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개천에서 용이 날까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온 개조씨에게서 피곤한 기색은 없다.

개조씨는 택시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내내, 창문을 활짝 열어둔채 바람을 맞을며 마음속 어딘가에서 묵혀있던 찌꺼기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감은 두 눈을 통해 투시되는 주황색 가로등 불빛은 개조씨의 머릿속 CPU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광선처럼 느껴졌다.

개조씨를 반기는 아들 골때려씨는 방송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미 보았기에 특별한 소회를 담아 평소 부자지간에 자주하는 어깨 높이에서의 미드 파이브와 팔씨름 모양의 악수를 하며 아빠를 반긴다.

같이 테니스를 자주치는 부자지간 이기도한 그들,, 사실 '때려' 라는 이름도 개조씨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인 테니스에서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 자주 사용되는 결정적인 샷의 이름으로, 자신이 즐겨하는 그 Smash 에 가져온 의미이다.

한글로 '스매쉬' 라 할까 아님 줄여서 '매시' 로 할까 고민하다 지금의 '때려' 가 되었고 '매시'는 영어 이름으로 사용한다.

당시 젊은 개조씨가 테니스에 푹빠져 있었기에 아들을 테니스 선수로 키우고 싶었던 것이다.

축구스타중에 이름이 매쉬가 나왔을 때는 쫌 아쉬워하기도 했었다.

나이 30대 초반의 골때려씨, 고등학교 졸업후 아빠를 도와서 현장일을 시작했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에 흥미를 못느낀 때려씨는 자유롭게 자라났다.

아빠 개조씨도 그런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기 보다는 운동을 유도했고 운동도 그것의 절반 이상은 몸이아닌 마인드와 멘탈로 하는거라고 항상 강조 했다.

때려씨는 어려서부터 아빠 개조씨에게서 많은 질문들을 받으며 자라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문제들을 추측하고 진단해서 열고, 뜯고, 부수거나 교체하며 고쳐가는 직업으로부터 얻게 된 개조씨의 습성 이지만 유독 스스로나 주변인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곤 했다.

어린아들 때려가 무언가가 싫다고 말하면, 왜 싫은지 알려달라고 하고 그러면 어린아들은 무어라 말해야 하는지 생각해 내야만 했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어린아들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 보도록 유도해 냈으며 학교 공부는 등한시 했었도 그의 사고력과 관점은 나날이 확장되어 갔다.

어린 아들 때려는 초등학교 4학년때 한 신문사에서 주최했던 '정의사회 구현'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는데, 글의 대부분이 범죄를 저지르고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양한 관점에서 궁금해하는 물음표들로 채웠던 일화가 있다.

학업에는 취미가 없이 온갖 질문들 속에서 맴돌며 자란난 때려씨는 군대도 면제를 받은 신의 아들이다.

아빠 오토바이를 핼맷도 안쓴채 타다가 슈퍼맨 처럼 날아가는 큰 사고를 겪은후 군대를 안가도 되는 불명예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때려씨의 친구들이, 이름 그대로 골을 때리더니 '신의 아들' 이 되었다고 놀리곤 했다.

때려씨는 스스로 하는 여러 질문과 궁금증에 대한 답이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곤 하였는데, 그것이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과 타인을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였다는 것을 어느 순간서부터 깨닫기 시작했다.

아빠 개조씨 보다는 이른 나이에 맞이하게 된 성장의 전환점인 것이다.

그것이 아빠 개조씨가 아들을 양육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면서부터 두 부자지간의 대화는 더욱 친밀해 졌고 서로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것으로부터 생산적인 결론을 얻거나 서로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만큼, 둘 사이의 대화는 고졸학력의 부자지간 으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지혜 나눔과 지식 공유의 시간이였다.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 됐지만 때려씨는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오늘 저녁 생방송에서 있었던 해프닝이 온라인 상에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픈 마음이다.

사실 때려씨는 10년동안 소셜네트웍 활동을 하면서 1만명 정도의 팔로워를 유지하고 있는 활발한 네트워커 이다.

처음엔 유명한 철학자들의 어록들을 올려주는 한 유저의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재미로 시작했으나 나중엔 그 철학자들의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기에 매일 같이 그것에 매달렸다.

자신의 팬임을 자청하는 한 여학생이 제안한 이름인 'The Philosopher king' 을 유저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그의 페이지에 접속한 사람들은 '골때려' 라는 이름이 그의 필명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 여학생은 더 그럴싸한 이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제안을 했던 것이다.

플라톤은 철학자들이 세상의 지배계급이 되야만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데서 유래된 말인 'Philosopher king' 을 때려씨에게 제안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때려씨는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는 일체 공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수의 팔로워를 얻을수 있었고 그것은 그가 언급한 많은 사회적, 철학적 이슈들이 그 만큼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자신이 어느 철학자 못지 않은 자신만의 철학적 주장들과 논거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 많은 팔로워들은 그가 철학 박사이거나 철학계의 떠오르는 유망주일 것이라고 확신하곤 한다.

개조씨와 때려씨 부자는 평소 자신들의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방송에서 개조씨가 발언한 내용을 때려씨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세상에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고 당연히 정치권에서는 거부감을 갖을테니 커다란 이슈가 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SNS 상에서의 반응을 보며 때려씨는 매우 흥미 진진해 진다.

그동안 정치가 자신들과는 별개로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여겼던 10대후반, 20대, 30대, 40대초반의 사람들에게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려씨는 자신의 온 몸에서 털이 삐쭉삐쭉 일어서는것 같은 전율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과 아빠가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기 시작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난 때려씨는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각종 조간신문 해드라인을 살펴 본다.

"민주주의 직거래 가능한가?" , "BEYOND 정당정치" , "왕이 필요한가, 대표가 필요한가" , "IT 시대에 민주화가 피울 꽃?" , "실시간 의겸수렴이란" 등등의 이슈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개조씨의 아내가 남편을 바꿔준다.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을 하는 것이다.

일을 가야하기에 거절하고 끊는 개조씨, 그러나 또 울리기 시작한다. 다른 방송국이다. 끊고 나면 또 오고, 또 오고,,, 개조씨는 애매한 표정으로 아들 때려씨를 바라본다.

상황이 흥미롭기는 한데 어떻게 해야 할런지 난처하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때려씨는 넌지씨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이번일을 기회로 그 동안의 소신과 아이디어를 표현해 보는게 좋을것 같다는 부추김 이였다.

개조씨는 멋쩍은 미소를 띄우며 작업반장에게 전화를 건다.

당분간 급한 일이 생겨서 자신과 때려는 현장에 가지 않을터이니 알아서 진행하고 상황을 알려 달라는 당부였다.

언론매체들은 자신들이 연결할 수 있는 모든 라인들에 의견과 전망을 물어대기 시작했다.

여당쪽 인사들은 당연히 이슈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꺼리는 모양새가 뚜렸했고 야당쪽은 처음엔 반기는 분위기였으나 거대 야당쪽에서 부터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일단 정권 교체도 중요하지만 교체와 더불어서 바로 권위와 특권 그리고 규모마저 줄어들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이유였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줄을대고 추종자 되기를 자청하며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 정권이 교체된후 자신에게 돌아올 어떤 보상들이 불확실 해지거나 줄어들거라는 판단을 한다면, 그것은 조직없인 정치도 없다는 정치판의 진리를 거스르는 결과를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신중론으로 시간을 벌며 정권 교체후의 숙제로 넘기자는 분위기였다.

관련된 통신과 IT 업계에서의 개인적 소견들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회사차원의 발언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조심스럽다.

학계에서는 개혁적 성향이 뚜렷한 일부 학자를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기술적인 가능 여부를 떠나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하며 접근해야 한다는 보수적 입장이다.

골개조씨는 한 시사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질문자 -
통신과 IT 를 접목해서 실시간으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내신 분이신데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 합니다.

골개조씨 -
우리 국민 모두는 가족과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민주주의 라는 집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민주주의' 라는 집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선거' 라는 열쇠를 사용해서 그 문을 열고 닫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누군가는 그 열쇠가 없어도 그 문을 드나들수 있었고 담을 넘거나 때로는 창문이나 그 문을 부수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해 보았습니다.
어떻게해야 그 민주주의 문을 지켜내고 '선거' 라는 열쇠가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그 문으로부터 멀리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문으로부터 너무 멀었기 때문에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가 기술 발달의 힘을 빌려서 온 국민이 그 문을 항시, 수시로 볼 수 있다면 감히 누가 열쇠도 없이 그 문을 열려고 하겠습니까?

그 문은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할때만 열리고 닫혀야, 비로서 '민주주의' 의 집이라고 할수 있겠죠.

질문자 -
선거를 '민주주의' 를 드나들수 있는 열쇠와 같다고 비유 하셨고 그 문을 효과적으로 지켜내고 민주주의의 본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씀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시스템이 운영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하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골개조씨 -
저는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법안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구요,, 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니, 전국에서 일시에 한 서버로 전화를 걸때 생길수 있는 문제들이 떠 올랐습니다.

컴퓨터 서버는 당연히 초 대용량의 연산과 분석이 가능한 성능이 필수 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와 도별로 트래픽을 소화해내고 총 집계와 연산 그리고 도표로 나타내 주는 작업은 메인 서버에서 해줘야 할 텐데요,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어느 한 안건에 관하여 어느 지역의 사람들이 의견이 갈리고 비율은 어떠하며 연령대와 성별까지 화면을 통해서 전국민이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죠.

또한 발시처의 주소가 시스템에 등록된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일치한가의 여부 그리고 불일치 하다면 그 빈도수 등등이 데이타로 남을 것이기에 부정선거나 금권선거 예방에도 매우 효율적 이라고 생각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해서 도출된 결과를 정책과 법안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해 질 수 있는 일이 겠지요.

그리고 그 실시간 국민 의견 수렴을 일요일 저녁에 해야만 최대한 많은 국민의 참여를 기대할 수 있겠구요, 바쁜 일상 용무나 비즈니스로 인한 트래픽들과의 체증을 피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됩니다.

질문자 -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굉장히 일리가 있는 말씀으로 여겨 집니다.

그럼 선생님께서는 지금 현재 선거 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모든 선거를 그 실시간 시스템으로 대체하자는 말씀 이신 건지요?

골개조씨 -
물론 입니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쪼개가며 하는 선거는 여러가지 면에서 너무 소모적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수시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도 없습니다.

자주 할 수 없는 선거이다 보니 한번 뽑힌 사람은 시간을 버는 셈이되구요, 그렇기 때문에 공약을 나몰라라 하거나 개인 이미지 관리와 사리사욕으로 바쁘게 다녀도 뽑은 국민은 시간을 낭비하며 다음번을 기약 해야하는 불합리와 불공정의 연속 이였던 것이죠.

이날의 인터뷰는 저녁 뉴스시간에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보내졌으며 뉴스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1위로 '골개조' 가 올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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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0 14:25 | 조회 : 75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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