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지하에서 위로 올라가 샤워실에 들어갔다. 물이 몸에서 흘러내릴때 마다 그가 방금 한짓들이 씻기듯 없어지고 있었다. 대충 머리를 말리고 나오자 문앞에 철현이가 있었다.

"난 집에 가있을테니까 아버님께 연락오면 말해주세요"

"네"

그한테 말을 한뒤 저택만한 집을 빠져 나왔다. 방금 씻고나와서 그런지 그의 몸에선 향기로운 냄새 가 풍겨져 왔다. 길을 걷다보면 남녀 불문하고 한번씩은 쳐다보게 만들만한 얼굴을 갖고있었다. 그 시선이 익숙한듯 신경도 안쓰고 제 갈길만을 걷고있었는데 시계를 잠시 보더니 걷는 속도를 더욱빨리했다. 이러다 늦을수도..

"장주호!"

큰소리로 좀 거리가 있어보이는 남자를 향해 소리 질렀다. 키가 훤칠한 남자가 고개를 돌려 자기 이름을 부른 사람을 쳐다 보았다. 나를 알아본 주호는 아무말 없이 내쪽으로 다가왔다.

"미안 늦었네.."

얼굴한가득 미안한 표정만이 자리 잡았다. 주호는 그를 내려다 보곤 괜찮다 말을 하고는 주위를 살짝 둘러 보았다. 무심하지만 배려가 깊은 남자였다. 그 성격 때문에거절을 잘 못했다. 그리고 좀 사나운 인상과는 다르게 착했다.

"한여준"
"어?"
"걔네는?"

원래 같이 놀려던 애들을 말하는것같다.

"아 단톡안봤어? 오늘 못 온 다는데"

지금 안 사실 인듯 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하였다. 주호가 톡을 잘 안봐서 얘들이 약속을빼는 날이면 둘이서 만나는 일이 많았다. 난 그래서 애들이 안될것같은 날만 쏙쏙 골라서 약속을 잡았다.

"수원이 때문에 영화 예약했는데 볼래?"
"응"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주호가 영화보는걸 좋아한다는걸 알았다. 고등학교때 영화를 자주 보던 일이 떠오르며 설핏 미소지었다. 작년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해 꽤나 오래된일인듯한 느낌이었다. 주호의 손을 잡아끌었다. 역시 아무말 없이 나에게 끌려온다. 그렇듯 나에게끌려온 남자가 너무 좋아 가슴이 벅찰정도였다.
영화관에가서 예약된 영화를보고 간단하게 밥을 먹은뒤 헤어졌다. 진짜 평범한 날이었지만 주호랑 같이 있다는 점이 날 행복하게 만드는 순간 이었다.

주호와 헤어져 집으로 갈때 여준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을정도로 기분이 좋았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집앞 복도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박효찬, 여긴 왠일이야?"

"뭐 일이있어야 만나러와? 술이나 한잔 하자고"

박효찬이란 남자는 내가 어렸을때 이쪽으로 들어올때 친해졌던 찬갈파의 남자다. 나보다 나이가 5살 많았지만 어릴때의 습관에서 인지 그에게 존댓말은 나오지 않았다. 가끔씩 이렇게 내집앞에 찾아와서 술을 마시자고 권한 게 내가 중 2때부터 였을거다. 박효찬이 대답을 기다리며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음.. 내일 수업이 10시에 들었는데.. 고민을 하다가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아선지 방금 생각한 고민들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래"

집으로 가려던 발을 돌려 다시 엘레베이터쪽을 향해 걸었다. 뒤에서 따라오는소리가 들리고 난 앞 서 걸어 열림 버튼을 눌러 그를 기다렸다. 효찬이 들어오고 닫힘버튼을 누르자 효찬이 담배를 꺼냈다.

"아파트에서 피지말고 나가서 펴"
"알아알아"

안다면서 내가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백퍼 엘베 안에서 담배를폈을거라 확신했다. 아파트를 나갈때까지 효찬은 계속 담배만 물고있었다. 차를 정문 밖에 주차해 뒀나보다. 정문은 나가는 순간 옆에서 라이터 켜는소리가 들렸다.

"급했냐"
"조금"

그의 입밖으로 안도의 한숨과 함께 연기가 나왔다. 꼴초 새끼라고 중얼거리며 효찬의 차에 다가가자 자동으로 시동이 걸려졌다.

"오, 차샀네"
"이번에 받은걸로 뽑았지"

효찬이 산건 벤츠였다. 이름은 잘모르고.. 벤츠는 외국차에 비싼것까지 얹어줘서 차의자태에서 빛이났다.

"너도 운전면허 따라. 바로 붙잖아?"

고 1때 우두머리인 아버지께서 차는 미리 배우고 타다니면서 면허를 따는것이라 말해 그때부터 운전을 배웠었다. 하지만 그땐 시간적 여유가없어서 면허증은 딸수가 없었다.

"이번년에 따야지"
"대학을 왜다녀, 딱 이을만한 가업이 있는데"

솔직히 안다녀도 상관없었다. 내가 다니는곳에 주호가 있어서 다닌다고 하면 난... 죽겠지.. 고딩때 끝내자 생각했던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어 마음이 날 대학교로 불러들인것이다.

"그냥.. 나온김에 다 나오자 싶어서"
"참. 이해안돼"

효찬은 큭큭거리며 내말을 이해 못하는듯 웃었다. 나는 웃어 넘기고 차에 올라탔다. 폭신한느낌이 아주 마음에들었다.

"아 이거 내 침대할까.. 편하네.."
" 떼가면 죽는다.."

언뜻 살벌한 말투가 옆에서 들려왔다. 난 장난이라고 말하며 씩 웃어보였다. 효찬도 안심한듯 미소짓는게 보였다. 둘이 이유 없이 웃을때 차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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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27 08:58 | 조회 : 3,593 목록
작가의 말
어운

보신분이 있다니! 놀랍네요! 소설보는 어플에서 연재 한적은 있었는데 수위때문에 비공개 처리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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