년 9반은 조금 안쪽에 위치해있었다. 그렇게 점점 우리반에 가까워지자 창 틈새로 환한 불빛이 비춰왔다. 어라, 내가 처음이 아닌가? 난 천천히 우리반의 앞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서 들어간 교실에는 어제 보았던 까만머리의 아이가 자리에 앉아 날 바라보고있었다. 아이는 열린 문 사이로 딱딱히 굳어있는 날 보며 작은 미소를 베어문 채 말했다.

"안녕? 빨리 오네?"

난 그에 눈을 휘둥그레 뜬채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아이를 바라봤다. ....여기 9반맞지? 같은 반이었어? 왜 난 몰랐지?

"같은 반이었어?"

"몰랐어? 조금 실망인데."

"그건, ···미안."

실망이라며 눈꼬리를 늘어뜨리는 아이가 보이자 난 서둘러 변명을 하려다 할 변명이 없음을 깨닫고는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 그러자 아이가 푸스스 웃음을 터뜨리더니 내게 말해왔다.

"너, 매일 이때 오는 거야?"

"아마...?"

난 맨 앞자리에 위치해있는 내 책상 위로 교과서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또래가 내게 이리 말을 걸어온 적은 처음이였다. 나 또한 또래랑 이렇게 말을 튼 적도 없었고 말이다. 난 들떠오르는 기분에 살짝 입꼬리를 올려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

"응?"

순간 알 수 없는 한숨을 내뱉고서 책상 위로 엎어진 아이를 보며 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아이는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어제도 그렇고···. 난 대답없는 아이를 뒤로 한 채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책상 옆 고리에 걸었다. 칠판 위에 올려져있는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22분이였다. 난 교과서를 한권, 한권씩 책상 밑 공간으로 밀어넣었다. 책상 위에도 하나 붙여둔 시간표를 보니 1교시는 체육이였다.

난 가방을 뒤적이며 체육복을 꺼내들었다. 연보라색의 체육복, 가슴에는 우리학교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상의는 자켓으로 되어있어 그냥 위에 걸치면 되었지만 바지는 아니었다. 나는 체육복을 팔에 걸친채 화장실로 향했다.

···그렇게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반으로 돌아오니 몇명의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으며 까만머리의 아이는 여전히 책상 위에 엎어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난 천천히 내 자리로 발을 옮겼다. 손에 들린 바지를 반듯히 접어 가방 속에 집어 넣은 난 외로움에 손을 꼬물꼬물 움직이다 이내 책상 위로 얼굴을 붙였다.

꾹, 꾹. 내 어깨를 찌르는 손가락에 난 감겨있던 눈을 뜨고 위를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보는 그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날 찌르던 손가락을 떼고서 내게 말했다.

"체육이야, 운동장이래."

"어?"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옷을 갈아입거나 신발을 갈아신은 채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난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가, 같이 가!"

먼저 교실 문 밖을 나서는 아이에게 다급히 외쳤다. 난 생각보다 높게 튀어나온 내 목소리에 몸을 움찔 떨었다. 아이는 내 외침에 우뚝, 서더니 뒤를 돌아 시선을 맞춰왔다. 난 다리를 휘적거리며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훅훅, 얼굴 위로 열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난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채 슬며시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그런 날 보며 어깨를 잘게 떨더니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지금 신발 신으러 갈건데, 같이 갈래?"

"응···."

난 그 말을 듣고서 잠시 입술을 떨다가 이내 대답했다. 속에서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먹먹한 목구멍에 입을 다문채 난 아이 옆을 나란히 걸었다. 어언 17년, 난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다.





원체 흘러가지 않던 시간이 지금은 바퀴를 단 듯 빠르게도 흘러갔다. 어느새에 우리는 이름을 트고 밥도 같이 먹으며 다른 아이들처럼 하하호호 떠들며 복도를 거닐었다. 난 그때마다 기쁨의 폭죽을 속으로 펑펑 터뜨렸다. 팔을 뻗으며 환호성도 여러번 질러대고 싶었지만 자칫하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난 그저 주먹을 쥔 채 다리를 두드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좋아?"

마이 프렌드 진성과 나는 석식을 먹은 뒤 2층의 동아리 부실로 향하는 도중이였다. 난 친구가 생기면 해보고 싶었던 체육복 바꿔입기를 실현하고 있었다. 비록 자켓뿐이였지만 말이다. 난 내게는 좀 많이 헐렁한 진성이의 자켓을 만지작거렸다. 그런 날 보며 얄궂은 미소를 매단채 물어오는 진성에게 난 고개를 열렬히 끄덕이며 말했다.

"응, 짱 좋아."

원래라면 잘 쓰지않을 단어들도 서슴없이 섞으며 말했다. 어둡게만 느껴졌던 복도가 오늘따라 너무나 환해보였다. 난 싱글벙글 웃으며 진성이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드르륵, 진성이가 부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도 곧장 뒤를 따라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부실 안에는 선배님들과 아이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있었다. 진성이와 난 우릴 바라보는 선배님들을 향해 작게 인사를 건네며 발을 내딛었다.

"오우, 왔어?"

"여기 앉아, 여기."

선배님들은 앞다투어 의자를 끌어당기더니 이 곳에 앉으라며 우릴 불러왔다. 그에 난 난처히 진성이를 올려다 봤다. ...대체 어디에 앉아야해?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 지 진성이는 문득 날 내려다 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진성이가 발을 옮긴 것은 그토록 우리들을 부르던 한 선배님의 옆자리였다.

"이리와."

진성이는 텅 빈 옆자리를 두들기며 날 불러왔다. 이, 이건··· 친구들끼리 많이 한다는 옆자리 권하기···! 난 자꾸만 흘러내리는 팔을 걷어부치며 발을 놀려 진성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몰려드는 행복감에 환히 웃으며 고개를 돌리니 입꼬리를 바들바들 떨며 눈 웃음을 치는 진성이가 있었다. 난 그 웃음을 보며 생각했다. 왜 진성이는 저렇게 웃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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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4 13:48 | 조회 : 1,157 목록
작가의 말
nic23075521

이글을 적으며 난 지루해햇슴미다그러니까이글도분명재미가업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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